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의 음악세계는 어찌 보면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뮤지션과 교류하고 작업한 경험들이 지금의 나에게 영감을 주었고 지금의 음악을 만들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은 단순히 음악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생각의 관점을 넓게 확장 시켜준 앨범이라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자평을 하고 있자니 조금 부끄럽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제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뮤지션님들 감사합니다.
[윤석철의 곡소개]
1. 독백으로 착각하기 쉽다.
- 전반적으로 드럼과 베이스는 레게 리듬을 차분하고 정직하게 연주하고 있습니다. 피아노는 조금 무심한 듯. 마치 자기 자신은 조금 쿨하다고 생각하는 뉘앙스가 풍기는 그런 솔로 연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텐데요. 이 곡은 그런 것 같아요. 제 허영심이 담겨있는 듯한.
2. 춘곤
- 제목을 많이 고민했던 곡입니다. 원래 만들어질 때부터 춘곤이라는 이름이었지만 어쩐지 음악에 슬픈 정서가 묻어 있어서 맞지 않겠다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한번 태어난 이름은 바꿀 수가 없었어요. 언젠가부터 봄은 조금 슬픈 계절이 되었습니다. 마냥 나른해질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3. 렛슨 중2
- 이 트랙은 100퍼센트 허구임을 밝힙니다. 나는 김간지의 제멋대로지만 뭔가 꿈틀꿈틀 대는 피아노 연주를 좋아합니다. 뭔가 파닥파닥 싱싱한 참치 한 마리를 보는 것 같지 않나요? 사실 김간지 같은 학생이라면 렛슨이 굉장히 재밌을 겁니다.
4. Giant Steps
- 전설적인 색소포니스트 John Coltrane의 곡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 곡을 무척 좋아했고 공부했고 또 많이 연주해 왔습니다. 이 곡을 전부터 순수하게 내 식대로 해석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것에 조금 다가갈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5. 자유리듬
- 순수하게 자유롭게 연주하고 싶었고 멤버들에게 전혀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곡엔 딱히 멜로디나 테마라 부를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연주했죠. 여러분들도 마음을 열고 저희를 믿어보세요. 저희에게 기대서 자유롭게 리듬을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6. 고흐
- 여기서 쓰인 피아노 루프는 ‘Renoir’ 라는 곡에서 가져온 루프라는 점에서 뭔가의 연속성과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루느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이 트랙을 다시 재구성해 보니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떠오르더라고요. 동시대에 살았던 위대한 두 화가가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받았으리라 상상해보면서 만들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