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자켓에 not for sale 표시가있으나 나머지는 새상품과 같음
X-ECUTIONERS / BUILT FROM SCRATCH
“The Real Backbone Of Hiphop Is Disc Jocks!” Dilated Peoples의 두번째 앨범 [Expansion Team]에 수록된 “Clockwork”중 Rakaa Iriscience의 마지막 라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힙합음악”이라고 하면 무조건 “랩”부터 떠올리지만, 아니 “랩”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따져보면 힙합은 MC들이 만들어낸 장르가 아니라 DJ들이 만들어낸 장르인 것이다. 그야말로 힙합의 실질적 중추임에도 불구하고 DJ들은 항상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MC들의 뒤에서 묵묵히 턴테이블을 연주해올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5년전쯤 발매되었던 X-ecutioners의 데뷔앨범 [X-pressions]는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Roc Raida, Mista Sinista, Total Eclipse, Rob Swift, 네 명의 DMC 챔피언들로 구성된 수퍼 DJing 그룹 X-ecutioners가 들려준 놀라운 턴테이블 음악은 Dr. Dre나 Puff Daddy 등의 프로듀서들이 만들어낸 팝적인 느낌의 힙합이 아닌 보다 본질적인 힙합이었고, 턴테이블리즘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계기가 된 클래식이었다. Q-Bert와 Mix Master Mike 등이 소속되었던 서부의 Invisibl Skratch Picklz가 실질적으로 해체하면서 이제 턴테이블리스트 집단으로는 유일한 존재가 된 뉴욕의 X-ecutioners가 5년만의 신작 [Built From Scratch]를 내놓았고, 그간의 기다림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준다. 우선 Public Enemy의 [Yo! Bum Rush The Show]의 앨범커버를 그대로 재현한 커버 디자인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 본작에서, 현란한 스크래칭 보다는 묵직한 그루브에 중점을 두는 X-ecutioners의 비트는 여전히 헤비한 베이스로 고막을 울리며,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피쳐링 MC 집단이 가세하여 랩 게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힙합씬 전체를 점령하려 하고 있다.
먼저 베스트 트랙을 꼽자면, 기관총 랩퍼 Pharoahe Monch와 웨스트 코스트의 터프가이 Xzibit, Wu-Tang의 Inspectah Deck, 그리고 Skillz가 피쳐링하고 Monch의 히트곡 “Simon Says”의 hook부분을 따온 “Y’all Know The Name”을 선택하겠다. 귀에 쏙 들어오는 비트와 힘있는 랩핑의 조화, 오랜만에 들어보는 완벽한 곡이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을 꼽자면, 지난해 가장 성공적이었으며 그래미까지 거머쥔 초대형 신인 락 밴드 Linkin Park와 함께 한 “It’s Goin’ Down”을 들 수 있다. Linkin Park의 DJ인 Joseph Hahn과 MC Mike Shinoda가 참여한 이 곡을 통해 Linkin Park 자신들의 “혼합이론(hybrid theory)”이 좀더 견고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X-ecutioners가 Linkin Park와 함께 작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행에 내심 걱정을 했었는데,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 곡과 비슷한 느낌의 헤비한 트랙 “Let It Bang”에는 M.O.P.가 참여하여 예의 살벌한 랩핑을 쏟아 낸다. 이외에도 반가운 이름들이 많이 눈에 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아티스트” DJ Premier는 “Premier's X-Ecution”이라는 곡에 참여하여 실력을 겨루며, Handsome Boy Modeling School, Deltron 3030, Gorillaz, 그리고 자신의 솔로까지 한창 바쁘게 지내고 있는 Dan “The Automator” Nakamura는 X-Ecutioners Theme Song에 참여했다. Automator는 최근 발매한 자신의 첫 믹스테잎 [Wanna Buy A Monkey?]에도 이 곡을 수록하며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갱스타 랩퍼들 Big Pun과 Kool G. Rap이 참여한 “Dramacide” 역시 훌륭한 트랙이며, Biz Markie가 참여한 Tom Tom Club의 “Genius of Love”도 재미있는 선곡과 리메이크이다. 한편 X-ecutioners의 특기(스크래칭)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 트랙들로는 "3 Boroughs", "Feel the Bass", "X-ecutioners Scratch" 등을 들 수 있다. 비록 Invisibl Skratch Picklz처럼 정신없는 스크래칭을 즐겨 쓰지는 않지만, 이 형님들도 한 가닥씩 하는 DMC 챔피언들인 것이다.
얼마 전부터 Dilated Peoples, Jurassic 5, Talib Kweli & DJ Hi-Tek 등이 인기를 끌면서, 일반 힙합팬들에게도 DJ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힙합 씬은 MC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이 앨범 [Built From Scratch] 이후로는 DJ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리라 생각된다. X-ecutioners 자신들 4명 만으로도 충분한 실력과 감각을 갖추었음에도, 외부의 DJ들과 MC들을 불러모아 살을 입히고 번쩍번쩍하게 광까지 낸 이 앨범을 듣고 나면 누가 감히 DJ를 홀대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