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새로운 시간을 찾아 나선 색소포니스트 데이빗 샌본의 4년만의 회귀작![ Timeagain ]
어릴 적 선천적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알토 색소폰을 잡게 된 데이빗 샌본(1945년생)은 이제 어느 덧 매우 프로페셔널한 중견의 색소포니스트로 재즈 신에 자리하고 있다. 폴 버터필드 블루스 밴드(The Paul Butterfield Blues)를 거쳐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길 에반스(Gil Evans),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데이빗 보위(David Bowie), 마이클 브레커(Michael Brecker) 등의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음악적 캐리어를 쌓은 샌본은 75년 비로소 자신의 첫 데뷔작 < Taking Off >를 발표한다. 이 후에도 꾸준히 솔로앨범을 발표하는 동시에 세션 활동을 지속해 나가는데 그 결과 그래미에서 다섯 번이나 수상하는 영광을 거머쥐기도 한다.
자신의 리더작을 통해 'Chicago Song', 'Lisa', 'Slam', 'Let's Just Say Goodbye', 'Hideaway', 'Love And Happiness', ‘As We Speak' 등의 수많은 히트곡을 양산해냄은 물론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 조지 벤슨(George Benson), 타미 볼린(Tommy Bolin), 하이럼 블록(Hiram Bullock),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 밥 제임스(Bob James), 알 자로(Al Jarreau), 스틸리 댄(Steely Dan), 마이크 스턴(Mike Stern) 그리고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 등의 뮤지션들과도 꾸준히 교류하여왔다. 약 30년에 이르는 샌본의 이런 다양한 활동을 살펴보면 단지 재즈뿐만이 아니라 팝과 락, 블루스 등 장르와 스타일 구분없이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것을 확인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샌본이 현재 재즈 신에 갖는 위치는 상당히 남다르다. 데이브 코즈(Dave Koz)부터 앤디 스나이처(Andy Snitzer), 커크 월렘(Kirk Whalum), 폴 테일러(Paul Taylor), 캔디 덜퍼(Candy Dulfer) 그리고 스티브 콜(Steve Cole)까지 많은 컨템포러리 팝 재즈 계열의 색소포니스트들에게서 직, 간접적으로 데이빗 샌본의 영향을 찾아볼 수도 있다.
99년 < Inside >를 발표하고 약 4년이라는 유례없는 공백기를 가졌기에 이번 신작은 샌본 자신에게도 그렇지만, 대외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의미를 지닌다 할 수 있다. 그 동안 활동해오던 워너와 그 산하의 일렉트라를 떠나 새로운 레이블인 버브로 이적했다는 것도 그렇다. 이미 버브에는 출중한 포스트 밥 색소포니스트 마이클 브레커(Michael Brecker)와 새로운 재즈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71년생의 젊은 색소포니스트 크리스포터(Chris Potter) 그리고 8-90년대 달콤하며 무드있는 색소폰연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리차드 엘리엇(Richard Elliot)과 컨템포러리 팝 재즈 씬에 어필하고 있는 제랄드 알브라이트(Gerald Albright)가 활동하고 있기에 새롭게 버브에 영입된 샌본의 위치는 기존에 보여주었던 색깔에서 다소의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세이더스의 사운드 메이커 스튜어트 레빈과 샌본의 만남
과거 베이시스트인 마커스 밀러와 함께 작업하면서 텐션 강하고 펑키한 라인의 연주를 들려줬었는데 신작에서는 새로운 프로듀서를 맞아 또 다른 음악적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는 과거 크루세이더스(The Crusaders)와 심플리 레드(Simply Red), 허프 마세켈라(Hugh Masekela), 비비 킹(B.B. King), 조 카커(Joe Cocker) 등의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스튜어트 레빈(Stewart Levine)으로, 레빈은 가장 최근 크루세이더스의 20년만의 재기작 < Rural Renewal >에프로듀서를 맡으며 다시 한번 크루세이더스의 영광을 재현해내었다. 샌본과 레빈은 사실상 본 작을 통해 처음 작업하는 셈이지만 이미 93년에 보컬리스트 올레타 아담스(Oleta Adams)의 < Evolution >에서 샌본은 색소포니스트로, 레빈은 프로듀서와 편곡자로 잠시 조우한 적이 있다. (올레타 아담스는 이후 샌본의 95년작 < Pearls >에 보컬로 다시 참여하기도 하였다.) 스튜어트 레빈은 < Timeagain >에서 매우 세심한 편곡의 앙상블 운용을 보여주고 있는데, 샌본의 이전 앨범들과 달리 차분하며 전체적으로 다듬어지고 완화된 느낌을 전해준다. 새로운 프로듀서 레빈과 함께 이번 음반에서는 반가운 뮤지션들을 만나볼 수도 있는데 드러머 스티브 갯(Steve Gadd, 가장 최근 에릭 클랩튼의 라이브 음반 < One More Car: One More Rider >에 참여했었다.), 샌본이 워너에서 버브로 이적한 것과 다르게 버브에서 워너로 이적한 베이시스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Christian McBride), 샌본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키보디스트 리키 피터슨(Ricky Peterson) 그리고 트럼페터 랜디 브레커(Randy Brecker), 기타리스트 러셀 말론(Russell Malone), 비브라포니스트 마이크 메이니어리(Mike Mainieri) 등이 이번 음반에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또 다른 레파토리로 변화를 시도하는 샌본의 < Timeagain >
현재까지 약 20여장의 앨범이 샌본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는데 대체로 초창기에 해당하는 70년대 말까지는 비교적 각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곡을 받아 연주했었다. (이때, 특이하게 폴 사이먼(Paul Simon)의 곡 ‘I Do It for Your Love’ ‘Short Visit’ 등을 커버했었다.) 79년작 < Hideaway >부터 비로소 샌본의 자작곡이 많이 수록되기 시작하는데, 이후부터는 마커스 밀러와 하이럼 블록이 샌본과 호흡을 맞추며 본격적인 샌본만의 강력한 퓨전 사운드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91년 워너에서 그 산하의 일렉트라로 이적하며 < Another Hand >를 발표하는데 이때부터 샌본의 음악은 조금씩 변화를 시작한다. 블루스, 소울적인 필이 돋보였던 < Upfront >(92년작)와 ‘Willow Weep for Me’ ‘Smoke Gets in Your Eyes’ ‘Come Rain or Come Shine’ ‘This Masquerade’ 등 샌본이 최초로 재즈 스탠더드를 수록하였던 (95년작, 타이틀 곡인 ‘Pearls'는 샤데이(Ssde)의 97년작 < Love Deluxe >에 수록된 곡과 같은 곡이다.) 그리고 키보디스트 리키 피터슨이 샌본과 공동작곡을 하며 앨범의 프로듀서까지 맡았던 < Songs From The Night Before >(96년작)와 데이빗 샌본의 히트곡을 다시 편곡했던 99년작 < Inside>까지 샌본은 90년대를 지나오면서 전체적으로 상당히 큰 변화를 꾀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신작 < Timeagain > 역시 시대와 장르, 스타일을 뛰어넘는 다양한 레파토리들을 수록하고 있어 무척 흥미를 끈다. 일렉트라에서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 Inside >가 자신의 워너 시절을 총정리하는 개념의 앨범이었다면, < Timeagain >은 재즈와 블루스, 소울, 락, 포크 등 음악 전반에서 폭넓게 활동했던 샌본의 음악활동을 정리하는 의미의 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본 작을 통해 샌본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의지까지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 Comin' Home Baby (Tucker)
2. Cristo Redentor (Pearson)
3. Harlem Nocturne (Hagen)
4. Man From Mars (Mitchell)
5. Isn't She Lovely (Wonder)
6. Sugar (Turrentine)
7. Tequila (Rio)
8. Little Flower (Sanborn)
9. Spider B. (Peterson/Sanborn)
10. Delia (Sanb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