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적 감성과 러프함을 겸비한 클랩스가 선사하는 몽환의 시간
무심코 흘러가는 시간에 지워지기 쉬운 삶의 조각들, 그마저도 하루하루의 모양이 다르다. 순간의 아득함 속에 희석되어버린 짙은 혼란과 변화에 대한 설레임,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채 마치지 못한 미묘한 불안함을 담았다. 듣다보면 기승전결이 뚜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주제의식이 자연스레 이어짐에도 각 곡의 색이 선명해 금세 흡족함을 준다. 스토리가 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클랩스의 이데아가 가장 잘 느껴지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밴드의 이름은 독일어로 반쯤 미친, 비정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굳이 희망을 피워내려 애쓰는 '귀에 단' 음악과는 달리 오히려 삶의 어두운 면을 솔직하게 드러내지만 마치 해질녘 친구와 함께 바람 불어오는 모래사장에 몸을 털썩 뉘인 듯 편안하다.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처럼 아스라이 귀를 덮는다. 본질에 충실해서인지 거침없이 마음에 닿는다.
무엇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일도 사랑도 여타 다른 삶의 초상들도 어떻게든 그려내야만 하는 시절. 그야말로 뒤죽박죽인 스물 셋을 표현하고자 앨범 제목을 Konfusion 으로 정했다. 청춘의 덧없음과 고독은 물론, 이별 후 겪는 멜랑꼴리를 피하기 싫어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꾸미지 않아 담백하지만 때로 거침을 넘어선 폭발적인 사운드가 중독성 있다. 작사와 작곡을 담당한 보컬 김태훈의 시원한 탁성과 멤버들의 개성있는 편곡이 어느새 멜로디를 입술로 옮기게 한다.
우리는 안다. 음악의 결국적 존재 이유는 청자이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위해 클랩스가 있음을.
1. Dope
2. 이상기후
3. Change
4. 왜
5. Bad Finish (Remastering)
6. 악몽 (Remaste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