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먹한 읖조림 속에 깊은 울림이 전해지는.
- 노경보(옥수사진관)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쑥스러운 듯 그제서야 스며드는
아름다운 노래가 여기 있다.
- 송우진(스윗소로우)
따뜻한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것처럼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지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하는 신비한 노래들.
- 짙은
제2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므즈의 데뷔작이다. 수상 직후 재주소년 박경환의 레이블 ‘afternoon records’와 계약해 1년 반 남짓 학업과 음악 작업을 병행한 끝에 첫 앨범 <소복소복, 두리번두리번, 뚜벅뚜벅>을 세상에 내놓는다. 음악이라는 수단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왜 그에게 우호적인 시선을 보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앨범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주요한 단서가 둘 있다. 하나는 그의 예명이고 다른 하나는 앨범 타이틀이다. 김므즈의 본명은 김명정이고 이는 밝고(明) 바르게(正) 자라라는 의미로 (바로 그) 법정 스님이 지어준 이름이다. 하지만 그는 성인이 되어 부모의 그늘에서 점차 벗어나며 밝게 사는 것도 바르게 사는 것도 모두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도리어 밝지 않고 바르지 않은 것들조차 충분히 노래할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에 본명 ‘명정’을 뭉뚱그린 ‘므즈’를 예명으로 정한다. 적어도 음악을 하는 자신만큼은 목적, 책임, 당위 등의 무게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 바람은 앨범 타이틀 <소복소복, 두리번두리번, 뚜벅뚜벅>에도 오롯이 반영되어 있다. ‘소복소복’에는 알게 모르게 쌓여가지만 그다지 유난하지는 않은 일상의 풍경이, ‘두리번두리번’에는 뚜렷한 확신 없이 몇 움큼의 망설임을 쥐고 고민하는 평범한 청년의 초상이, ‘뚜벅뚜벅’에는 유난하지 않고 뚜렷한 확신도 없을지라도 나름의 희망을 품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곡을 쓴다는 김므즈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바로 가사다. 어떠한 그릇(음악)에 어떠한 이야기(가사)를 담아내느냐에 주력한다는 그의 노랫말에는 명료한 서사나 유려한 수사가 없다. 그저 일상적인 단어의 나열이 있을 뿐이다. 그는 단순한 단어의 나열만으로도 우리에게 그럴듯한 이야기를 연상시킬 수 있다며 그것은 II-V-I 진행(음악의 기초적인 코드 진행)이 자아내는 그럴듯함과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릇에 해당하는 김므즈의 음악 또한 그의 가사를 꼭 닮았다. 정교한 계산 아래 뚜렷한 기승전결을 연출하는 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편안함과 낯섦의 경계에서 일상처럼 흘러가는 가운데 소소한 반전을 군데군데 시도하지만 그 모두는 미분화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거대서사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단면을 스케치하며 조촐한 위로를 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기타와 작곡을 독학으로 익혔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몇몇 대목에서 특히 그렇다.
대학 동아리로 음악 활동을 시작해 클럽 공연과 버스킹 등으로 꾸준히 이력을 다진 김므즈가 그리 짧지만은 않은 준비를 거쳐 내놓은 첫 앨범이다. 아래는 김므즈가 밝힌 수록곡의 의미다.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하며 정성스럽게 어루만지다 내놓은 노래들이 누군가를 위한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전해왔다.
홍형진(소설가)
1.도를 아십니까
2.유령
3.할머니, 준희 아빠, 고양이, 혹은 해바라기 얼굴들
4.너의 집 앞 놀이터에서
5.중력
6.새해 첫날
7.너의 바다가 되고 싶다
8.한여름 밤의 꿈
9.크리스마스 그 쓸쓸함에 대하여
10.뿌리내리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 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