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현에 실린 빌 에반스 음악의 아름다움, 완벽한 사운드 퀄리티, 뉴욕 타임즈 등 언론의 극찬 속에 발매된 따뜻하고 향기로운 음악,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회화가 담긴 디지팩 아트웍을 담은 니뇨 호셀레의 화제의 앨범
베보 발데스와 디에고 시갈라 (Bebo & Cigala)의 명반 [Lagrimas Negras]를 만들어냈던 기타리스트 니뇨 호셀레가 베보 발데스를 부활시킨 Calle 54 프로덕션 팀과 함께 눈과 귀를 맑게 해 줄 아름다운 앨범을 만들어냈다. 재즈 피아노의 거장 빌 에반스의 대표곡 “Waltz For Debby”, “My Foolish Heart”, “Never Let Me Go” 등의 작품이 6현의 떨림 속에서 보다 선명한 아름다움을 지닌 곡으로 재탄생했으며, 마크 존슨(빌 에반스 트리오의 마지막 베이스 연주자), 조 로바노, 톰 해럴, 프레디 콜, 제리 곤잘레스 등 최고의 세션팀이 윤기를 더했다. 프레디 콜과 브라질의 보석 에스트렐라 모렌테의 보컬이 덧붙여진 I Do It For Your Love”, “Minha”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원곡의 아름다움과 최고의 연주자들과 프로덕션 팀이 만들어 낸 완벽한 사운드 퀄리티, 그리고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회화가 담겨 있는 디지팩 패키지. 뉴욕 타임스 등 매체의 극찬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감성적인 음악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 추천.
빌 에반스의 곡, 혹은 빌 에반스가 즐겨 연주했던 재즈 스탠더드 곡들을 솔로 곡으로, 보컬과의 듀오 곡으로, 또는 적절한 세션들과의 조합으로 매만진 트랙들은 재즈 팬이라면 무척이나 익숙한 곡들임에도 이색적이며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앨범의 문을 여는, 빌 에반스의 1959년도 앨범 [Everybody Dig Bill Evans]에 실려 있는 ‘Peace Piece’는 굉장히 느린 템포의 곡으로 에릭 사티의 무심한 듯한 멜로디 전개를 닮은 곡이다. 이 곡을 포함해 정중앙에 놓여있는 6번 트랙 ‘The Dolphin’, 그리고 마지막 곡인 ‘When I Fall In Love’, 이렇게 총 3개의 트랙이 니뇨 호셀레의 기타솔로곡으로 가장 낭만적인 연주라고 단언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빌 에반스가 1973년 도쿄 실황앨범 [The Tokyo Concert]에 수록된 피아노 솔로곡인 ‘Hullo Bolinas’는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왈로우의 곡으로, 인트로 부분에 니뇨 호셀레가 맑은 하모닉스를 첨가했다. 베이시스트 마크 존슨과의 잔잔한 소통이 느껴지는 트랙인데, 빌 에반스와 호흡을 맞추었던 그의 참여―본작에서 무려 6곡에 사려 깊은 묵직한 베이스음을 깔아준-는 본 앨범에 윤기를 더해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톱 하렐의 트럼펫이 추가된 트리오 라인업으로 연주된 5번 트랙 ‘My Foolish Heart’와 또 다른 트럼페터 제리 곤잘레스가 참여한 ‘Never Let Me Go’는 빌 에반스가 생전에 가장 애착을 가졌던 곡들로 쓸쓸한 느낌이 자욱하게 깔려있다. 또 앨범에서는 두 곡의 보컬트랙을 만날 수 있는데, 4번 트랙 ‘I Do It For Your Love’에서는 프레디 콜이, 그리고 빌 에반스의 1979년도 파리 실황앨범인 [Paris Concert]에 수록되어 있는 ‘Minha’에서는 브라질의 보석 같은 여성 보컬 에스트렐라 모렌테가 아름다운 음색을 들려준다. 빌 에반스가 1963년에 만든 곡인 10번 트랙 ‘Turn Out The Stars’는 앨범의 백미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곡이다. 중반부이후부터 분위기가 급반전되어 플라멩코의 성격이 가장 진하게 배어있는 이 곡은 본작에서 기타-베이스-드럼파트의 어레인지가 가장 빛을 발하는 예이다.
니뇨 호셀레의 앨범 [Paz]는 이렇게 사색적이고, 조금은 우수에 잠긴 듯 하면서도 시적인 감수성이 풍부하게 녹아있었던 빌 에반스의 단골 레퍼토리들을 한없이 따뜻하고, 향긋하게 연주하고 있다. 때때로 우울하지만 결코 ‘비탄’으로 넘어갈 정도의 과장된 감정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봄날의 햇살처럼 밝고 따뜻해서 가슴을 알싸하게 만들고, 훈풍(薰風)이 불어올 때 느껴지는 가벼운 서글픔처럼 표현하기 힘든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그려내면서 말이다.
[글: 박경, 음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