조상님의 노래와 악기를 가지고 돌아온
고래야의 2집 [불러온 노래]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고래야는 2013년 봄 정규1집 [Whale of a Time]을 발매한 이후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한국의 전통음악이 동시대 대중음악의 한 장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이어갔던 고래야는 우리가 아는 ‘전통’이 곧 ‘최신 유행’이였던 시절의 음악, 다시 말해 전통사회의 민요를 배우고자 긴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2014년 여름 두번째 앨범으로 돌아왔다. 한 손에는 조상님이 남긴 노랫말을, 다른 한 손에는 전통사회의 생활 도구였던 악기를 들고 말이다.
고래야는 조상님이 전해준 재료들로 ‘전통의 복원’ 이상의 노래를 만들어 냈다. 조선 8도에 흩어져 있던 노랫말들을 고르고 다듬고 꿰어서 지금의 내 이야기라고 박수치며 공감할 가사를 지었다. 물바가지, 물허벅, 싸리 빗자루 등 민속촌에서나 보던 전통사회의 생활 도구들은 때론 오늘날의 클럽음악 못지 않은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고래야는 민요를 현대화하는 이러한 방식이야 말로 실제 우리 조상들이 노래를 만들고 발전시켰던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말한다.
전통사회에서 노래는 삶과 밀착되어 있었고 고된 삶을 견디게 해준 힘이었다. 태어나서 죽을때 까지 모든 순간 속에 노래가 있었다. 그 안에는 신세 한탄뿐만 아니라 삶의 환희와 지금의 예능 못지 않은 유머도 있다. 그렇기에 고래야가 불러온 것은 노래와 함께 했던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조상님이 불러온 노래, 그리고 고래야가 다시 불러온 노래는 2014년 도시 한복판에서 과거와 현재의 삶이 만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