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이호석은 두 번째 정규음반 [이인자의 철학]에 사색의 발자취를 담았다. 그는 누군가의 흔적을 따라 그 끝에 도달하지 못할 여정임에도 묵묵히 걸어간다. 그래서 그는 누군가의 뒤를 밟는 영원한 이인자의 신세이다. 그는 오늘 이곳에 도착하고 내일 또 떠나는 걸 반복하는 여정에서 스치는 생각을 노래로 붙들었다. “이 앨범은 자의적 성찰이 큰 주제입니다. 그래서 곡들 대부분이 혼자거나, 독백하거나, 생각하는 중입니다.”
어쿠스틱팝 밴드 아서라이그 출신의 이호석은 이아립과의 프로젝트 하와이, 집시음악을 연주하는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솔로 데뷔음반 [남몰래 듣기]를 자체제작으로 발표했고, 동료인 이아립, 김목인 등의 음반에 기타연주와 코러스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10곡을 담은 2집 [이인자의 철학]은 햇수로 4년 만의 정규음반이다. 2년이란 시간 동안 곡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며 음과 그에 담긴 감정을 되새겼다. 어쿠스틱 기타가 곡의 중심을 잡고 여러 건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책과 여행은 곡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음반의 시작을 여는 “비정체성”은 문제의 화살을 밖으로 돌리고, 주변환경과 상황만을 탓하는, 근거 없는 ‘힐링’에 집착하며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자신에 대한 의심만 남아있는 삐뚤어진 정체성에 대한 곡이다. 침잠하는 드럼과 어쿠스틱 기타의 흐름이 인상적인 “유체역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와 액체의 흐름처럼 유동하는 기분이 느껴지도록 느린 패턴이 반복된다. 풍경처럼 펼쳐지는 건반의 음들이 인상적인 “야만인”은 문명에서 비켜난 야만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오랫동안 맘에 품었던, 책에서만 보았던 고시에 도착해 삶의 휴식을 발견한 여행기 “방문자”와 내용보다는 어감으로 요일과 동물이라는 관계없는 것을 묶어 노래하는 “화요일의 기린”은 비교적 가벼운 어조의 곡들이다. 대부분의 편곡과 연주를 스스로 해냈고, 동료 뮤지션인 이동준(베이스)과 오형석(드럼)이 도움을 주었다.
“누군가는 여정의 끝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 존재의 본질일지도, 어쩌면 생성과 사멸의 순간일지도, 어쩌면 허무로 가득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같이 아둔한 인간은 결코 그곳에 도착하지 못하리란 걸 안다. 그래서 누군가의 흔적을 따라 그저 천천히 앞으로 나아 갈 수밖에 없다. 연약해도 좋다. 거리도 속도도 방향도 없는 길 위에서 조금씩 자라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누군가의 뒤를 밟는 영원한 이인자인 셈이다.”
Discography
아서라 이그 EP [Asra IG Introduce] (2009)
하와이 1집 [티켓 두장 주세요] (2011)
이호석 1집 [남몰래 듣기] (2012)
싱글 [귀를 기울이면] (2013)
2집 [이인자의 철학]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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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icmuse.tistory.com
electricmuse.bandcamp.com
1. 비정체성
2. 유체역학
3. 야만인
4. 방문자
5. 누군가
6. 순환고리
7. 사물들
8. 화요일의 기린
9. 잘못
10.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