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서랍.
서랍이라는 공간은 어렸을 적 우리들에게 사적이며, 비밀스러운 공간이기도 했고, 아끼는 물건들을 꽁꽁 숨겨놓기도 했던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서랍 속 꽁꽁 숨겨둔 람다의 소중한 기록들을 첫 번째 서랍을 시작으로 여러분과 소통하려 합니다. 첫 번째 서랍은 람다의 사랑의 기록들이 담긴 서랍입니다. 어떤 방식의 사랑이든, 대상이 누구이든, 여러 열린 결말의 방식으로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싶고,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봄춘 빛날희
나에게 봄이란 사라져 버린 계절입니다. 찬란한 봄에 태어나 아름다운 이름 '춘희' 만을 남기고 떠난 아름답던 우리엄마. 엄마의 이름을 제목으로 만든 노래 '봄춘 빛날희' 에요. 지금도 계속해서 사계절은 피고 지며 소생하지만, 엄마라는 봄은 온데간데없고, 나에게 봄이란 사라져 버린 계절입니다. 2015년의 봄날을 끝으로 빛나던 봄은 나에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가을을 앞두고 떠난, 당신의 체온이 느껴지던, 그 시간 속에 한없이 머물러 있습니다. 속절없이 야속한 사계절은 소생하고 있지만 영원히 당신이란 봄 속에 나 살고 싶어요. 보잘것없는 저였지만, 늘 우리 딸 자랑스러워하셨던 당신께, 늘 용기 잃지 말라며 응원해주셨던 당신께, 감사하고 죄송스런 마음으로 이 앨범을 당신께 첫 번째로 올립니다. 엄마, 여전히 사랑하고 나중에 꼭 만나요. 잘 지내고 계세요.
*PS ; 이 노래에서 나에겐 봄=엄마 로 표현되고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봄=옛사랑으로도 표현될 수 있어요.
2.구름
두둥실, 너는 구름이야. 항상 내 맘에 떠 있어. 살며시 잡으려 해도 잡힐 듯 말듯 흩어져.
사실 나는 그런 네가 참 얄미워. 너를 생각 할 때엔 파아란 하늘에 흰 구름 같이 기분이 좋다가도, 어느새 비구름이 몰려와 세차게 내 마음을 때리기도 해. 그래, 아무렴 어때. 해가 뜨던, 비가 오던 난 네가 여전히 좋은걸
3.혹시 그런 거라면
식었나봐, 우리의 그 뜨거운 사랑이. 아니, 나는 여전히 뜨거워. 근데 요즘 넌 어떤지 모르겠어.
요즘 따라 유난히 차가워진 너의 표정에서 난 많은 걸 읽어,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내가 싫어진 걸까, 우리의 만남이 그저 시답잖아 진 걸까. 사실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싶어, 굳이 잘못이 없어도 사과하고 싶고, 어떻게 해서든 너를 내 곁에 두고 싶어. 혹시 그런 거라면, 너의 기억의 조각 속에서 우리의 추억이 아직 미소 짓고 있다면 한번만 더 생각해보자 제발.
4.별이 빛나는 밤에
오늘도 밤하늘엔 별이 참 많이 떴어. 저 별은 네 별, 이 별은 내 별. 유치하다며 킥킥대던 그 순간이 저 하늘의 별이 되어 무수히 많은 별들과 함께 여전히 찬란한 밤이야. 떨어지는 별똥별에 네가 돌아오길 빌면 정말 네가 돌아올까 하고 천진난만하게 빌어본다. 우습지만 그렇게 하면 정말 네가 돌아올까? 눈 깜짝할 새 사라진 저 별처럼 그렇게 우리의 추억도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네,
5. 그땐 몰랐었어
그땐 몰랐었어, 나를 이만큼이나 사랑해준 고마운 너의 마음을.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 난 요즘 온통 후회 속에 지내. 돌아보니 너도 없고 우리의 사랑도 없고, 남은게 아무 것도 없더라. 참 바보 같지. 이미 사라져버린 모든 것들에 부질없는 미련을 두는 일도, 숱한 후회들을 노랫말로 지어 부르는것도. 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 시간들이지만 그래도 어디쯤일까 하고 자꾸 확인하고 싶어져. 오늘도 이렇게 전하지 못할 단어들을 끝없이 나열하다가 잠들어 버리겠지. 내 마음은 시린 겨울 같지만, 그래도 어서 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 너라는 봄이 소생하길 오늘도 바라고 바라.
1번트랙으로 다시 소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