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y Macalpine / Chromaticity
매년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고 있는 토니 맥컬파인의 신보가 국내에 수입되었다. 한동안 지구레코드나 서울음반을 통해 라이센스로 잘 소개되었는데 이번 앨범은 어찌된 영문인지 수입으로 일단 먼저 소개되고 있다.
향에서는 먼저 미국반으로 수입한 적이 있었는데 미국반 겉 표지에 있는 스티커 안내문에는 다시 토니 맥컬파인이 “이전의 네오 클래시컬 스타일”로 복귀했다고 분명하게 못을 박아 놓았었다. 그래서 필자는 과연? 이라는 의문을 가지고 앨범을 들어 보았는데 답은 Yes다.
그의 음악을 꾸준히 들어온 사람은 알겠지만 초기 앨범 2장 – [Edge of Insanity]와 [Maximum Security]는 문자 그대로 80년대 중반의 네오 클래시컬의 대표적인 기타 연주 음반이었으며 Madness 이후의 앨범은 여러 스타일의 광범위한 탐색과 실험의 기간이었으며 [Violent Machine]에서부터 보컬에 대한 관심이 표명, 지난 앨범 [Master of Paradise]에서는 보컬 트랙이 8곡이나 있었다.
특히 이전 앨범 [Master of Paradise]를 들어보신 분들은 토니의 보컬이 전체 앨범의 80%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 들였을지 궁금하다. 필자의 경우 그것은 지금까지 토니의 음반 활동 가운데 최악의 실수라고 거의 단언하고 싶을 정도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의 보컬은 너무 그 성질(聲質)이 얇아서 락 보컬로는 전혀 적합하지 못한 스타일이었고 그 안에서의 감정 표현도 필자로써는 어떤 표현력도 느낄 수 없는, 오히려 곡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그런 보컬이었다. 또한 그 앨범에서의 기타 플레이 또한 지금까지 보여왔던 퓨전적인 느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미국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그런 스타일었다. 그리고 그것은 토니의 팬들이 그에게서 기대할 만한 그런 변화는 아니었던 듯 싶다. 물론 토니처럼 상당히 광범위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진 음악가에게 어느 하나만 고집하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말도 안될 뿐더러 결국 그것은 자신의 선택 문제이지만 지금까지 여러장의 음반에서 기본적으로 보여주었던 색깔을 그렇게까지 이탈했던 적인 아마 저번 앨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이었던 듯 싶다. 그러한 과오를 스스로 자각해서였을까? 1년만에 나온 신작은 네오 클래시컬에 바탕을 둔 100% 인스트루멘탈 앨범으로 과감히 복귀, 다시금 그에게서 나올만한 사운드로 가득차 있는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될 점은 네오 클래시컬로 복귀했다고 해서 이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사운드의 질감 및 곡의 스타일이 이전 [Edge of Insanity]와 [Maximum Security]로 100% 돌아갔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앨범의 많은 부분이 이전 앨범들과 비교하여 네오 클래시컬 스타일로 복귀를 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그와 동시에 이전까지 그가 추구해왔던 퓨전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곡들에 녹아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가 이미 활동을 시작한지 15년이 넘는, 10여장에 달하는 앨범을 발표한 중견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그 짧지 않은 기간동안 축적되어온 그의 여유로움과 안정감이 연주 곧곧에서 묻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본질적인 앨범의 색깔은 네오 클래시컬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다시 잡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단 그의 전형적인 기타 / 키보드 톤이 다시금 살아났다는 것이 제일 먼저 포착되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리드 기타를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전처럼 원없이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필자를 아주 흡족하게 만든다. 그의 이러한 음악적 비전이 이전에도 호흡을 맞췄던 Steve Smith (요즘 다양한 세션 활동에 무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그의 드럼은 언제 어느 음반에서건 짱이다)의 든든한 드럼을 기반으로 잘 풀리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그동안 한동안 소원해졌던 친구를 다시 만나는 듯한 느낌이다.
P. S. : 매우 어려운 단어로 되어 있는 앨범 제목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광학에서 쓰는 전문용어로 색도(色度)라고 되어 있다.
1. Christmas Island (Macalpine) - 5:43
2. Chromaticity (Macalpine) - 5:35
3. City Beneath The Sea (Macalpine) - 6:14
4. Digitalis Destructi (Macalpine) - 4:39
5. Isis (Macalpine) - 5:21
6. Prince Of Light (Macalpine) - 4:36
7. Still Valley (Macalpine) - 5:05
8. Avenger (Macalpine) - 5:08
9. Eye Of The Soul (Macalpine) - 6:08
10. Etude Nr. 8 Op. 10 Performed By F. Chopin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