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길지 않은 국내 록 음악의 역사 속에서 그중 지난 세기말 서울 홍대 앞부터 시작되어서 젊은이들의 피를 들끓게 했던 펑크록.
국내 펑크록의 시발점 속에서 '청춘은 불꽃이어라', '시린 가슴속에 열정을...' 이라고 부르짖으며 당시 젊은이들을 거친 펑크의 세계로 인도 했던 국내 펑크의 역사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기린아. 바로 밴드 '노브레인' 에 기타리스트였던 차승우이다. 그런 그 가 2002년 함께 동고동락 하던 밴드를 떠난 뒤 많은 이들이 그의 소식을 아쉬워하며 기다리고 있던 중 조금이 나마 위안이 될 그런 소식을 전하려 한다.
바로 무엇인가 하면 차승우가 노브레인을 떠난 뒤 일본 유학길에 오르기 전 그사이 녹음을 끝낸 앨범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차승우와 작년에 데뷔음반을 낸 밴드 '더 락타이거즈' 에서 베이스를 담당하며 현란한 트위스트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던 '락' 이규영의 공동그룹 '더 하이라이츠' 가 그것 이다.
‘더 하이라이츠' 에 대하여 말하자면 차승우와 이규영 이 두 사람이 작년 중반부터 의기투합하여 준비해 오던 프로젝트였다. 이미 상당수의 곡들을 만들어 놓고 있었던 차승우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이규영 으로부터 둘이 합쳐 뭔가 재밌는 일을 저질러보자 라는 제안에 '더 하이라이츠' 는 결성 되었다. 그 뒤로 둘은 틈만 나면 모여 곡 작업을 하였고 차승우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녹음을 마칠 수 가 있었다.
옛 티가 물씬 풍기는 앨범의 자켓에서 보여 주듯 '더 하이라이츠' 의 음악은 간단히 말해서 로큰롤 이다. 차승우가 참여 했다고 하여 이들의 음악이 펑크 일거라고 생각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겠다. 그가 들려주고파 했던 음악은 더 이상 펑크가 아닌 복고풍의 로큰롤 이었다. 그것도 50년대 말에서 60년대 중반에 걸쳐 중흥하던 순수한 로큰롤 사운드에 충실 하고자 하였다. 그 어떠한 기교도 배제하며 담백하고 구수한 사운드로 그 시대를 흠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음악을 그 만의 철학이 담긴 가사와 멜로디로 그 시대의 여명을 제 조명 한다. 이규영 역시 락타이거즈 시절부터 이미 로큰롤을 부르짖고 있었으니 이들의 만남은 결코 어색하거나 작위적 이지 가 않다. 이들은 로큰롤의 부활이니 하면서 뭔가 거창한 것을 꿈꾸지 않는다. 다만 자기 자신들이 좋아서 그것을 즐길 뿐이다.
수록된 곡들도 당연한 예기겠지만 전곡을 이들이 작사, 작곡, 편곡하고 직접 연주와 노래까지 하였으며 자신이 만든 곡은 자신이 직접 노래 부르는 싱어 송 라이터의 참모습을 선보였다. 녹음을 하면서도 이들은 요즘의 현대적 시설로 이루어진 스튜디오 에서 작업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이들의 작업 과정은 복고를 염두 해둔 모습이 짙었다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트레이트로 녹음을 하려 하다 보니 실수도 많았고 중단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말이다. 차승우의 전체적인 기타 톤도 스페이스 에코를 사용하여 한층 더 풍성하게 다가온다. 펑크락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던 예전의 반항적 모습에서 성숙함이 묻어나는 보다 간결하면서 블루스 적 요소가 짙은 연주를 들려준다. 피크보단 손톱을 이용한 핑거링 으로 연주하는 그의 모습도 이채로움 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뒷받침 되는 이규영의 탄탄한 베이스 연주 역시 이번 앨범의 빛을 더해준다.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통하는 충실한 로큰롤 사운드에 차승우 특유의 자조 섞인 가사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봄날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렇듯 '더 하이라이츠' 앨범은 추억과 향수를 머금고 지친 일상 속에 앞만 보며 달려가던 이들에게 잠시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제공 하는 듯 하다. 끝으로 지금은 일본에서 유학중인 차승우가 보다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다시금 열정이 충만한 그만의 음악을 선사하여 줬으면 하는 바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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