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한 두 시간 내 갈 수 있는 곳에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야간열차를 타고 청량리에서 부전역, 강릉역까지.
불편한 열차 좌석에 몸을 기대고 쪽잠을 자며 종점까지 느릿느릿 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은 자본의 기준에서 배제되어가는 소소함으로 북적거린다.
6년 만에 발표하는 포크 싱어송라이터 드린지 오의 3집 [Black Hyll Side]는 이 여행길을 통해 만들어졌다.
“청량리역을 출발해 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경상남도를 질러가는 1623열차.
간간이 새벽 정차역에 도착할 때의 쓸쓸하면서도 북적거리는 모순된 풍경들, 그 새벽 어두컴컴한 역의 풍경들이 앨범의 곡들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3집 [Black Hyll Side]의 시작에는 Bert Jansch가 있다. 1집 [Between The Tygh] 커버의 배경인 광명교 안양천에서 고인이 된 Bert Jansch의 “Black Water Side”를 듣다가
자연스레 Led Zeppelin의 “Black Mountain Side”를 듣게 되고, 그 즈음 밴드 그랜케일의 “Treadmill” 세션 의뢰가 들어왔다.
포크록 버전의 레코딩을 마치고 손이 가는 대로 Bert Jansch의 스타일로 즉흥 연주곡을 스케치했다.
나중에 이 곡을 정리하며 안양천의 강물과 뚝방을 연상하여 “Blackhillside”라는 제목을 붙였고, 이후 사전에 없는 “Hyll”로 제목을 바꿨다. 그렇게 2014년이 지나갔다.
몇 번의 작업 시도가 있었지만 뭔가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2017년이 되어서야 앨범을 위해 본격적으로 곡을 쓰기 시작했다.
여행을 다니며 책을 읽거나, 예전의 브리티쉬 포크 음반들을 꺼내 들으며, 운전을 할 때는 휴게소를, 기차를 탈 때는 폐역에 집착과 가까운 흥미를 가졌다.
여행을 하면서 조용히 풍경을 즐기고, 휴게소에서 배를 채우고, 역에서 쉬고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좁은 콘크리트 골목길인 회색길(gray lane, Grailayne)을 나와 고속도로(Highway)를 탄다. 폐역(Flawless)에서 비를 피하며, 해가 뜨는 것(Burner)를 보고,
미시령 옛 휴게소 터에서 새벽녘 여름바람(Breeze)을 맞는다. 기차(Railway)를 타며 강(River)을 따라 달리거나 건널 때는 떠나간 사람들을 그리워 하기도 한다(Straw, Hyll, Built).
그리고 여행이 끝나 집으로 돌아와 여독을 달래는 것이다(Home).”
3집 앨범 타이틀 [Black Hyll Side]는 늦은밤 안양천에서 볼 수 있는 풍경임과 동시에 고인이 된 Bert Jansch에 대한 존경이기도 하다.
All songs written, played & arranged by dringe augh
Recorded, Mixed, Mastered by Mingyu Kim @electric muse
Photos by dringe augh
Design by Soojeong Baek
Vocal & Acoustic Guitar by Dringe Augh
Piano by Mokin Kim (#3, 7, 8)
Cello by Hyeji E (#5, 8)
Drums by Hyunjoon Lee (#8, 10)
Youngjin Park (#10)
discography
[Individually Wrapped] EP (2009)
[Between The Tygh] 1집 (2011)
[Drooled And Slobbered] 2집 (2013)
[Black Hyll Side] 3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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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icmuse.bandcamp.com
1. grailayne
2. highway
3. flawless
4. burner
5. breeze
6. straw
7. railway
8. river
9. hyll
10. built
11.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