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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 BUCHANAN의 초기 명반 중 하나
흔히 그의 기타를 말할 때 '성격이 강하다'거나 '거칠고 멜로딕하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바로 그러한 성격규정을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로이 부캐넌에겐 피킹하모닉스가 되는 것이다. 가끔씩 거세게 치고 나오며 반전을 꾀하는 로비 로벗슨이나 선구적인 에디 밴 헤일런, 말랑말랑하고 맛있는 블루스 사라세노, 그 자체가 강력한 살인무기로 화해버리는 잭 와일드나 존 사이크스, 열정과 색채적 뉘앙스의 마이크 스턴, 민첩하고 전방위적인 마이크 게레로,
손버릇처럼 즐겨 구사하는 조지 린치, 스피드가 실린 상태에서 파워까지 덧입히는 임펠리테리 등의 그것에 비해 로이 부캐넌의 피킹하모닉스는 멜로디 진행 와중에서도 또 다른 멜로디를 탄생시키고 고무시키는 중요 기재로 사용된다. 다시 말해 여타 기타리스트들에게 있어 피킹하모닉스가 프레이즈 중 특정 부위를 강조하는 단발성 액세사리 기능임에 비해 로이 부캐넌에겐 프레이즈 진행 상 매우 중요한 지속적인 표현 기재라는 것이다.
로이 부캐넌의 경우 초기 작품들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중에서도 데뷔작인 [Roy Buchanan]과 [Second Album], 그리고 본작 [That's What I Am Here For]는 로이 부캐넌의 초기 음악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주요 명반이다. 여기에 70년대 중반에 공개된 [Live Stock]까지 갖춘다면 그야말로 로이 부캐넌 컬렉션으로선 에센스만 모아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로이 부캐넌의 세 번째 정규앨범인 [That's What I Am Here For]는 빌리 프라이스가 보컬을 맡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곡이 지미 헨드릭스의 'Hey Joe'다. 딥퍼플도 초기에 이 곡을 연주한 바 있는데, 로이 부캐넌의 경우 블루스 기타 플레이어로서의 특징을 잘 살린 커버를 하고 있다. 그는 지미 헨드릭스를 존경해 'Hey Joe'를 비롯해 'Purple Haze', 'Foxy Lady', 'All Along The Watchtower' 등 여러 곡을 커버한 바 있다.
여자친구의 죽음을 노래한 'Home Is Where I Lost Her'는 피아노 아르페지오의 친근한 멜로디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느낌을 준다. 로이 부캐넌이 이 곡에서 구사하는 기타 솔로 프레이즈 방식은 이후 'Hot Cha'에서도 들을 수 있다.
소울적인 필링과 서던락의 느낌이 아주 살짝 묻어나는 'Rodney's Songs'에 이은 타이틀곡 'That's What I Am Here For'는 힘찬 리듬커팅이 곡에 생기를 준다. 'Roy's Bluz'는 수록곡 중 기타리스트로서 로이 부캐넌의 성향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후배 연주자들이 자주 카피하기도 했다.
본작의 가장 큰 특징은 성격 강한 연주를 펼치는 로이 부캐넌이 피킹하모닉스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찌를 듯 강렬한 그 무엇보다는 부드러운 '친화'에 더 다가가 있다. 심장을 찌르듯 피킹하모닉스에 의한 하이피치로 거세게 달려드는 'High Wire'나 'Short Fuse', 또는 볼륨주법을 기반으로 기타가 절규하는 'When A Guitar Plays The Blues' 등 강렬한 연주들에 비한다면 본작의 수록곡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편이다. 하지만 그 차분함 속에 깃든 로이 부캐넌만의 또 다른 열기와 성격은 변함없는 '로이 부캐넌표' 바로 그것이다.
[글 : 조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