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한다, 그려본다, 이제는 다가간다.
상상하는 홍대 여자 이매진(I:magine)의 첫 번째 정규 1집 앨범 [Imagine you]
사람들을 만나면“임예진이 아니고 이매진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이름처럼 열심히 음악에 매진(邁進)하고 싶고 솔드 아웃(賣盡)도 시키고 싶다. ‘월간 윤종신’ 님의 부지런함과 꾸준함에 깊은 감명을 받고 2014년에는 그분처럼 한 달에 한 번씩 디지털 싱글 음원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곡들과 신곡을 모아 첫 정규 1집 앨범을 내놓는다.
앨범 속 14개의 곡들은 팝과 포크, 모던락 장르의 어디쯤에서 자유롭게 유영한다. 쉽고 대중적인 멜로디와 따뜻하고 청아한 목소리, 그리고 일상의 용어들로 빚은 탁월한 스토리텔링은 이매진이 가진 강점임이 분명하다. 음원 시장에 흔히 쏟아져 나오는‘소녀 감성’곡들과 그녀의 노래가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쉬운 말들로 쓰였지만 통찰력이 깊게 밴 가사와 때로는 달고 때로는 축축한 보이스, 중독성 있는 멜로디, 기타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편곡 등의 화학작용 때문일 것이다.
Imagine you. 당신을 상상한다는 말. SNS 페이스북에서 쓰는 이매진의 이름이기도 하다. 앨범에 실린 모든 곡에는 모두 ‘당신(너)’이 등장한다. 관계에 서툴고, 마음 전하는 데에도 느리고,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는 나와 당신의 모습이 이 곡들에 담겨있다. 앨범 속 어떤 곡, 어디쯤에서든 당신은 그녀가 상상한 당신의 모습과 마주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밤중보다는 한낮에, 즐거울 때보다는 마음이 조금 답답할 때, 그리고 애인이 있는 사람보다는 애인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권하고 싶은 음악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절, 부디 당신, 이매진의 음악과 함께 변함없이 청춘의 모습으로 사랑하며 버텨내시라.
1 처음부터 널
“처음부터 널, 조금씩 널, 그렇게 널, 지금도 널, 여전히 널, 좋아해 널, 아직.”
수줍어서 좋아하는 사람 앞에 나서지도 못하면서 한편으로는 용감하게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노래입니다. 어쩌면 그건 반대로 그가 나를 봐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정말 강한 마음일 거예요.
2 그냥 그냥 그냥
“얼마나 가르쳐 줘야 이 남잔 어른이 되어 나를 달래줄까. 얼마나 더 토라져야 날 이기는 방법을 네가 알게 될까.”
연애생활백서 ‘여자 심리’편. 여자 친구가 화가 났을 때에는 그저 묵묵하게 손을 잡고 따뜻한 눈빛으로 안아주세요. 못 이긴 척 안길지도 몰라요. 곡 제목을‘걍걍걍’이라 줄여 부르기도 합니다.
3 청춘에게
“나는 몰랐었네, 모든 날이 눈부시게 푸르렀던 축제의 주인공들. 우린 외로웠네, 힘껏 달려 이 시절을 만났지만 외톨이네.”
왜 지나고 나면 어설펐던 시절도 추억 속에 반짝이는지 모르겠어요. 청춘이라는 축제의 시절을 모르고 달려와 보니 외톨이라고 고백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아 더 쓸쓸한 모던락 곡입니다.
4 점, 선, 면
“선과 선을 이루며 우린 서로 너를 나로 나를 너로 착각하고, 껴안아 면이 되어 우린 그렇게 잠깐 한 사람인 것처럼 보였네.”
관계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결국 너는 내가 아니었구나, 하는 엔딩은 언제나 슬프지만 당연해요. 점끼리 만나 선과 면을 이루던 사람들이 다시 점으로 돌아가곤 하죠. 멜로디와 가사가 금세 완성된 곡입니다.
5 작은 위로
“괜찮다고 해줄래? 며칠 지나면 다 잊을 거라고, 누구나 실수는 한다고. 괜찮을 거 같아. 네 한 마디면 정말 기운이 날 거야, 난 다시 힘을 낼 거야.”
꽤 발랄한 노래로, 정말 그렇습니다. 귀가 얇아서 당신의 한 마디에도 힘을 냅니다. 좋은 노래는 코드가 네 개라던데, 이 곡은 얄짤 없이 코드 네 개 반복입니다.
6 그 말
“넌 얼마 안 가 잊었겠지만, 넌 벌써 맘이 끝났겠지만, 난 몰라. 얼마나 이렇게 기다려야만 내 맘 네 맘처럼 차가워지는지.”
가사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 담아 부른 노래입니다. 이런 가사는 폐쇄된 옛 미니홈피에서 많은 소스를 얻습니다.
7 나의 우주
“희미한 바람, 낡은 두 운동화, 젖은 구름 뒤에 별을 찾네. 따뜻한 두 손, 고운 네 숨소리, 잠든 너의 하얀 얼굴을 만져봐.”
옥탑방, 낡은 운동화, 잠든 나의 우주. 가난한 연인의 사랑을 생각하고 썼어요. 기타 편곡이 마음에 드는 곡입니다.
8 고백 (Let me in)
“어디까지 그대 마음인지. 어디까지 친절인 건지. 어쩌면 내 착각인 걸까. 뭐라고 말 좀 해줘요.”
제겐 짝사랑 감성이 다분합니다. 속 시원하게 고백하는 노래를 쓰고 싶었고, 블루지한 진행의 곡을 처음 시도했습니다. 이렇게 사람 마음 헷갈리게 하는 사람들, 왜 그러는 건가요?
9 무대책 카레송
“일단은 울었고, 이단은 자고 일어났지. 삼단은, 글쎄 뭐 다 잊었어. 이제 끓여놓은 양파로 카레나 끓여 먹자!”
카레를 좋아합니다. 요리는 사실 잘 못해요. 뭐든 대책이 참 없는 편입니다.
10 너의 친구
“너도 그 앨 좋아하는 거지. 너의 친구 얘기 좀 해 봐. 너도 이제 연애를 해야지. 하긴 너의 친구 참 괜찮더라.”
3/4박자 짝사랑 노래로, 뒷모습만 바라보다가 결국 그 친구는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가버렸어요.
11 바람이었네
“간신히 아문 마음을 베어놓고 그 겨울바다를 데려와 차갑게 흩어진 그대는 바람이었네.”갑자기 코로 훅 들어온 바람이 기억 속 어느 날의 사람과 온도, 냄새를 불러오곤 합니다.
12 아무렇지 않아
“널 닮은 사람을 봤어. 네 흔한 이름 들었어. 널, 널 떠올릴 것들 투성이었어.”
비로소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순간이 오더라는 깨달음과 기쁨이 이 곡을 쓰게 했습니다.
13 12월, 눈이 온다
“그대가 조금 늦을지 몰라도 좋을 거예요, 혼자인 시간도.”
2014년 12월에 싱글로 냈던 노래를 여름 발매되는 앨범에 넣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지만 수록했습니다. 한여름 12월 곡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번 12월에 눈이 자주 와준다면 좋겠습니다.
14 I remember you
“I remember you. 서툴던 고백에 가만히 웃음 짓던 너. 이젠 기억 속에서만 울리는 너의 그 목소리.”
이매진이 프로듀서 넌과 활동 중인 모던 애시드락 프로젝트 듀오 시보롱보롱(Siborongborong)의 곡입니다. 학창시절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보너스 곡입니다.
1. 처음부터 널
2. 그냥 그냥 그냥
3. 청춘에게
4. 점, 선, 면
5. 작은 위로
6. 그 말
7. 나의 우주
8. 고백 (Let me in)
9. 무대책 카레송
10. 너의 친구
11. 바람이었네
12. 아무렇지 않아
13. 12월, 눈이 온다
14. I remember you (from 시보롱보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