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사계’로 스타덤에 올랐던 케네디가 낭만주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바로크로 돌아왔다. 베를린 필을 스스로 지휘하며 녹음한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그는 예전 ‘사계’에서 보여주던 파격적인 모습대신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즉흥적인 장식구조차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이와 함께 곡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성숙되었음이 느껴지는데, 점진적인 발전을 보이는 아다지오 악장이나 악구 하나 하나 섬세하게 다듬는 모습이 그러하다. 오보에를 맡은 알브레히트 마이어와의 아름다운 호흡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