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금빛 속의 검은 그림자, 배드블랙본즈
폭발(爆發) : 불이 일어나며 갑작스럽게 터짐
배드블랙본즈(Bad Black Bones, 보컬&기타 : 오자화, 베이스 : 정승, 드럼 : JD)라는 팀이 있는데 굉장히 낯선 팀이다. 밴드 경력을 찾아봐도 정보가 많지 않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밴드임에 분명하다. 폭발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는데,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들의 음악이 마치 안에서 끓어오르는 무엇인가로 인해 폭발하는 하나의 물체 같기 때문이고, 그들 배드블랙본즈의 출연 또한 그렇게 갑작스럽기 때문이다.
배드블랙본즈의 이번 발매된 음반은 그들의 첫 공식앨범이며 멤버 개인에게도 첫 앨범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음악과 관련된 혹은 음악의 주변부에 있던 그들(보컬 겸 기타인 오자화는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 서태지, 싸이, 신해철 등 굵직한 뮤지션들의 아트워크를 담당한 바 있다. 조금 다르지만 베이스의 정승도 디자이너의 경력을 갖고 있다.)이었는데, 어느 순간 음악씬 그 중심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처음 발매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곡의 구성과 완성도는 훌륭하다.
음악적 장르를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한 요즘이지만, 3인조로 구성된 Bad Black Bones는 기본적으로 개러지 록(garage rock)에 음악적 뿌리를 두고 있다. 개러지 록이라는 장르가 펑크와 구별되기도 하고 일부 중첩되는 부분도 있어서 그런지 ‘배드블랙본즈’의 음악도 개러지 록과 펑크 록의 요소가 잘 묻어나 있다. 3인조로 구성된, 그것도 얼터너티브(Alternative), 혹은 개러지 장르에 기반한 밴드들이 너바나(Nirvana)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배드블랙본즈는 너바나와 2인조 댄스펑크 듀오 ‘Death from above 1979’(위키피디아에서는 이들을 Dance-punk duo라고 하기도 한다.)의 중간 선상에 있는 느낌이다. 이미지로는 너바나를 닮아있지만 사운드적인 면은 오히려 후자에 가깝다. 베이스에 깊게 걸려있는 퍼즈 사운드(Fuzz sound)가 그러하며 보컬에 입혀진 드라이브 톤이 그렇다. 반복적인 리프진행에 무언가 억눌린 것을 토해내는 듯한 보컬, 강한 드러밍을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음악 속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 아니 마력이 있다.
오랜만에 얼터너티브? 개러지? 아니, 펑크(punk)? 뭐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밴드의 출연이다. 어찌되었건 홍대를 중심으로 한 클럽씬에 이미 다양한 장르의 많은 밴드들이 있지만 이렇게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거친, 원초적인 느낌의 사운드를 내는 밴드, 앨범이 나온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더욱 더 성숙해지는,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듯 한 거친, 원초적인 느낌은 계속 고수가 되는 밴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곡 해설
#1. Bad Monkey
우리 사회에는 순환구조라는 것이 있다. 선순환이 있는가 하면 악순환도 있다. 노래의 가사는 후자를 의미한다. 나쁜 섬에 사는 나쁜 원숭이가 나쁜 나무에 열리는 나쁜 코코넛을 먹고 나쁜 배설을 한다는 것, 연속되는 악순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2. The Black Lights In Golden Trees
검은 빛이 흐르는 황금빛 숲속에 핑크색 눈의 초록색을 띤 말하는 사슴들이
내게로 다가와 물었어. 안녕. 내가 무엇을 해줄까?
시공간을 알 수 없는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내용의 곡.
#3. No Pills For Liar
사람들은 종종 단순한 코드진행의 곡을 선호한다. 앨범의 유일한 발라드 형태를 하고 있는 곡으로 세 개의 단순한 코드진행으로 곡을 이끌어간다. 어느 시대에서 전쟁은 어느정도 당위성이 있었다. 나의 보호를 위해 아니면 나와 우리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어떠한 명분도 없다.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정보들을 믿을 수도 없다. 거짓된 정보, 거짓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No Pills for Liar’
#4. Hospital
빠른 비트의 드러밍과 기타리프가 인상적인 곡이다. 곡의 구성만큼이나 가사도 직설적이다.
#5. No Pills For Liar (acu)
3번 트랙 No Pills for Liar의 어쿠스틱 버전으로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만으로 채워져 있다.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