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일렉트로닉 음악의 독보적인 밴드 IDIOTAPE의 리메이크 앨범
조용필, 산울림, 갤럭시 익스프레스, Frants의 음악을
이디오테잎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다!
이디오테잎은 그동안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이 1960~70년대 한국 밴드들의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고 얘기해왔다. 그룹의 공연장에 가면 정말로 산울림에서부터 송골매에 이르는 다양한 옛날 음악들이 특유의 일렉트로닉 스타일로 공연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디오테잎의 리메이크 앨범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TOURS THE REMIXES] 이후 1년 만에 발표되는 신작 [RE]는 길게는 20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동안의 리메이크 작업을 종합한 결과물이다. 정식 싱글로는 발표되지 않았던 오랜 공연 레퍼토리들을 심혈을 기울인 스튜디오 작업을 통해 세심히 다듬어 내놓았다. 거장들의 곡들 뿐만 아니라 동시대 밴드들까지 아울러 4곡을 선별해 EP로 모아냈다. 앨범 제목인 ‘RE’는 ‘Remake’, ‘Remix’의 뜻도 있지만 옛 음악에 대한 ‘Reply’, ‘Response’, ‘Reaction’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RE]는 단순한 리메이크 앨범이 아니다. 형식이 상당히 흥미롭다.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밴드'와 '일렉트로닉'이란 양면을 가진 그룹답게, 일반적인 리메이크 방식과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특유의 리믹스 방식이 동시에 시도됐다는 것이다. 흔히 리메이크라고 하면 원곡이 새롭게 편곡, 연주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RE]는 이런 리메이크 개념에 더해 원작자의 보컬이 그대로 실렸다. 원곡의 아카펠라(보컬 트랙)를 기초로 새로운 연주를 쌓는 ‘리믹스’의 방식을 응용한 것이다. 재밌는 건 [RE]가 리믹스의 관점에서도 파격적이라는 것이다. 보통의 리믹스는 원곡을 샘플링해 그 위에 새로운 연주를 얹는다. 그런데 [RE]는 원곡의 보컬을 스튜디오로 불러 처음부터 다시 녹음했다. 이런 경우는 해외에서도 드물다. 프랭키 너클스가 머라이어 캐리나 마이클 잭슨의 재녹음 리믹스를 발표한 적이 있지만 소수의 예외에 불과하다. 이런 면에서 이디오테잎은 국내 리믹스의 역사에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RE]는 밴드와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모두가 신기하게 생각할, 그야말로 '이디오테잎다운' 리메이크 앨범이다.
[RE]는 디알의 드럼을 넘어 다른 영역에서도 신시사이저 이외의 악기를 도입한 실험적인 시도이기도 하다. 인스트루멘탈을 추구하던 과거의 틀을 벗어나 보컬이 전면에 나섰으며, 실제 기타 연주가 대폭 삽입되어 라이브 밴드의 면모가 훨씬 강해졌다. 또한 이를 통해 예전부터 그룹의 음악적 특징이었던 록적인 색깔이 더욱 도드라졌다. [RE]는 이디오테잎의 가장 록적인 앨범이다. 단순한 리메이크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룹의 음악 스펙트럼을 한 뼘 더 넓힌 실험적인 시도다. 어느 작품 하나 쉽게 내지 않는 이디오테잎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글쓴이: 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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