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스 걸스 시절을 통틀어 맘 편히 쉬어 본 것이 모두 합쳐 열흘도 안 되었을 정도로 모두들 지쳐 있었던 차라 자신만의 솔로 앨범을 구상하고 또 실행으로 옮겨 녹음 스튜디오에서 밤을 새는 그런 일들이 너무 즐거웠다고 말하고 있다.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li Peppers)의 앨범을 맡아 작업했던 릭 루빈스(Rick Rubins), 마돈나(Madonna)와 작업했던 마리우스 드 브리에스(Marius De Vries)와 릭 노웰스(Rick Nowels), 블러는 물론 마돈나의 최근작들에서도 계속 이름을 발견할 수 있는 윌리엄 오빗(William Orbit) 등이 참여하고 있다. 천재 멀티 뮤지션 벡(Beck)의 밴드 멤버들도 앨범 속지에서 눈에 띈다.
그리고 새 싱글 Unpretty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점령한 TLC. 그 멤버 레프트 아이(Left Eye)도 게스트 래핑을 들려준다. 그간 작업한 총 30개의 베스트 트랙들 가운데 엄선해 12개 정도가 수록될 것이라니 그 완성도나 정성 또한 짐작할 수 있겠다. 그녀의 온 몸에 산재한 수많은 문신들이 더욱 그럼직하게 어울리는 듯 하다.
가볍게 앨범 수록곡들을 살펴본다. 첫 싱글로 발표되어 엄청난 반향과 함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Goin' down은 그녀 자신이 블러의 Song 2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하고 있을 정도의 트랙이다. 'Song 3'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단다. 가비지(Garbage)와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 등 그녀가 즐겨 듣는 아티스트들이 생각난다. 파워 넘치는 보컬과 묵직한 일렉 기타 연주가 곡을 주도하고 있다. 타이틀 트랙 Northern star에서도 역시 그녀의 인디 록적인 정서가 잘 드러난다.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 같은 느낌을 주는 어쿠스틱하고 포근한 미드 템포 발라드. 그나마 가장 예전 스파이스 걸스 분위기로 읽히는 Never be the same again에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레프트 아이의 게스트 래핑이 포함되어 있다. 흡사 멜라니 지의 래핑이 떠올라 더욱 그런 스파이시(spicy)한 향수가 불러일으켜지는 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다른 양념 소녀들의 도움은 배제한 듯 하다. If that were me는 반복적으로 샘플링되어 흐르는 기타 연주와 잔잔하게 흐르는 오케스트레이션 효과, 가벼운 리듬 트랙들이 잘 어우러진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한편 약간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Why도 참 괜찮은 트랙이다.
드라마틱한 곡의 전개 방식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게 잘 만든 트랙이다. 노래 실력도 무시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악보를 단순히 읽어내려가는 것 이상을 소화해 냈다. 후반부에 가면 뜻밖에 등장하는 그녀의 샤우트 창법과 진한 필의 애드 리브도 감상할 수 있다. 이미 영화 '빅 대디(Big Daddy)'에 삽입된 덕에 우리 귀를 즐겁게 했던 Ga ga는 전형적인 브릿 팝 트랙. 앨라니스 모리세트가 영국으로 건너가서 낼 법한 사운드. 오아시스(Oasis) 풍의 Suddenly Monday, 독특한 느낌의 발라드 Closer 등도 필청 트랙들이다.
물론 당분간은 솔로로서의 활동에도 주력할 테지만,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스파이스 걸스라는 타이틀로 다시 모인 이들이 자랑스러운 새 싱글을 내 놓을 예정이다. 제리도 그렇지만 이렇게 멜라니 시가 보여준 것 같은 파격적이고 성숙한 음악적 변신들이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머무르지는 않기를 기원한다. 처음 데뷔 당시의 '제 2의 비틀즈'라는 들었던 것이 무색하지 않게 이제는 'Spice Women'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1. Go!
2. Northern Star
3. Goin' Down
4. I Turn To You
5. If That Were Me
6. Never Be The Same Again
7. Why
8. Suddenly Monday
9. Ga Ga
10. Be The One
11. Closer
12. Feel The 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