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뉴욕 생활의 일기장, <꿀 같은 노래였으면>
‘양브로(yangbro)’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색소포니스트 양현욱, 그는 ‘머무르지 않는’ 연주자이다.
이문세, 지오디(GOD) 등 유명 가수들과 바쁘게 음악 활동을 하던 어느 날, 연주자로서의 안정된 삶을 버리고 불현듯 뉴욕으로 떠난다.
그때는 오로지 음악에 대한 갈증뿐이었다. 펄쳐스 컬리지(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urchase College), 퀸즈 컬리지(City of New York College) 등에서 온전히 음악에만 빠져 생활했다.
학업과 경제활동을 병행하는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음악가로서의 삶은 그를 지탱하는 단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이번 음반은 양현욱의 12년간에 걸친 긴긴 뉴욕 생활의 일기장과도 같다.
1번 트랙 <4+5>는 4박과 5박의 변박이 반복되는 구조로 쳇바퀴 도는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 했던 그의 삶의 방식이 묻어 있는 곡이다.
4박에 한 박을 추가함으로써 생기는 균형과 불균형 사이의 오묘한 병존, 안정된 삶에 함몰되지 않으려는 그의 노력이 음악으로 드러난다. 또한 드럼의 조득연과 베이스 고대승의 완벽에 가까운 호흡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곡이다.
2번 트랙 <꿀 같은 노래였으면>에서는 그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무대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통’이었다. 연주자와 연주자, 연주자와 청중 사이의 소통을 통해야 결국 음악이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양현욱의 연주에는 특별한 따스함이 있다. 결코 연주를 통해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연주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 그 순간을 함께 공유하는 것, 이 노래가 꿀 같은 이유이다.
3번 트랙
그 길을 달릴 때마다 그가 느꼈을 절박함과 한 편으로의 기대, 포기하고 싶은 매 순간 속에서도 그를 붙드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모두 담겨 있는 곡이다.
피아니스트 전영세가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리프 위로 흐르는 정적인 멜로디를 통해 전투적인 삶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을 담아냈다.
4번 트랙
조득연의 모던한 드럼 연주가 돋보이는 곡이다.
5번 트랙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이로 인해 찾아온 경제적인 부담은 그의 삶과 음악에 대한 꿈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힘겨운 과정을 딛고 유명 가수들의 세션 연주자로 안정된 삶의 궤도에 올랐을 무렵에 찾아온 음악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긴 여행. 그래서 뉴욕에서의 삶은 매 순간이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6번 트랙
또한 양현욱의 음악이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결국은 재즈 안으로 돌아오듯,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여행자로서의 그의 삶처럼,
특히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춰 온 동료들인 피아니스트 전영세, 베이시스트 고대승, 드러머 조득연과의 놀라운 인터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마지막 7번 트랙 <하지 못한 말>에서는 제목 그대로 못다 한 이야기들을 음악에 담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전하고 싶었지만 끝내 삼켜야 했던 많은 말들을 기억한다.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통해 그의 고단한 삶 속에 가라앉아 있던 말들을 가만히 되뇌어 본다.
양현욱은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음악은 그가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이며, 자신이 받은 사랑에 대한 답이다. 그 소통의 시작점인 <꿀 같은 노래였으면>을 한 곡씩 천천히 펼쳐보길.
1. 4+5
2. 꿀 같은 노래였으면
3. Hutchinson Parkway
4. Gravity Waltz
5. Rainy Mood
6. Inbound
7. 하지 못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