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양호한 상태
그녀의 새 음반은 당장 앨범 재킷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통기타를 옆에 놓고는 무릎에 손을 대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 장필순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사진이 아닌가 싶은데, 부클릿을 넘겨보면 거의 작품에 가까울 정도의 멋진 스틸 사진들이 조각조각 모자이크 되어 있어 퍽이나 인상적이다. 놀라운 것은 이 사진들을 찍고 디자인까지 한 사람이 바로 본 앨범을 프로듀스한 조동익이라는 사실. 원래부터 이 분야에 강한 취미를 갖고 있던 조동익이 직접 디자인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앨범에 담은 음악은 일명 포크 록. 포크 음악에 전자 기타를 도입한 밥 딜런에 의해 전개된 포크 록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녀의 음악은 포크 록의 기본 형태만를 취한 상태에서 소프트하고 리드미컬하게 만들어 낸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이렇게 포크 음악에 관심을 갖기는 사실 처음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1집과 2집에서 퓨전 음악을 했다는 것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 그녀가 본격 포크 음악을 시작한 것은 3집부터.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시까지만해도 퓨전 음악을 했던 조동익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3집부터 포크 음악을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후 4집에서 더욱 심화된 것이 이번 앨범에 이르러 활짝 꽃을 피웠다고 볼 수 있겠다.
외로움 주제로 소프트하고 리드미컬한 포크 록 담아
앨범 수록곡들의 내용은 대체로 제목에서 말해주듯 외로움 을 주제로 삼고 있다. 간간이 포크의 정신과도 일면 상통하는 메시지 송들이 섞여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그렇다. 타이틀곡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때 는 물론이거니와 그래 (장필순 작사/작곡)라는 노래를 보면 혼자로 지내는 것이 자유스러워 보이겠지만 그 나름대로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녀에 관한 짧은 얘기 (장필순 작사/작곡) 역시 남이 나를 바라볼때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아직도 진실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메시지를 담고 있는 노래로는 문명의 이기와 도처의 위험을 지적한 TV,돼지,벌레 (조동익 작사/작곡)와 거미의 한정된 자유에 대해 언급한 스파이더 맨 (윤영배 작사/작곡) 등을 들 수 있다.
총 12곡을 차분히 듣다보면 그녀의 창법이 한층 변화되었음을 읽어낼 수 있다. 이에 대한 장필순의 얘기.
처음엔 노래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며 시작했어요.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나 보다 더 잘하는 가수들이 많이 등장했어요. 이선희, 신효범 등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 말예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젠 가창력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들어서 좋은 음악 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음악 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음악을 대하는 좀더 진지한 자세... 이것은 또 포크의 정신과도 맞아 떨어지죠
장필순 하면 라이브를 잘하는 가수로 손꼽힌다. 그만큼 라이브를 자주하면서 그것으로 승부를 거는 뮤지션이라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는 좀 더 완성된 라이브를 하고 싶단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공연은 더 이상 많이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한 번을 해도 좀 더 짜임새있게 하며 매번 다른 구성으로 관객을 만족시켜주겠다는 것. 늦가을 쯤이면 그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다. 오는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열흘동안 총 15회에 걸친 장기 공연이 계획되어 있다.
그녀는 또 좀처럼 안하던 일을 했다. 텔레비전에 출연을 한 것. 지난 8월 30일 방송된 KBS TV <이소라의 프로포즈>가 그것이다. 갑자기 왠 TV 출연인가 했더니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이소라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고. 이 프로그램을 위해 그녀는 출연 의상까지 준비하느라 돈 좀 썼다는데... 그녀 같은 라이브형 가수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기에 선뜻 출연에 응한 것이란다.
이 밖에 그녀는 조만간 언플러그드 음반을 만들어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하나음악 식구들이 대거 참여해 만들 예정이 겨울노래 라는 음반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진지한 여성 뮤지션 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장필순. 아무쪼록 좋은 노래 많이 불러주길 기대할 뿐이다
1. 첫사랑
2.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때
3. 스파이더 맨
4. Tv, 돼지, 벌레
5. 풍선
6. 빨간 자전거타는 우체부
7. 그래
8. 그녀에 관한 짧은 얘기
9. 넌 항상
10. 사랑해 봐도
11. 이곳에 오면
12. 집으로 돌아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