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宮崎 駿)와 히사이시 조(久石 讓) 콤비의 일곱 번째 만남! 일본식 상상력의 극치를 이루는 완벽한 동화(童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
히사이시 조와 미야자키 하야오 콤비의 일곱 번째 작품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역시 그러한 그의 모든 특징이 여실히 녹아들어 있는 영화다. 미야자키와의 다른 모든 작품들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작업에 앞서 스토리보드를 바탕으로 한 이미지 앨범을 완성한 후 본격적인 음악 작업에 들어갔다. 전반적으로 기존의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 삽입된 곡들의 독특한 스타일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는데(특히 몇몇 곡들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 쓰인 선율을 연상케 한다), 곡들은 대체로 스케일 큰 오케스트라 연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역동적이고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피아노와 키보드로 표현되는 특유의 긴장감과 때로 서정적이고 때로 장난스럽기까지 한 밝고 가벼운 멜로디는 극의 내용과 상황에 적절히 배치되어 영화에의 깊은 몰입을 가능하게 했다. 물론 사운드트랙의 음악들은 그 제목에 걸맞게, 영화의 각 장면들을 눈앞에 선명하게 불러올 정도로 시각적인 이미지를 제공해준다.
앨범에 포함된 스무 곡의 연주곡들은 전반적으로 히사이시 조 특유의 색채가 잘 녹아든 탁월한 작품들이며 대체로 밝지 않은 어두운 분위기와 색채를 띤다. 이는 물론 가볍지만은 않은 영화 자체의 내용과 분위기 탓일 터이지만,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오케스트레이션이 담아내는 음울하고 무거운 이미지 또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화려한 구성 등은 듣는 이에게 짜릿한 감흥을 선사해주기에 충분하다. 맑은 피아노 연주가 이루는 아름다운, 그러나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선율과 후반부의 급박하게 전개되는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서막을 표현하는 'あの夏へ(아노 나츠에; 그 여름날에)'를 비롯하여, 부드럽고 서정적인 선율이 마음을 감싸오는 'あの日の川(아노 히노 카와; 그날의 강)'과 'ふたたび(후타타비; 또 다시)' 등은 무척이나 돋보이는 곡들이다. 그 외에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특유의 리듬감과 멜로디로 재미있게 표현한 'ボイラ-蟲(보이라 무시; 보일러 벌레)'와 '神さま達(카미사마다치; 신들)'과 같은 곡들도 아주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 사운드트랙의 백미(白眉)를 꼽으라면 유일한 보컬 곡이며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사용된 키무라 유미(木村 弓)의 아름다운 노래 'いつも何度でも(이츠모 난도 데모; 언제나 몇 번이라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키무라 유미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을 한 작품으로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멜로디와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듣는 이를 잔잔하게 압도한다. 노래가 다 끝난 후,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후렴구의 스캣을 흥얼거리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