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9 1st MINI ALBUM
PRE EPISODE 1 - DOOR
끝없이 폭우가 쏟아지던 그 해 여름, 수마가 휩쓸고 간 도시의 강변 근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문이 떠내려와 있다.
지역의 어른들은 공사차량을 동원해 일으켜 세우려고 애쓰지만 바닥의 문은 좀처럼 꼼짝하지 않는다.
“그냥 문을 열면 되죠.”
한 소년의 목소리가 물방울처럼 공기 중에 번졌고, 그 순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소년을 바라본다.
문 앞에 다가간 소년이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굳어있던 문은 가볍게 열리고, 문 안쪽의 깊은 세상은 소년을 반기는 듯했다.
새로운 중력이 작용하는 문 너머 세상으로 소년이 한발 성큼 들어가는 순간 지구가 약간은 기울었는지도 모른다.
소년이 문 너머 세상에 발을 딛고 첫 숨을 들이키자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묵직한 공기가 폐 속 깊은 곳에 닿는다.
소년은 금세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 웃고 만다. 멀리 바깥의 세상은 잊혀지고 있다.
자신의 이름조차 가뭇해질 정도로 천천히.
그리고 소년의 몸이 미동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지고 있던 그 순간.
시야가 점점 흐려지던 소년의 눈에 마지막으로 비친 것은 먼 발치에 쓰러져 있는 또 다른 소년들의 실루엣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