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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들의 극찬으로 한껏 주가 상승된 상태에서, 희귀반으로 콜랙터들의 표적도 되어버린,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 앨범. Lacrimas Profundere 2집은 바로 그런 앨범 중 하나였다. 북유럽 익스트림메틀 계열에서 가장 감수성이 넘치는 장르로 각광받는 고딕메틀은 탄생 후 다른 장르들의 장점만을 흡수하며 발전해왔다. 둠-고딕 메틀 종주국 영국을 비롯해서, 그 우울한 분위기에 걸맞게 구 공산권 동유럽 국가들과 중남미에까지 널리 보편화되고 다양화되고 있지만, 확실히 97년 그 이전엔 둠-고딕 메틀은 My Dying Bride, Paradise Lost로 대표되는 영국 둠-고딕 씬이 거의 전부였다. 그 당시가 한창 블랙메틀 열풍이 불던 시점에 Lacrimas Profundere의 이 앨범은 Estatic Fear의 1집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물론 다소 무리가 따르는 Theatre of Tragedy처럼 둠-고딕 메틀 범주안에 넣을 만한 걸출한 밴드가 있었으며, 또한 My Dying Bride 음악이 한창 국내에서 관심을 모으던 당시는 데쓰 메틀이 큰 축을 이루던 때라, My Dying Bride류의 음악이면서 97년 국내에서 절찬리에 화제되던 블랙메틀과 결합된 형태의 Lacrimas Profundere 음악은 그런 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라크리마스 프로펀데레의 시초는 어쿠스틱 및 리드 기타를 연주하는 Oliver Schmid에 의해 결성되어, 보컬리스트 Christopher Schmid, 리듬기타 연주자 Marco Praschberger와 키보드, 믹싱, 프로듀싱등 다재다능함의 소유자 Christian Steiner, 밴드 초기보컬과 바이올린을 겸한 Anja Hotzendorfer, 베이시 스트 Markus Lapper, 드러머 Lorenz Gehmacher로 결성 당시부터 그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열악한 녹음상태에서 완성한 첫 앨범인 [And The Wings Embraced Us]의 발매시기부터 팬들의 관심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들의 팬들뿐 아니라 정통 고딕 계열의 팬들에게도 인정받게 된다. 그 이후 밴드에 수없이 쏟아진 고평가로 입지를 더욱 확고부동하게 해준 사건이 된 앨범이 바로 본작인 97년 발매된 이들의 정규 2집인 [La naissance d'un reve]로, 이들이 아직은 고딕 혹은 고쓰 계열로 분류되던 시절 최고의 역량을 발휘한 명반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 앨범 역시 얼마 전 까지도 상당히 구하기 어려운 수집가용으로 사랑받은 바 있다. 놀라운 발전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이들이 추구할 다양성에 대해 암시를 내포하며, 특유의 낮게 깔린 우울함과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각 악기 파트들이 중간 톤을 유지. 극도로 낮은 음의 사악한 분위기를 창조해낸 Christopher Schmid의 그로울링과 아름답고 깨끗한 여성 보컬 Anja Hotzendorfer가 인간의 목소리를 악기처럼 사용하여 균형을 맞추는 기본적인 틀 외에도, 마치 명상하듯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게 한 뒤, 극적인 연주가 등장하여 화려한 연주력을 자랑한 후,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는 부드러운 연주가 등장하는 구성을 도입한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 역시 우울함의 정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들이 가치를 발휘 하는 이유는 이 우울함을 슬픔으로, 그리고 뭉쳐 있는 한으로 점점 고조시켜 격정적인 분위기로 만든 후 차분해지는 기승전결을 따르고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슬픔뿐 아니라 그 감정을 승화시킬 여유까지 선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My Dying Bride의 우울하게 처지면서 느껴지는 감동이 아닌, 가을 느낌의 푸근함이 다가오는 중간중간 터지는 카타르시스.... 이 앨범 안엔 그런 음악이 들어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당시 많은 매니아들의 입소문만으로도 이 앨범은 단번에 둠-고딕 메틀계 에서 '명반'으로 자리 매김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앨범을 발매한 스위스의 레이블 Witchhunt Records가 그 후 문을 닫아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여, 이 앨범은 더 이상 구 할 수 없는 앨범이 되고 말았다. 또한 둠-고딕 메틀 초보자에게 추천되는 명반 리스트에 이 앨범이 빠지는 일이 거의 없을 만큼 꾸준히 언급되던 앨범이었던 탓에, 오스트리아 Napalm Records로 자리를 옮겨 발매한 3,4집이 그 덕분에 관심을 많이 끌었지만 (음악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이들의 3,4집 사운드는 1,2집 사운드와는 확연히 구분이 된다. 지금 이들은 고딕으로 분류하기도 어려운 범주에 놓인 장르군에 속해져버린 채 얼마전 국내에 소개된 정규 4집인 [Burning: A Wish] 에서는 일반적인 고딕메틀의 공식 이상의 전개방식을 채택하여 다양한 범위에서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득력 있게 풀어놓고 있다. 이들의 전작들이 추구하는 섬세함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보컬 파트나 곡의 짜임새는 상당히 변화되어 왔다.
현재 대중적인 사운드의 팝-고딕메틀이 판을 치는 2002년의 지금과 달리 다분히 언더그라운드적인 냄새가 풀풀 풍겨나는 매력을 발산하며, 이 앨범에서 최대 길이를 자랑하는 첫 곡 'A fairy's breath' 가 앞서 설명한 이들의 모든 매력을 각인시켜 주며, 현재 밴드를 떠난 여성 보컬 anja hotzendorfer가 라틴어로 작사한'Priamus'역시 만만치 않은 길이를 자랑하지만 조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화려함 과 각 파트 주자들의 엄청난 기량이 확연히 드러난다. 'Lilienmeer'라는 읊조리듯 짤막한 곡이 잠시 마음의 여유를 주고 나면, 그 다음 'The gesture of the gist'에서는 서글픔이 점점 고조되다가 박진감 넘치는 연주가 한바탕 휘몰아친 뒤 어쿠스틱 사운드가 차분히 등장하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An orchid for my withering garden'에서는 뉴에이지 음악처럼 들리는 바이올린과 스트링을 3차원적인 공간에서 진득하게 배열해 자칫 우울함의 나락으로 빠져들 위험이 다분한 곡을 근사하 게 바꾸어 놓았다. 'Enchanted and in silent beauty'역시 이들이 추구하는 대곡주의를 여실히 담고 있으며 앞서 이야기한 구성에 기본 리프를 멜로딕 데쓰나 혹은 스래쉬 계열에서 즐겨 사용하는 리프 에서 일부 따 왔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에 클래식과 메틀이 사이좋게 자리 잡아 박진감과 기품 을 두루 겸비한 명곡으로 실로 이 앨범에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그 가치가 마스터피스의 열반에 올려졌으며, 많은 이들이 이 앨범이 지니고 있는 희소성과 내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실제로 미리 검증, 확인하였기 때문에 이 앨범을 듣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행운임을 느낀다. 중 장편의 긴 곡들로 온 신경의 긴장된 마음을 평온한 이완의 세계로 페이드 아웃시켜주는 2곡의 보너스 트랙으로 그 여정의 끝맺음을 확실히 해준다. 이제서야 뒤늦은 국내 라이센스 발매로 Lacrimas Profundere의 2집은 희귀반의 외투를 벗었음에도 이 앨범은 여전히 고딕 메틀계 명반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앨범은 현재 한국(전세계 보너스 1곡 단독 수록)과 멕시코에서만 발매되기 때문에 여전히 희귀반인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