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그 효과적 절충안 Armageddon / Embrace The Mystery
Scandinavian Heavy Metal
이제 북구의 헤비메틀은 높은 음악성을 인정받아 마이너의 수줍은 태를 완전히 벗어버린 완숙한 모습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장르를 불문하고 걸출한 아티스트를 대량생산해 낸 스웨덴은 명실공히 북구의 음악, 아니 유럽의 음악계를 이끌어 가는 선구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핀란드와 노르웨이 등 주변국의 무서운 추격을 받으며 나름대로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The Core - Extreme Music
북구 헤비메틀의 핵심이라면 아무래도 멜로딕 데스, 블랙, 고딕 메틀 등의 소위 Extreme Metal 일 것이다. 비장한 멜로디에 극악무도한 보이스를 동반한 이런 류의 음악은 차가운 지역색이 묻어나는 독특한 스타일로 매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In Flames, Dark Tranquillity, Arch Enemy 그리고 새로이 떠오른 기대주 Soilwork까지 많은 밴드들이 이 지역 음악을 대표하고 있다. 그 중 한 팀인 Arch Enemy는 한국 팬들의 많은 관심 속에 얼마 전 신작이 한국에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hristopher Amott
애칭으로 크리스 아모트라 불리는 이 어린 기타리스트는 지금 소개하려는 Armageddon이라는 밴드를 이끌고 있는 하이퍼 테크니션이다. 잠시 그를 소개하자면, 그는 Arch Enemy의 또 다른 기타리스트이자 리더인 마이클 아모트(Michael Amott)의 동생이다. 그의 형 역시 테크니컬한 기타 연주 솜씨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동생인 크리스 역시 형에 버금가는 탁월한 연주력에 작곡 솜씨까지 겸비한 재원이다. 스웨덴 왕립학교에서 재즈에 관한 정규 교육을 받은 후 Carcass 출신의 형과 함께 Arch Enemy를 결성,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 음악계에 뛰어들었다.
Brief History of Armageddon
그가 형과 함께 Arch Enemy 멤버로서 활동한 것은 1996년부터이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구상하다가 이듬해인 1997년 Armagedd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당시의 라인업은 Arch Enemy와 연관이 깊다. 기타에 크리스, 베이스에 Martin Bengtsson ([Stigmata] 시절 Arch Enemy의 베이스 주자), 드럼에 Peter Wildoer (전 Arch Enemy, 현 Majestic, Darkane), 그리고 보컬은 Jonas Nyren으로 데뷔작 [Crossing The Rubicon]을 발표한다. 이 앨범의 기본 틀은 Arch Enemy의 그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멜로딕 데스 메틀이었다. 각종 매거진과 웹진들에서는 이들의 앨범을 극찬하였고 특히 크리스의 현란한 테크닉에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앨범의 프로듀스는 스웨덴 멜로딕 데스계의 마이다스 프레드릭 노드스트롬(Fredrik Nodstrom)이, 엔지니어링은 In Flames의 보컬 앤더스 프라이덴(Anders Friden)이 맡아 주었다.
그러나 Armageddon은 프로젝트일 뿐이었다. 당시 참여 뮤지션들 모두 앨범 발표 후 이렇다 할 활동 없이 각자의 활동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3년이 지나고 크리스 아모트는 Arch Enemy에서의 활동을 통해 이미 3장의 앨범을 발표하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의 마음 한쪽에는 자신의 프로젝트 Armageddon에 대한 미련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이제는 Arch Enemy와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해 보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1집 당시의 라인업과는 전혀 다른 라인업으로 크리스는 제2기 Armageddon을 출범시켰고 2000년 그들의 신작 [Embrace The Mystery]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에서만 공개가 되었다.
The New Line-Up
새롭게 탄생한 2기 Armageddon의 라인업에는 몇몇 낯선 이름들이 보인다. 기타는 크리스, 보컬은 Rickard Bentsson, 베이스는 Dick Lowgren, 그리고 드럼은 Daniel Erlandsson이다. 여기에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두 멤버, 보컬과 베이스이다. 먼저 Rickard Bentsson은 국내에는 소개된 바가 없는 뮤지션이다. 그는 자신의 밴드 Last Tribe를 이끌고 있으며 그 리허설 중 크리스와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크리스는 그의 묵직한 음색에 매력을 느꼈고 자신의 프로젝트에서 노래를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고 한다. 베이스 주자 Dick Lowgren 역시 생소하지만 Arch Enemy와는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99년 Arch Enemy의 유럽 투어 당시 Mercyful Fate의 투어로 동행하지 못했던 Sharlee D'angelo의 공백을 훌륭하게 커버해 주었던 실력파이다. 6현 베이스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는 특이하게도 재즈와 퓨전을 즐겨 듣는다고 한다. 나머지 멤버인 Daniel Erlandsson은 현재 Arch Enemy의 드러머로 활동중이다.
Embrace The Mystery - In Between Progressionism and Conservatism
작년 일본에서만 공개가 되고 유럽 어디에서도 아직도 발매가 되지 않은 Armageddon의 두번째 앨범 [Embrace The Mystery]가 뒤늦게 국내에 소개된다. 본 앨범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진보와 보수의 절충안이다. 1집 [Crossing The Rubicon]에서 Arch Enemy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데 대한 크리스의 미련은 본작에서 클린보컬과 프로그레시브한 진행을 곁들여 독특한 스타일의 형태로 승화되었다. 크리스는 본작의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급적 정통 헤비메틀로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개성있는 기타 연주 때문일까, 본작에서는 상당히 복잡한 구성과 테크닉으로 당대 프로그레시브 메틀의 흔적도 보인다. 기타와 베이스의 끝없는 유니즌이 돋보이는 Bind Fury, 팝적인 감각의 멜로디와 무난한 전개로 새로운 느낌을 전해주는 Worlds Apart, 그리고 멤버들의 뛰어난 테크닉과 메틀, 클래식, 라틴 음악의 영향까지도 느껴지는 연주곡 Moongate Climber까지 3년간 크리스가 구상한 모든 것, 또 그와 다른 멤버들의 역량이 집결된 훌륭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Closing
2000년 11월의 어느 날 필자는 동경 아카사카에 위치한 블릿츠라는 공연장을 찾았다. 바로 In Flames의 서포트를 위해 Armageddon과 The Haunted가 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당시 일본에서 Armageddon의 앨범 Embrace The Mystery는 발매되기도 전이었지만 Arch Enemy의 여파 때문인지 이들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스테이지 위에서 기타를 주무르는 크리스의 모습은 흡사 전성기 마이클 쉥커와도 같았는데 공연 후 대기실에서 만난 그의 앳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어린 나이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테크닉을 지녔다는 사실은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이 앨범을 듣는 사람들, 또 Arch Enemy의 앨범을 듣는 사람들의 공론이 아닐까...
비록 국내에는 지각 발매되었지만 이 앨범이 발매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손을 들어 환영할 일이다. 일본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발매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기쁨과 함께 묘한 자부심을 전해준다. 급변하는 음악계에서 정통적인 원류를 따르려는 이들의 노력, 그와 조화를 이룬 테크닉적인 진보가 내놓은 효과적 절충안 [Embrace The Mystery]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닌 계속해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밴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자료제공: 드림 온]
1. Awakening
2. The Broken Spell
3. Blind Fury
4. Worlds Apart
5. Cry of Fate
6. Illusions Tale
7. Moongate Climber (Instrumental)
8. Embrace The Mystery
9. Sleep of Innocence
10. Grain of S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