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에 중독된 우리가 깨달은, 평범함의 ‘진짜’ 깊이
스트릿건즈 정규 1집 [Ordinary Band]
누구나 ‘자신과 타인이 구별될 만한,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 보일 만한’ 특이한 점을 갖기를 원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더욱 더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갈구한다. 하지만 원하는 특별함을 얻었다 해도, 우린 더 나은 특별함을 갖겠다는 욕망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너와는 다른 ‘특별한’ 내가 됐다고 만족한 순간,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질 때도 있다. 나와 다르면 별나다 여기는 세상의 아이러니.
그렇다면 ‘진짜 특별함’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욕망해온 ‘특별함’은 ‘진짜 특별함’일까? 스트릿건즈의 이번 앨범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 ‘특별’했던 13년 차 밴드
‘스트릿건즈’란 생소한 이름의 속살을 들여다 보면, 익숙한 이름과 마주하게 된다. 미국
국내 최초 로커빌리 밴드란 특별함은 그들로 하여금 로커빌리의 정통성에 매달리게 했을 지 모른다. 포마드로 빗어 넘긴 리젠트 헤어나 검은 가죽 향취로 공연장을 물들이던 로커빌리 패션은 13년간 이 밴드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일본 최대 로커빌리 축제인 ‘도쿄빅럼블뮤직페스티벌’ 기획팀은 그들의 프로필 사진만으로 그들을 페스티벌에 초청했을 정도. 음악적으로도 ‘한국 로큰롤의, 더없이 흥겨운 초석’이라는 평을 받으며, 한국에서 듣기 힘든 로커빌리 음악의 전도사로 여겨져 왔다. 그들은 13년간 특별한 밴드인 동시에, 별난 밴드였다.
# 우린 ‘Ordinary Band’다 – 평범함의 ‘진짜’ 깊이
“로큰롤은 어렵지 않아! 코드 3개만 알면 누구나 로큰롤을 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하지”라 말하던 1950년 대 태초의 ‘로큰롤’과 자유로움의 정수, ‘컨트리’가 결합하여 태어난 장르가 바로 ‘로커빌리’ 아닌가. 특별한 소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Ordinary People(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꿈을 꾸고, 진짜 노래를 하는 장르가 바로 ‘로커빌리’인 것이다.
지난 13년 간, 세계 로커빌리 팀들과 교류를 하며 쌓아온 장르적 초석이 단단해 진 시점. 밴드는 지금까지 조금씩 조금씩 느껴온 깨달음들을 음악 활동에 풀어내기 시작했다. 확연히 남들과 달랐던, 리젠트 헤어와 가죽 아이템은 더 이상 그들을 설명할 수 있는 필수 요소가 되지 못한 지 오래. 멤버들의 음악 활동 좌표도 더욱 유연해 졌다. 국내 1호 로커빌리 업라이트 베이시스트로인 ‘로이’는 소찬휘와 함께 공동 작업한 앨범 [네오 로커빌리 시즌]을 세상에 내놓으며, 로커빌리의 대중적 영역을 넓히는 작업을 선보였다.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보컬 ‘철수’의 합류가 변화를 낳았다.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몸으로 느끼는 음악’이란 평을 받던 그들 특유의 체취는 그대로 맡을 수 있으나, 가사는 더욱 심장 박동과 닮아졌다. 특히 반복되는 보통 날이 단단하게 빚어낸 일상을 음표로 옮긴 곡들이 유독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타이틀곡
타이틀곡
2015년 ‘스트릿건즈’란 새이름으로 탄생시킨 정규 앨범 [Ordinary Band]은 지난 세월, ‘한국 로커빌리의 항해를 기록한 지도’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의미는 ‘보통’의 진짜 깊이를 음악으로 깨닫게 해 준 앨범이라는 것에 있지 않을까. 결국 진정한 특별함은 가슴이 뛰는, 살아있는 ‘보통 사람’에게서 나오는 거니까.
1. Rock is Black
2. Everybody Needs Rock and Roll
3. 넌 너무 쿨해
4. Let Me In
5. Crazy Night
6. Ordinary Band
7. Black Rose Tattoo
8. Crazy About You
9. Back To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