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팝의 부활을 꿈꾸는 리알토
<P><BR><BR>팝의 전성기를 지나고 있는 지금, 우리 시대의 다수의 감수성을 반영하는 팝의 트렌드와는 다르게 자신들의 음악을 규정짓고자 하는 뮤지션들이 있다. 리알토(Rialto)도 지금의 여러 팝 군단들과 다르게, 또는 90년대의 거목이 된 오아시스와 다른 방향에서 대중 음악의 다른 감수성을 자극하고자 하는 밴드이다. 이들의 새 앨범 [Night On Earth]는 짐 자무쉬의 91년 영화와 같은 제목인데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이들이 열렬한 영화 팬이라는 것을 자부하는 것과 '시네마틱 뮤직'이라는 자신들의 지난 음악을 설명하는 단어에 견주어본다면 새 앨범의 사운드로 보는 비주얼과 분위기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Night On Earth]에서 리알토가 전작과 다르게 참조하고 있으며 지금의 자신들의 음악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뉴 오더(New Order)에서 일렉트로닉(Electronic)으로 이어지는 과거 80년대 뉴웨이브 신쓰 팝(synth pop)의 한 흐름이며, 동시에 80년대 스미스가 인디 팝을 정의하면서 내세운 로맨티시즘이다. 90년대의 가장 큰 음악적 경향이자 발견이었던 일렉트로니카의 테크노 시대를 통과한 리알토는 다른 방식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에 접근하고 있다. 이들이 선택한 신쓰 팝은 테크노의 춘추전국 시대의 극단적 애티튜드들과는 다르게, 한편으로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치 그 출발점으로 회귀하는 듯하며, 지금의 테크노 사운드에서 발견하기 힘들지만 초기 일렉트로닉 사운드로서 신쓰 팝이 가졌던 팝의 감수성을 전유하고자 하는 듯 보인다. <BR>마치 일렉트로닉의 데뷔 앨범의 수록곡 'Idiot Country'라는 제목을 연상시키는 곡 'Idiot Twin'은 뉴 오더의 버나드 섬너와 스미스의 자니 마가 만들었던 이 프로젝트가 지향했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현악의 층을 입혀 리알토 특유의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경향의 곡으로는 이외에도 'Anyobe Out There?', 'Drive'가 있다.
<P><BR><BR>스미스의 스티븐 패트릭 모리씨가 자니 마와 만들어냈던 자기 파괴적 비하와 사랑의 고통에 감수성의 결정판이었던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은 스미스 신화의 장대한 에픽으로 남아있다. 리알토 역시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교통사고로 죽어도 좋다'는 이 곡이 노래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삶과 사랑을, 유사한 장대함으로 노래한 'The Car That Took My Love Away'를 만들었다. <BR>한편으로 이 곡의 도입부에서 루이스 엘리엇의 보컬은 뉴웨이브 익스페리멘틀 밴드 저팬(Japan)의 데이빗 실비안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며 저팬 음악의 이질적인 사운드 실험과 유사한 맥락의 시도도 들려온다. 앨범의 드라마틱한 결말부를 이루는 이 곡은 리알토가 새 앨범에서 선취한 지점이다.
<P><BR>또, 이 앨범에서 이와는 다른 의미로 주목할 만한 곡은 'Underneath A Distant Moon'이다. 활을 이용한 다양한 음의 텍스처들 속에서 하나의 트랙으로 한편의 완성된 단편영화를 연상시키는 이 곡은 리알토의 노심초사한 세월을 입증하는 곡이기도 하다. <BR>리알토의 보컬이자 작사가이며 영화팬인 루이스 엘리엇(Louis Elliot)과 기타리스트이며 사운드의 총책임자인 자니 불(Jonny Bull), 베이시스트 줄리언 테일러(Julian Taylor), 드러머 피트 커스버트(Pete Cuthbert)의 4인조로 재편성된 리알토는 이전 앨범의 6인조 시절보다 더 다양하고 야심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BR>키보디스트를 내보낸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키보드 사운드가 더 강화되었으며, 자니 불의 음악적 역량은 'Monday Morning 5:19'과 'Summer's Over'가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던 지금까지의 리알토 사운드 경향으로서는 의외의 소리들을 창출해내었다. 그러나 이 의외의 사운드들 속에서 팬들을 열광시킨 전작의 'Monday Morning 5:19'과 같은 맥락의 곡들, 'Catherine's Wheel', 'Shatterproof'가 수록되어 있다. <BR>여기서는 여전히 모드 시절을 회상하고 삼각관계가 인간에게 부여하는 신화적 숙명성의 무거운 짐을 노래하고 있으며 사랑과 배신이라는 가장 오래된 테마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리알토의 팬들에게 아주 특이한 선물이 될 'London Crawling'이 있다. 이것은 리알토의 전신인 밴드 킹키 머신(Kinky Machine) 시절의 곡으로 완전히 재편성한 곡이다. 미드 템포의 90년대식 드럼 앤 베이스의 전형적 리듬을 집어넣은 이 곡은 나름대로 인디계에서 기린아 중의 하나였던 킹키 머신의 사운드를 2000년의 시점에서 다르게 소화하고 있는 곡이다.
<P><BR><BR>리알토는 데뷔 당시 레코드사로부터 상업성의 부족을 이유로 두 번이나 방출당했으나 데뷔 앨범의 성공으로 이제는 보무도 당당한 밴드로 음반시장에 입성한 밴드이다. 최근에는 6곡이 수록된 EP [Girl On A Train]을 인터넷을 통해서만 판매하기도 하면서 음반시장과 타협하지 않고서도 자신들의 음악적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BR>전작의 국내에서의 대대적인 성공이 리알토의 새 앨범에서 들려오는 만개한 사운드에 편견으로 작용할까 염려가 될 만큼 리알토의 음악적 결과물은 한층 성장했다. 리알토는 회고적 감수성을 통해서 자신들의 음악적 변화의 기틀을 잡아내었고 영국 인디 팝 내의 역사들 속에서 문득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신들의 음악적 전통을 현재의 감각으로 살려내었다. <BR>간혹 루이스 엘리엇의 목소리가 지나친 감상주의로 무장한 가성으로 울려 퍼질지라도 그가 노래하는 사랑과 일상의 무거운 짐들에 공감한다면 리알토의 음악은 충분히 당신의 삶의 사운드트랙이 될 수 있을 것이다.</P>
1. London Crawling
2. Idiot Twin
3. Anything Could Happen
4. Anyone Out There?
5. Catherines' Wheel
6. Drive
7. Monday Morning 5:19 (Acoustic Version)
8. Failing In Love
9. The Car That Took My Love Away
10. Deep Space
11. Russian Doll
12. Shatterproof
13. Underneath A Distant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