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일오비의 5집이 리메이크 앨범으로 기억된다는 것, 복고주의의 대표적인 앨범으로 입에 오르내린다는 사실은 이 같은 사실을 반증한다. 사실상 이 앨범의 수록곡 10곡중 리메이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단발머리'(조용필)와 '슬픈인연'(나미)뿐임으로 리메이크 앨범이라고는 볼 수 없다. 게다가 1번 트랙 '바보들의 세상'이나 8번 트랙 '네티즌',9번 트랙 '아직도 희망은 있어'는 2000년대에 들어도 과히 떨어지지 않을 최신종 테크노 음악들이므로 복고주의란 말도 과히 맞는 말은 아니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을 복고,리메이크 두 글자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두 곡(단발머리,슬픈인연)의 완성도가 각별했다는 뜻도 되고 속지와 아트워크, 그룹의 이미지메이킹등이 성공적이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겠다. 특히 원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살려 분위기 있게 잡아낸 슬픈 인연의 대성공이야 일견 당연한 면이 있다 해도 단발머리의 훵키함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무명이었던 솔리드의 비트박스와 랩퍼포먼스까지 곁들여 정통 디스코 리듬으로 소화해낸 이 같은 퀄리티는 공일오비의 음악의 정점이라고 해도 과장된 말이 아니며 동시대의 뮤지션인 이승환의 '하숙생'(최희준 원곡),봄 여름 가을 겨울의 '미인'(신중현 원곡)같은 리메이크 곡과는 그 수준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이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개성적인 노랫말은 답보상태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지적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속지의 몇몇 부분과 1번 트랙 '바보들의 세상'의 주제의식은 다소 애매모호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가사가 그들의 음악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고, 그들은 언제나 곡을 먼저 쓰며, 가사 위주로 평가를 하는 현단계 한국의 가요평론이 나름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라는 점은 알고 있지만 그들이 인기를 얻고 주목받는 그룹이 된 주요한 요인들 중 하나가 그 '생각없는'노랫말 때문이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 앨범의 주제의식이 한 번쯤 짚고 넘어갈 여지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게다가 그들의 최고작이라 할만한 6집 앨범이야말로 그들이 '이따위 음악'이라 몰아세운 '인더스트리얼'의 정수가 아니던가. - 김영대(toojazzy@nownuri.net) 

01. 바보들의 세상 

02. 슬픈 인연 

03. 마지막 사랑 

04. 시간 

05.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편지 

06. 단발머리 

07. 그녀의 딸은 세살이에요 

08. Netizen 

09. 아직도 희망은 있어-세상의 어린이들에게 

10.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