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놓고 이야기합시다”. TV를 켜면 적나라한 사람들이 나온다. 즐겨보는 예능 토크쇼의 MC들은 출연자들에게 매번 ‘그냥 다 내려놓으세요’라고 주문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게 요즘 방식이라고.
나의 휴대폰에는 4개의 S.N.S와 2개의 대화 메신저, 총 6개의 세상과 통하는 App이 설치되어있다. 매시간 친구들의 소식과 화제가 되는 이야기를 살펴본다. 그리고 순간의 기분을 짧은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다. 언제부턴가 우린 이곳에서 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의 대화는 일종의 패턴이 되어버렸다.
때때로 찾아오는 허전함. 대상 없는 막연한 그리움을 느낀다. 어쩌면 그건 ‘나를 나답게 기억해주는 존재’, 그리고 ‘나를 기꺼이 보여줄 수 있는 존재’의 부재 때문일지 모른다. 온 마음을 쏟아 누군가를 대했던 경험들, 비록 실패했더라도 뚜렷하게 달려가던 시간들.
나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은 혼자가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우리에겐 저마다의 '녹색광선'이 필요하다.
이 음반은 영화 '녹색 광선'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스 감독 에릭 로메르(Eric Rohmer)의 1986년 작 «녹색 광선(LE RAYON VERT)»은 한 달간의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떠나며 생기는 델핀느의 여정을 담은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델핀느에게 '녹색'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대상이다. 그녀는 쥘 베른의 소설 『녹색 광선』을 언급하며 해가 지기 전 ‘녹색 광선’을 보면 그 순간 자신과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고 믿는다.
녹색 광선을 모티브로 한 지난 1년여간의 음반 작업. 과정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빛을 꿈꾸는 나의 길은 반복된다.
오늘 해 질 녘 수평선 위로 녹색 광선이 떠오른다면 기적처럼 있는 그대로의 진심이 전해질까? 대답하기 어렵다. 뚜렷한 목적 없이 휴가지를 배회하던 그녀가 떠오른다.
서로를 향한 염원은 여전하고 우린 복잡하다.
난 이곳에서 존재하고 오늘도 ‘녹색 광선’을 소망한다.
모든 트랙이 끝난 후 누군가에게 남겨질 것들을 상상하며. 이제는 조금 덜한 마음으로.
글 - 함병선 (WE ARE THE NIGHT 보컬)
1. 유아인
2. 상하
3. 동일한 시선
4. 할리데이
5. Eternal 안에서
6. 부재중
7. 서로는 서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