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제시해야 할 국내 인디록 계의 단조로움에 변화를 꾀하려는 듯 두 명의 뮤지션이 다소 생경한 브리티쉬-포크록 음반을 들고 나왔다. 이정렬이나 고 김광석 류의 한국적 정서 가득한 `비어 홀 포크나 `미사리 포크가 아닌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중반까지 정점을 달렸던 영국의 모던 포크 뮤지션들의 것과 다름 아닌 결과물을 만들어서 말이다. 영국 모던 포크와 60~70년대 음악의 광 팬임을 자처하는 이재희와 박상이 결성한 위치 윌은 가장 적절한 포크 유닛의 구성인 듀엣 포맷을 따르며 현대 한국음악계에선 보기 힘든 (흔하고 구하기 쉬운 것을 떠나) 악기운용을 한다. 리코더(recorder), 만돌린(mandolin)의 주된 사용이 그러하다. 더더욱 주목할 점은 전곡을 영어가사로 소화해낸다는 것이다. 영국인식의 포크 작법을 따르며 그에 걸맞은 내용(가사)을 맞춘 것이다. 읊조리는 듯 하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보컬은 이들의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 중요한 아이콘, 닉 드레이크의 그것과 상당부분 닮아있으며 적당한 울림이 있는 베이스와 기타, 명징한 만돌린사운드의 조화는 긍정적인 의미로써 한국의 사운드가 아닌 듯하다. 히피즘에 경도된 포크연주자들의 곡이나 중세 민스트럴송을 연상시키는 소품들도 그러한 느낌에 일조를 더한다.
그럼 이러한 70년대 풍 영국식 모던 포크의 재현이- 국내의 상황은 차치하고더라도 -그간 없었는가? 지금까지도 본토인 영국에서조차 이러한 시도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연주인들은 21세기인 현재까지도 전통민요를 붙들고 개성 없는 평작만 양산해낼 뿐이고 새로운 밴드들은 겉무늬만 영국 포크 풍이거나 다양한 장르와의 혼합변종에 의해 주체할 수 없는 과부하상태의 음악을 들려줄 뿐이다. (물론 그들 중엔 자신들을 포크밴드라고 칭하는걸 원치 않는 부류도 있다. 새로운 밴드의 출현을 갈망하는 평자들이나 청자들의 자의적 해석에 의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 예가 벨 앤 세바스찬).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한국 밴드의 영국 포크 음반은 대접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덧붙여서, 다분히 영국친화적인 위치 윌의 사운드는 소비자들의 구매를 간절히 원하는 한국적 정서를 동반한 구걸의 마케팅이 필요 없다고 본다. 한국적인 포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치 윌의 청자들은 더 넓은 곳에 있다. 영국과 유럽에 있고, 유럽과 영국의 포크를 사랑하는 한국과 일본과 미국에 있는 포크록 애호가들이 그러하다. 현재 포크 계의 흐름에서 비켜나 있으면서도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위치 윌. 국내의 스트셀러가 아니라 전세계적 스테디셀러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밴드와 음반의 출현이다.
1. Golden Boy
2. Seaweed #1
3. See
4. Picnic
5. Strangler's Shovel
6. Bluedale Way
7. Girl On The Fairland
8. Dog Racing
9. Trip On Havana
10. Lullaby
11. Seaweed #2
12. Tune From The 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