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의 만남, 혹은 시대와의 화해
이상은 11집 신비체험(神祕體驗)
[공무도하가], [어기여디여라] 등으로 국내보다도 일본에서 더욱 음악성을 인정 받아온 이상은이 오랜만에 새 앨범으로 국내 팬들에게로 돌아온다. 11번째 정규앨범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발매되는 이 앨범의 타이틀은 ‘신비체험’. 동양적인 감성, 유려한 멜로디와 함께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의 조화는 확실히 새로운 체험이다.
한동안 대중적인 감성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자유롭게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 지금까지의 자유로움을 잃지 않으면서 시대와 화해를 청하는 듯이 보인다. 철학적이고 관조적이던 세계관에서 한걸음 세상으로 나와 일상의 사소한 면면들에 대해서도 다정한 눈길을 보내고, 트렌드와 동떨어진 곳에서 독자적인 음악을 만들어내던 그녀가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공무도하, 공경도하…”라고 노래하던 그녀가 이제 “멀리 가지마, 너무 멀리는. 가까이 오지 마, 너무 가까이는…”라고 노래부른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아우르는 이번 앨범은 시대를 껴안으려는 그녀의 야심찬 시도인지도 모른다. 그동안의 은둔적인 작업 테두리에서 벗어나 어어부프로젝트의 장영규, DJ 달파란, 엠비언스 음악의 숨은 인재 KAYIP와 함께 열린 작업을 펼친 것도 그 시도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새앨범은 이상은의 주된 정서인 어쿠스틱한 곡으로 시작한다. 첫 곡인 [Soulmate]는 오랜 음악친구 하지무 다케다의 어쿠스틱 기타에 기대는 서정적인 곡이다. 그 뒤로 들릴 듯 말 듯한 디지털릭한 노이즈는, 시대의 조류인 일렉트로닉에 대한 그녀의 관심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World is an Orchestra]나 [Winter song]과 같은 곡은 이상은의 동양적인 감성과 일렉트로닉한 사운드가 조화를이룬 유니크한 곡들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로부터 한걸음 나와 새로운 해석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느껴진다. 봄향기 물씬한 예쁜 가사로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비밀의 화원], 에스닉한 리듬 위에 멜로디 라인이 아름다운 [Paradise], 달파란이 편곡과 프로그래밍을 맡은 하우스 리듬의 [Supersonic] 등은 부담없이 귀에 들어오는 곡들이며, 한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가사 위에 본격적인 앰비언스 계열의 음악을 시도한 [Mysterium]은 앨범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꼽힐만 하다.
1. Soulmate
2. The World Is An Orchestra
3. 비밀의 화원 / The Secret Garden
4. Winter Song
5. Valkyrie
6. Soul Deep Sunday
7. Paradise
8. Indian Flower
9. Mysterium
10. Free Man
11. Voyager
12. Superso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