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만에 발매되는 한돌의 첫 베스트 앨범! 그의 노래모음에서 다시 엮은 노래이야기! 타래나무 한그루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타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는 아주 잘생긴 타래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정성을 다해 가꾸면 ‘타래’라는 열매도 열렸다. 한 해에 서너 개가 열렸으며 그럴 때마다 나는 행복의 오르가즘을 느꼈다. 나는 그 열매를 힘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 평생 나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타래나무도 시들해졌다. 어느 날 나는 알았다. 내 마음이 황폐해진 것을. 타래나무 주위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게으름이란 세균이 온몸에 퍼진 것이다. 마음이 마비되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나는 온 겨레가 함께 부를 아리랑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 백두산 바람과의 싸움에서 나를 살려낸 노래는 끝내 내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황폐해진 내 마음을 살려내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무 의미도 없는 삶이 시작되었다. 노래가 없으니 예전처럼 마음도 맑지 못하다. 십년이 넘도록 노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야 비로소 알았다. 노래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지리산이 보고 싶었다. 그 지리산에서 봄눈을 만났다. 봄눈은 시들었던 타래나무에 파란 잎을 돋게 했다. 마비되었던 마음도 다시 움직였다. 노래가 돌아온 것이다. 아직 타래는 열리지 못하지만 타래나무에 새잎이 돋아난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이제 나는 다시 행복한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