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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te Whale Blues
“우리의 노래는 로샤 테스트(Rorschach Test: 추상적으로 대칭된 그림을 통해 무의식을 투영하는 심리테스트)와 비슷합니다.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해석들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근)
처음 마실 때는 양과 같이 온순해지고,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포악해지며, 더 마시면 돼지처럼 추잡해지고, 그 이상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을 추어대고 노래를 부르게 되는 것. 술은 인간의 감정과 무의식을 여는 판도라의 상자이다. 이 상자를 통째로 집어삼킨 고래의 배를 갈라보면 다양한 감정들과 에고들이 뒤엉켜 날뛰고 있지 않을까. 편집증(Holyparanoia)과 무의식의 흐름(Plantation), 우울증과 불안(Loyal Lobbyist) 등 평소에는 분출할 수 없는 내용들이 물줄기처럼 뿜어나온다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박성근은 메시지 보다는 사운드에 더 촉각을 세웠다. 리버브와 노이즈가 잔뜩 낀 로파이 음악은 기타 사운드만 100번 넘게 녹음한 결과이다. 믹싱과 마스터링은 미국 오디오 스쿨인 ‘Institute of Audio Research’를 같이 졸업한 친구 ‘Wes’가 담당했다. (그는 박성근의 동창이자 밴드 ‘KAFKA’의 드러머기도 하다.) 이렇게 탄생한 술고래의 블루스는 결은 거칠지만 날것 그대로의 생동감이 펄떡인다.
이들은 직관적이고 본능으로 작업을 해왔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영감을 안테나처럼 캐치해 소리로 옮겼고, 되도록 다채로운 작업물들을 첫 EP에 담았다. 애써 외면해온 마음의 소리들, 영화보다 더 뒤죽박죽의 상상의 세계들. 이들 음악을 통해 이중, 삼중의 오해와 오독을 권장한다.
밴드명처럼 티플러(Tippler)와 ‘술’을 분리할 수 없다. 박성근(보컬, 기타)은 뉴욕에서 2004년부터 밴드 ‘KAFKA’로 활동했고, 2014년 한국에 와서 한상호(리드기타), 최상미(베이스), 서상준(드럼)을 만났다. ‘문송’한 시대에 멤버 둘이나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베이스를 독학한 최상미와 재즈밴드를 해온 서상준. 너무나 개성 강한 네 사람이 ‘술’ 하나로 의기투합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반야
1.Holyparanoia
2.Plantation
3.Loyal Lobbyist
4.Sun is up
5.Lily G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