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른 [바깥의 땅]
앨범 <바깥의 땅>은 저에게 하나의 분수령과도 같은 앨범입니다.
그간의 밴드 프로젝트(전기흐른) 활동을 접고 5년 만에 선보이는 솔로 앨범이기도 하고, 디자인과 행정적인 측면을 제외한 제작의 모든 것을 혼자 한 첫 번째 앨범이기도 합니다.
설레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 지독히 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송라이팅부터 프로듀싱, 마스터링까지의 전 과정을 혼자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건 ‘지금 네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함으로써 저의 밑바닥을 계속해서 들춰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제는 저는 그렇게 자기확신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이 앨범을 혼자서 만들고자 용을 쓴 건, 나 자신에 대한 정면돌파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의 13년차 음악인으로서 ‘단지 음악이 좋아서’는 더 이상 음악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못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이제서야 저는 지속 가능한 음악 활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의 첫 번째 결과물이 이 앨범입니다.
앨범의 타이틀 ‘바깥의 땅’은 이런 고민과 맞닿아있습니다. 내가 해보지 않았던, 내 기존의 영역 ‘바깥’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바깥은 보이지 않는 영역이기에 역설적으로 우리가 보지 못했던 ‘다른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저는 저 자신의 바깥에서 그 가능성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바깥의 땅은 주류 질서의 바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목소리가 묵살되는 존재들, 권리가 부정되는 존재들이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어떤 측면에서는 안에 있기도 하고 바깥에 있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이주 노동자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인이라는 주류 안에 있지만
미국에 가면 아시아 이민자라는 바깥으로 밀려납니다.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살던 동네가 재개발 지역이 되어 철거민으로 하루 아침에 주거권 바깥으로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바깥의 땅은 힘없는 일부 약자들의 영토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영토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점점 살기 힘들어집니다. 예전엔 ‘어른’이 되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마흔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만큼 불안했던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안정적인 삶 바깥에서 외로워할 것 같아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바깥의 땅을 노래했습니다. 그리고 바깥에 있다고 느끼는 다른 분들께, 여러분은 혼자가 아님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