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반의 데뷔 EP 앨범, [100]
미성을 지키기 위해 거세도 마지않는 카스트라토의 그 지독한 순수를 동경하는 듯
천진난만함을 가장한 염세투성이의 그의 노래들은 비오는 창의 흐릿한 저편을 보는 느낌으로 가득하다.
아이라고 하긴 과하고, 어른이라고 하긴 어딘가 모자란 스무살, 그 경계에 놓인 감성을
새벽과 잔뜩 섞어서 내어놓은 듯한 오묘한 느낌의 [100]앨범은 듣는이를 위로하는 방으로 화(化)하여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당신을 묵묵하게 맞이한다.
모든 곡의 작사와 작곡, 편곡, 심지어는 전 악기 파트의 연주와 보컬을 해낸 소위 '원맨밴드'인 반은
앨범 디자인까지 스스로 해내어 인디씬의 만능인으로 거듭났다.
조금은 일관적인 느낌의 드림팝곡들을 위주로 장르를 탈피하려는 시도가 이곳 저곳에서 보이는 신선함은
그가 표방하는 '저물지 않는 밤을 노래합니다.'라는 슬로건처럼 동화같은 감성을 자아낸다.
과한 듯한 리버브가 따뜻하게 마음을 감싸주면서도 결코 떨칠 수 없는 어딘가 차가움이 스며있는 모순적 느낌은
모든 트랙이 겨울 밤을 떠올리며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한다.
당신의 밤을 차갑고 포근하게 안아줄 모순, [100]
그 방에서 잠들어 보자.
1. 효월
2. 나의 세계
3. Rain Pill
4. Planetar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