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뮤직 컴필레이션 [여행자의 노래]
여행자 임의진이 선택한 열아홉 곡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그리고 추억들!
* 사진 작가 김홍희의 흑백 사진들과 작가 임의진 씨가 쓴 글이 `여행`이라는 컨셉에 맞게 구성되어 있다. 품격 있는 작품들과 수록곡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 권의 수필집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항상 옆에 두어도 지루하지 않을 스테디셀러가 되리라 확신한다.
* 각 수록 곡은 대부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이거나 처음으로 소개되는 희귀한 곡들이다. 희귀하다고 해서 어려운 곡은 아니다. 대중적이면서도 듣는 이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곡들로 CF나 드라마에 사용하기에도 적합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에서 멋드러진 노래 하나 나눠주는 도반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싱그러운 축복인가. 홀로 여행을 떠나는 어떤 이들에게 있어 음악은 출발과 도착 사이의 쓸쓸한 웅덩이를 메워주는 다사로운 길동무다. 여행 가방에 칫솔과 치약, 천원짜리 오천원짜리 만원짜리 지폐와 알사탕 따위를 넣는 것은, 관광버스춤을 추러 떠나는 시골동네 경로당 어르신들의 관광버스 투어에서나 사료될 준비물품이다. 우리 세대의 모든 여행객들은 모름지기 노중에 들을만한 음반 한 장과 시디 플레이어가 여행준비물품의 기본이 되었다. 승용차마다 시디 플레이어 장착이 보편화 되어 마음에 맞는 음반 몇 장을 구비하고 있는 것도 기본이다. 볼륨을 높여 운전에 나선 자동차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인 그런 음반은 없을까.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떠나는 여행길에서 이어폰을 끼고 들을만한 여행 분위기가 물씬 나는 그런 음반은 없을까. 여행 중에 들을만한 음반 한 장 제대로 고른다면, 여행 기분은 시디 수록곡 1번부터 기분 좋게 업(UP) 될텐데...이를 두고 금상첨화라 불러도 되겠지.
그만그만하고 흔하디 흔한 컴필레이션 음반들이 다량 대량 무한정으로 쏟아지고 있다. 유명배우의 회고록만 같은 스탠다드 골든 팝, 골든 가요를 담은, 범람하는 컴필레이션 음반의 홍수 속에서 생각 있는 음악 애호가들은 더 이상 뻔한 음반이 아닌 인터넷 서비스를 받아 구운 음반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결국 음반 다양성의 빈곤은 음악 세계의 빈곤을 몰고 오고, 스스로 제 살 깎아먹기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편협하지 않은 월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컴필레이션 음반, 더욱이 나들이 길에 들을 수 있는 수준 높고 마음에 닿는 반가운 음반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 음악과는 한길 건너편인 방송 스타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음반은 수준급 청취자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영혼을 어루만지고 신명을 돋우는 음악이 자본시장의 오역스러운 상품으로 전락하고 만 경우가 아닐까.
[여행자의 노래]는 기존의 컴필레이션 음반과 아주 먼 거리를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컴필레이션의 격을 한 차원 높인 수작이라고 감히 자인하고 싶다. 먼저 이 음반은 전남 강진 바닷가 들판의 언덕배기 외딴집에 살고 있는, 시인이며 수필가(저서 [참꽃 피는 마을], [종소리], [예수] 등)인 임의진이 직접 그의 방 한 켠을 도배하고 있는 수천장의 음반꽂이에서 고르고 골라 선곡한 노래들을 수록하고 있다. 그는 백창우, 재즈 색소폰 이정식, 이원재, 김두수, 이성원 등 색깔 있는 노래꾼들과 함께하는 환경음악회 [무등산 풍경소리 음악회]사회자이기도 하니 음악과 별개의 삶을 산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수도 아니고 대중연예인 스타도 아닌 그저
음악을 깊이 사랑하는 한 사람의 청취자로서 이런 음반을 직접 챙겨서 만들었다는 것은 동종의 음반들과 차별을 분명히 하는 대목이다. 그의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탁월한 선곡은 여행자의 노래가 한번에 그칠 이벤트 음반이 아닐 것으로 우리는 확신한다. 재미있는 일은, 그가 보통 찬송가나 가스펠에 도취되어 살 것 같은 개신교 목사라는 점이다. 그러나 임의진은 진보성향의 교회로 널리 알려진 남녘교회의 담임목사로서 이미 폐쇄적인 종교 문화의 울타리를 넘어선 자유인이며, 일체의 음악이 모두 찬미라고 이해하고 클래식, 팝, 재즈, 가요, 국악, 영화음악 등을 두루 섭렵하는 자유인이다. 또한 그는 틈만 나면 전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방랑자이기도 하다. 방랑길에서 건진 노래나 음반, 영화,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평론가(월간 오디오파일 등에 연재)로도 알려져 있으니 평상적인 삶을 사는 우리들로는 그의 다재다능의 행적을 간파하기란 애시당초 무리가 있다.
임의진을 닮아 이 음반 [여행자의 노래] 또한 장르에 편협하지 않은 월드 뮤직으로 길을 터주고 있다. 앞서 거론하였듯이 이 음반은 무엇보다도 음악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에 그쳤던 한 개인 청취자에 의해 마련된 음반으로서 단지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가볍게 처우되어서는 안될, 뚜렷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이런 류의 컴필레이션 음반은 아마도 지상의 첫 작품일 것이다.
임의진은 이번 컴필레이션 음반에 두 가지의 선물을 얹고 있다. 그가 산책 중에 평소 흥얼거리는 노래 '방황하는 영혼'을 허밍으로 담고 있는 것이 그 하나이고, 친분이 깊은 포크 가수 김두수와 조우를 이루어 '데니보이'를 들려준 것이 두 번째 선물이다. 뿐만 아니라 여행자의 노래에는 덤이 많다. 현각스님의 [만행], 법정스님의 [인도기행], 정찬주의 [암자로 가는 길] 등에서 속내 깊으면서도 감각적인 사진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사진작가 김홍희의 작품이 표지와 가사집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임의진과 신뢰할만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김홍희는, 음악과 함께 살아가는 임의진의 일상을 처음으로(그 동안 여러 권의 책을 낸바 있는 임의진은 결벽증처럼 사진작업을 기피해왔었다, 심지어 자신의 저서에도 얼굴을 싣지 않는...) 필름에 담아낼 수 있었다.
끝으로 이 음반의 기획부터 사진작업을 돕고 제작까지를 맡은 이재수(엽기가수 이재수가 아님!)는 김두수 [자유혼]을 세상에 내놓은 기획자다. 그는 이번 음반에서 임의진과 함께 다른 방향의, 그러니까 컴필레이션 쪽으로 제2의 자유혼을 모색하고 있다
(자료제공 : 태원엔터테인먼트)
[ 수록곡 소개 ]
1. Ohio / Damien Jurado
Nick Drake나 Neil Young처럼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우울하게, 때로는 절망적으로, 나지막히 내면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싱어송라이터 데미엔 쥬라도의 대표곡. 그의 가장 뛰어난 앨범이라고 평가 받는 ‘Rehearsals for Departure(이별 연습)'의 타이틀 곡이다.
2. Lovesong / Donovan
Donovan이 미국의 전설적인 만돌린 주자 대롤 애덤즈(Derroll Adams)에 바치는 곡. 알로 거쓰리, 랠프 맥텔, 한스 데싱크 등과 함께 참여한 헌정 앨범에 수록된곡으로 이국적이고 독특한 리듬과 도노반의 저음이 극적으로 전개되는 희귀 트랙.
3. Waiting / Hungry Mind Review
스테판 베일리가 이끄는 3인조 모던록 밴드 HMR. 비틀즈, 록시 뮤직, 버즈 등의 영향을 받아 서정적인 모던 록을 추구하고 있으며, 투명하고 감각적인 어쿠스틱 기타와 챔버 앙상블의 조화가 매우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4. La Luna / Bert Jansch
영국의 포크락을 대표하는 펜탱글(Pentangle)의 멤버로서 존 렌번(John Renbourne)과 함께 많은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명장 버트 얀쉬의 최신작 ‘꿈의 가장자리(Edge of a Dream)'에 수록된 곡. 자신의 홈스튜디오에서 녹음하여 유려한 선율미와 자연스런 깊이를 들려주고 있다.
5. Das Lied vom Heuschreck / Bulat Okudshawa
비쇼츠키와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이며 음유 시인인 불라트 오쿠자바. 그는 구소련의 억압 체제에 대한 비판과 저항 의식을 소박 담백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들려주고 있으며, 그의 지적인 음성과 서정적인 멜로디는 잊지 못할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6. Birth! School! Dole! Angst! / Edson
리드 보컬 펠레 카를베르그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매혹적인 곡.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 아코디언 등의 악기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담백하면서도 선이 분명한 연주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친근하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7. Caruso / Antonio Forcione & Sabina Sciubba
안토니오 포르치오네는 이제까지 일곱 장의 앨범을 발표한 바 있는 관록 있는 기타리스트이다. 베니토 마도니아와 ‘카루소'를 녹음한 것이 있지만, 이번에 수록된 사비나 스큐바와의 녹음이 좀더 단정하며 여백의 미를 간결하고 감미롭게 들려주고 있다.
8. Den Signede Dag / Sigvart Dagsland
노르웨이의 대표적 팝가수인 시그바르트 닥슬란의 숨겨진 명곡. 진중한 피아노와 코러스, 그리고 불꽃처럼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의 멜로디가 가슴 뭉클하게 전해온다. 엄숙하기까지 한 파이프 오르간의 고전미와 록 스타일의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낸 절창이다.
9. My Funny Valentine / Chapter 2
닐스 란드그렌의 매혹적인 보컬과 요한 노베리의 일렉트릭 기타가 들려주는 재즈의 영원한 고전. 닐스 란드그렌의 적요한 트럼펫 연주가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는 유성처럼 듣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기타 연주 또한 일품이다.
10. Y Una Madre(And a mother) / Savina Yannatou
그리스 출신의 사비나 야나토우는 본토인 그리스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는 여가수이다. 부주키와 현악 앙상블의 반주로 그리스 민요를 아주 애절하게 부르고 있다. 하지만 감정이 북받치는 일 없이 차가운 지성미를 유지하고 있음은 매우 놀랄 만한 경지를 보여준다.
11. Night / Alexander Ivanov
원곡의 제목은 노취(Ночь)이다. 피치카토 주법의 현악 앙상블과 소프라노 색소폰의 흐느끼는 연주가 러시아의 이국적인 밤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알렉산더 이바노프의 거칠고 세련된 목소리가 더할 나위 없는 로맨티시즘을 자극한다.
12. Anytime ? Anywhere(원곡:알비노니의 아다지오) / Notis Mavroutis & Panagiotis Margaris(Noa Dori 노래)
사라 브라이트만의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노래로 잘 알려진 곡이지만, 그리스의 여가수인 노아 도리의 노래 역시 독특한 감흥으로 듣는 이의 감성을 흔들고 있다. 뛰어난 편곡의 클래식 기타 이중주를 반주로 하여 환상적이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또 하나의 보석이다.
13. Morning Cigarrette / Notis Mavroutis & Panagiotis Margaris
이번 컴필레이션에서 유일한 연주곡이다. 여러 가지 형태로 녹음된 곡이지만 기타 이중주로 연주된 곡이 가장 깊은 감동을 준다.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선율과 비장미는 아침 담배 한 모금의 맛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역시 지나친 흡연은…
14. Danny Boy / 김두수
대관령 자락의 녹음실에서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녹음한 자연의 소리라고 할까. 우주가 전해준 선물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새소리, 바람소리에 실려 김두수의 대니보이는 가슴 찡한 감동을 준다.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한다. 홀로 길을 떠나본 사람은 그 심정을 알 것이다. 많은 골수 팬을 확보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포크 가수 김두수, 그만의 독특한 감성에 놀랄 뿐이다.
15. Dumani Partiro / Benito Merlino
이태리의 싱어송라이터인 베니토 메를리노의 2001년작에서 발췌한 곡. 동양적 정서를 담은 서주의 피리 소리가 구슬프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런 회한의 심정을 인내하는 듯한 목소리에는 듣는 사람을 안타깝게 하는 애절함이 깃들어 있다.
16. Annie's Song / Sunshine Club
존 덴버 헌정 앨범인 ‘Take Me Home : Tribute to John Denver'에 수록된 인디 밴드 진솔한 목소리. 기획자인 마크 코즐렉의 의도처럼 참신하고 독특한 해석이 빛나는 아름다운 소품이다. 통주저음으로 깔리는 첼로 소리와 후반부의 현악 앙상블은 원곡의 멜로디를 한층 빛나게 한다.
17. Around and Around / Mark Kozelek & Rachel Goswell
새드코어(Sad-core) 또는 드림팝(Dream Pop)이라고 하는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Red House Painters)의 음악의 중심에는 마크 코즐렉이 있다. 우울하고 나른한 듯한 목소리이지만 마약중독으로 재활원 신세까지 졌던 그의 음악에 실려 있는 페이소스는 여행자의 몫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18. The Beginning of the End / The Softies
소위 트위팝이라는 장르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밴드가 Softies다. 젠 스브라지아와 로즈 멜버그 듀오의 천진난만하고 수줍은 듯한 화음은 하프시코드처럼 경쾌한 일렉트릭 기타 소리에 실려 마치 봄바람이 부는 듯 싱그럽기 그지없다.
19. Wayfaring Stranger / 임의진
강진 다산초당 가는 길가의 새하얀 예배당 ‘남녘교회'의 목사이자 시인, 수필가인 임의진. 가장 진솔한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참노래. 다름아닌 여행자의 노래이다!
1. Ohio - Damien Jurado
2. Lovesong - Donovan
3. Waiting - Hungry Mind Review
4. La Luna - Bert Jansch
5. Das Lied Vom Heuschreck - Bulat Okudshawa
6. Birth! School! Dole! Angst! - Edson
7. Caruso - Antonio Forcione & Sabina Sciubba
8. Den Signede Dag - Sigvart Dagsland
9. My Funny Valentine - Chapter 2
10. Y Una Madre(And A Mother) - Savina Yannatou
11. Night - Alexander IVanov
12. Anytime ? Anywhere (원곡:알비노니의 아다지오) - Notis Mavroutis & Panagiotis Margaris (Noa Dori 노래)
13. Morning Cigarrette - Notis Mavroutis & Panagiotis Margaris
14. Danny Boy - 김두수
15. Dumani Partiro - Benito Merlino
16. Annie's Song - Sunshine Club
17. Around And Around - Rachel Goswell - Mark Kozelek
18. The Beginning Of The End - The Softies
19. Wayfaring Stranger - 임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