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곡부터 압도적이다. 70년대 초반의 음악성에 현대적 테크놀러지가 더해진 데다, 매우 펑키하고 록킹하기까지 하다. 정서적인 합과 몽환적인 비행이 놀라울 정도로 독특하고 매력적인 밴드의 등장!" -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소위 '네오 소울' 로 불리는, 90년대부터 본격화된 블랙뮤직의 한 갈래로부터 영감을 받은 듯한 도회적이고 절제된 드러밍, 그에 발맞춰 심플하게 연주한 베이스와 기타, 그리고 한국적으로 블루지하다는 인상을 주는 남성의 목소리. 나는 이 음악을 들으며 '한국' 과 '남성', 그리고 '도시' 를 계속 떠올렸다." - 단편선과 선원들, 단편선
록과 재즈의 시너지로 탄생된 특별한 음악적 바운더리
얼스바운드는 기타 겸 보컬 김각성, 베이스 김영, 드럼 박성국으로 이루어진 3인조 밴드로, 2013년 12월에 결성되었으며, 모두 서울 재즈 아카데미 출신들로서 각자 인디 씬에서 다년간의 음악적 관록을 쌓은 실력파들이다.
얼스바운드에서 추구하는 장르는 록이 지배적이지만, 베이스와 드럼 파트인 김영, 박성국이 가지고 있는 재즈적인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록의 거칠면서도 시원한 느낌과 따스한 재즈의 감성이 서로 충돌과 응집을 이루는 이번 1집은, 보컬의 음색과 멜로디의 편안함 때문에 듣기 어렵지 않은 음악으로 다가오는 것은 물론, 한 곡 한 곡마다 감정선을 따라 세심하게 배치된 연주 파트 또한 탄탄한 실력과 재치를 갖추고 있어 특별한 만족감을 선호하는 리스너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 얼스바운드 1집 'Hangover', "숙취를 닮은 기억들의 아카이빙"
얼스바운드의 이번 1집 'Hangover'는 1번 트랙 '숙취' 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여러 기억의 아카이빙이다. 불안과 위태로움(서서히 끝나는 노래), 형편없이 망가진 모습(촌스런 게 먹힐 것), 판단력을 상실한 행위 뒤에 오는 허무함(씁쓸한 여자랑) 등, 술이 깨고 난 뒤에 기억나는 멋쩍은 기억의 다양한 단편들이 앨범을 통해 하나씩 꺼내어진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때로는 투박하게, 때로는 술이 막 깬 뒤의 몽롱한 듯한 음색으로 부르는 보컬의 목소리는 가사의 내용과 묘하게 어울려 들어가며, 듣는 사람에게 공감을 구한다.
한편 'Hangover' 앨범은 가사 내용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들을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우선 곡들은 모두 김각성이 제시하는 모티브 아래 모든 멤버들이 아이디어를 개진하면서 흐름을 결정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보컬 멜로디와 가사만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감정의 흐름을 후반부에 배치된 연주에 녹여냈다. 예를 들어 '숙취' 의 경우, 멜로디 있는 부분에서는 공간을 편하게 열어 놓은 채로 잔잔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지만, 메인 기타가 끼어들면서 격앙되는 분위기는 멜로디만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주 파트를 길게 놓으면서 감정선을 빡빡하게 잡아가는 식이다. 이처럼 얼스바운드의 'Hangover' 앨범은, 비움과 채움의 적절한 줄다리기를 경험할 수 있는 곡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다양한 취향을 가진 리스너들 모두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 마음대로 춤추고, 얘기하고, 들어주는 악기들의 다정한 느낌
- 뜨거운 보컬, 차가운 드럼을 중화하는 베이스로 완성되는 안정감
또한 각 멤버들 간의 상이한 음악적인 취향은 앨범의 특징을 결정하는 것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비규칙적이지만 틀을 놓치지 않는 드럼의 자유스러운 연주는 힙합과 재즈에 기반을 두고, 정제되지 않은 거친 멜로디와 기타는 말 그대로 진한 록의 냄새를 풍긴다. 여기에 록에서 비교적 연주하지 않는 재즈적인 음들을 녹여내는 베이스를 얹어 합을 이루는 것으로, 얼스바운드의 앨범은 안정감 있으면서도 특별함을 잃지 않는 무드를 완성한다. 기타가 공간을 열면 드럼은 마음껏 놀고, 보컬은 떠들고, 베이스는 그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느낌인 것이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요소들을 갖추면서도 대중적인 편안함을 놓치지 않은 얼스바운드의 이번 앨범은 3월 5일 음반발매와 함께 모든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 공개되며, 3월 28일 클럽 빵에서의 단독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1. 숙취
취기 어린 상태에서는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처럼 불필요한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중 어떤 생각을 아주 강경하고 강압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건 아마도 자신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던 생각들에 대한 이유 없는 맹신에서 오는 게 아닐까. 그렇게 술자리가 지나고 난 다음 날은 역겨운 숙취 같은 오해나 슬픔이 찾아오고, 그러했던 태도를 회피하고 싶어진다. '숙취가 주는 수치'에서 곡은 시작된다. 곡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긴 솔로 구간이 취한 상태의 혼란스럽고 불만에 차 있는 정신상태를 상징한다.
2. 서서히 끝나는 노래 (Intro)
3. 서서히 끝나는 노래 (Full Ver.)
이 곡은 불안과 위태로움이 종교처럼 의지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노래'라는 단어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많은 가지를 뻗어 나갔고, 결국 그 의지함의 범위는 '타인'이라는 존재에까지 미쳤다. 하지만 스스로 소화할 수 없는 불안감을 다른 데에 의지하려는 감정으로는 누구와도 공감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는 내용을 표현해보았다.
4. 촌스런 게 먹힐 것
형편없이 망가진 모습은 기억 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발에 있는 티눈처럼, 너무나 불편한 데 도통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가끔은 그것이 오히려 자유로워 보이고 더 진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문득 남들이 이런 모습을 비웃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것을 표현해보았다.
5. 씁쓸한 여자랑
'이성적 판단을 결말로 지니는, 본능적이고 비이성적인 판단' 의 가장 큰 예는 섹스가 아닐까.
시작은 판단력이 흐려질 만큼 황홀하지만, 끝은 허무함과 함께 어떤 상황판단이 따르는 것 말이다. 판단이 시작되는 이유는, 이 행위에 얽힌 어떤 관계도 때문이다. '씁쓸한 여자랑'은 자신만의 관계도에서 빗겨나간 상황에서의 섹스를 이야기한다. 발생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 발생한 관계 그 이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서로 다른 방으로 걸어 들어가듯 이성적인 판단을 개입시키며 끝내고 말면 되는 것일까? 이 부분은 항상 나에게 숙제이다.
6. MINOR CLUB
'MINOR CLUB'이라는 곡은 내가 상상하는 클럽에서 나왔으면 하는 배경음악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춤추고 놀 곳에서의 음악은 경쾌하면서도 어지럽고, 다이나믹하다가도 멈칫하게 하는 곡이다.
7. HI THERE
십 년 전 온라인상에서 만난 새 친구가 있었는데, 그녀는 나에게 음악 소개와 더불어 음악을 듣는 사람의 태도에 관한 고민을 하게 만들어줬다. (닉네임이 '슴주리'라는 친구였다) 'HI THERE'의 가사는 당시 온라인상에서 나눈 대화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8. 서서히 끝나는 노래 (Radio Edit.)
3번의 풀 버전을 다른 분위기로 편곡했다. 곡 시작의 나레이션이 '작은 방'이라는 단어를 설명한다. full ver.의 작은 방이 과거 회상의 한 부분이라면, 이 곡에서는 현실에서 나를 가로막는 - 노래할 수 없을 만큼 작은 - 것들을 상징한다.
9. 해몽
레코딩을 하던 당시, 스튜디오 안에서 갑자기 시작해 그대로 앨범에 실린 곡. 중간에 멈추는 부분은 드럼 세팅을 다시 하느라 멈춘 것인데, 이런 부분까지 모두 살려 당시의 현장감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오히려 더 자유로운 앙상블이 되어 만족스러웠던 곡이다.
1. 숙취
2. 서서히 끝나는 노래 (Intro)
3. 서서히 끝나는 노래 (Full ver.)
4. 촌스런게 먹힐 것
5. 씁쓸한 여자랑
6. Minor club
7. Hi there
8. 서서히 끝나는 노래 (Radio edit)
9. 해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