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고통을 쿨하게 전달하는 젊고 음울한 음유시인
시대의 기운이 고스란히 집약된 강렬한 재능
킹 크룰(King Krule)의 두번째 앨범 [The Ooz]
데뷔 앨범 [6 Feet Beneath the Moon]은 새로운 음악 아이콘의 출연을 알렸다.
2013년 그의 19살 생일에 발매된 앨범은 인디 록을 기조로 다크 웨이브, 포스트 덥스텝, 소울, 힙합 등을 도입해냈고 이는 마치 재즈처럼 흘러갔다.
사람들은 톰 웨이츠(Tom Waits)나 이안 커티스(Ian Curtis), 닉 케이브(Nick Cave), 쳇 베이커(Chet Baker)와 갱스타(Gang Starr) 등을 언급하며 이 소년을 정의했다.
하지만 이런 비교들이 크게 의미가 없을 만큼 킹 크룰은 독창적인 스타일과 자신만의 어두운 세계관을 만들어왔다.
성공적인 데뷔작 이후에도 그는 여러개의 가명을 사용하며 음악 스펙트럼을 넓혔고 2015년에는 본명 아치 마샬(Archy Marshall) 명의로 [A New Place 2 Drown]을 발표했다.
그리고 4년 만의 킹 크룰 명의의 신작 [The Ooz]에 대한 사항들이 흘러나왔다. 본 작 역시 로큰롤과 블루스, 재즈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들을 새로운 형태로 승화시켜낸 신비하고 독특한 작품이 됐다.
앨범 커버는 비행기 구름을 담고 있는데 이는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의 브람스(Johannes Brahms) 심포니 커버들을 연상케 한다. 커버 아트워크는 그의 친형인 비주얼 아티스트 잭 마샬(Jack Marshall)이 맡았다.
주요 트랙
프랭크 르본(Frank Lebon)이 감독한 'Czech One'의 비디오에서 이전 앨범 수록 곡 'A Lizard State'의 뮤직 비디오에서 입었던 정장이 다시 등장한다. 공중부양, 그리고 항공기 내부에서 촬영된 장면들 또한 무척 인상적인 편이다.
불안한 피치, 그리고 피아노와 색소폰이 재즈처럼 전개되는 와중 곡은 어두운 분위기와 공기가 뒤덮이는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런 무기력한 재즈 튠은 'Cadet Limbo', 그리고 'The Cadet Leaps' 같은 트랙에서도 이어진다.
'Dum Surfer'는 공개되자마자 피치포크(Pitchfork) 베스트 뉴 뮤직에 랭크됐다. 비디오의 모든 출연진은 좀비같은 몰골을 하고 있는데, 특히 초반에 나온 대머리 인물은 [트윈픽스(Twin Peaks)]의 '거인' 역할 배우와 데자뷔됐고,
무대 뒤 붉은 커튼 역시 [트윈픽스]의 붉은 방의 분위기가 연상된다. 드럼비트, 그리고 색소폰이 유독 두드러지는 곡은 링크 레이(Link Wray)의 'Commanche' 같은 트랙을 좀 더 무시무시하게 연주한 듯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Half Man Half Shark'의 비디오 또한 공개됐다. 펑크 밴드의 뉘앙스가 엿보인다. 외신의 경우 이 곡을 두고 '클래시(The Clash)와 트럼펫 주자이자 A&M의 창립자로 유명한 허브 알퍼트(Herb Alpert) 사이 태어난 좀비'라 말하기도 했다.
곡의 비디오에는 8미리 카메라로 촬영된 듯한 그의 공연 실황 위로 테오 진(Theo Chin)의 불친절한 낙서 애니메이션이 덧입혀진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 만든 곡을 인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전 작들 보다는 재즈와 블루스 기반의 색채가 중심이 되고 있는 앨범이다. 특히 브라스와 피아노의 울림이 유독 재즈 특유의 분위기를 전달해내고 있다. 거기에 개성적인 아치 마샬의 목소리가 결합되면서 특별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낸다.
통일감이 유지되고 있고 확실히 킹 크룰의 앨범이라 생각될만한 무드들이 존재한다. 아마도 그의 바리톤 목소리 때문일 것이다. 그간 날카로운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내거나 빼어난 목소리를 지닌 가수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화자와 음악적 표현이 서로 필연적으로 성립하는 싱어 송라이터는 정말 오랜만이지 않나 싶다.
아치 마샬이라는 소년의 초상화는 한걸음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다. 풍경이 차례로 변화해나가는 사운드 사이로 그는 일반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제대로 표현하지는 않는 미묘하고 익숙한 고통,
그리고 안타까운 감정들을 성공적으로 전달해낸다. 왜 전세계가 이 놀라운 새로운 예술가에게 열광할 수 밖에 없는지를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증거물이다. 별다른 분석이나 설명 따위를 차치하더라도 충분히 직접적으로 가슴에 파고들어 휘젓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이 음반을 들으며 밤새 담배를 태우고 앉아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