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홍대 씬을 훈훈하게 달구었던 밴드 ‘얄개들’을 기억하는가? 작년 갑작스러운 해체로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던져주었던 얄개들. 이 얄개들의 멤버였던 유완무, 이경환, 정원진이 작년 10월 파릇파릇한 신인 김성준과 함께 새로운 밴드 ‘푸르내’를 결성했다. ‘푸른 시내’라는 뜻을 지닌 밴드명은 얼핏 들었을 때 뭔가 따뜻하고 착한 이미지를 줄 수도 있지만, 이들의 음악은 그런 이미지와는 좀 다르다. 베이스와 보컬을 맡고 있는 김성준의 건조한 목소리와 자조 섞인 가사들은 왠지 모를 차가움을 품고 있다. 게다가 극도로 절제된 이경환의 기타, 무언가 힘이 빠진듯한 유완무의 보컬과 리듬기타, 그리고 냉철한 정원진의 드럼 또한 이러한 차가움을 더욱 증폭시켜준다. 이러한 특징들이 은근히 경쾌한 리듬과 뒤섞이면서, 푸르내는 우울하지도 않지만 즐겁지도 않은 어떤 미묘한 감수성을 자극한다. 이들의 첫 싱글 ‘시장 속으로’를 들어본다면, 당신의 감성이 확장되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곡소개
• 시장속으로
여기서 시장은 우리 모두의 관계를 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회를 담담하고 쓸쓸하게 관조하는 듯한 가사가 살짝 술렁이는 리듬 위에 얹어진다. 이 곡을 듣는 당신은 쓸쓸하게 몸을 흔들고 있을지도.
• 마음
암흑 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드는 것 같은 느낌의 인트로는 이내 우리를 담백한 기타 팝의 음율 속으로 인도한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을 때 이 노래를 들어보라. 인생 속에서 마음대로 되는 일이 정말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세레나데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을 그리는 마음이 유완무의 황량한 목소리를 타고 공간을 울린다. 하지만 이 발라드 속에서 그는 절대 울부짖지 않는다. 곡의 후반부가 페이드 아웃 되듯이, 그의 목소리는 그저 담담하게 사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