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신사숙녀 여러분을 위한- 이상하지만 자꾸만 좋아지는 챔버팝!’
쥬뗌! 피리과~! 한참 기다렸잖아잉!
序詩
‘쥬뗌 피리과’ by 돌코
미라보 다리를 건너며 아폴리네르의 시를 읊기도 하지만
불란서 파리의 밤거리를 거닐며 나는 노래 하나를 떠올린다.
‘찾았는데잉
어디에서 없어요
뭐하고 있어요 모닝
세상은 커다란 파자마
얼마나 커다란 피자가’
以上 ‘파자마 파티’ by 피리과
낯익은 소리, 잉글란드의,
지금은 중년이 되어버린 그대 기억속의 벨과 쎄바스띠앙,
“부땡 개스 몽쉐르”
그들은 가고 이들이 있네.
꼬망 딸레부, 피리과?
트레비엥 메르시 에부, 무슈
“쥬뗌 몽쉐리 피리과”
피리과
"피리과란 뭘까?
피리과가 있는 방은 어쩐지 전보다 좁아보여
친구 쭈욱 친구
쭈욱 친구 없어"
피리과.. 이것은 밴드 이름이다. 이름부터 뭔가 수상쩍다.
앨범 타이틀은 태연스럽게도 ‘부탄 가스 몽쉘’이란다. 큰일이다.
그렇다. 이것은 정녕 2007년 우리 앞에 나타난 최신의 팝스 에센스.
이들 피리과는 반 다익 팍스(Van Dyke Parks)와 벨 앤 세바스챤(Belle & Sebastian) 등의 챔버팝 계보를 잇고 있으면서도 가일층 신경향의 개척에 거침이 없다.
일견 단아해 보이는 노래의 매무새 속에 숨겨진 아찔한 노랫말들은 ‘침잠’, ‘상실’의 뉘앙스로 절묘하게 화학반응하며 포에틱-팝스의 결정을 이룩해낸다. 또한 이러한 맥락은 피리과가 스스로를 소개하는 글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피리과의 역사 개정판
2004년 겨울 어쿠스틱 기타를 구입한 재규어는
어떠한 계기로 이러저러한 연극과 파티에서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양잉에게 메신저로 매일매일 만든 노래들을 보내며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기 시작한 재규어는
혼자서만 하지 말고 여럿이서 연주를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을 해봅니다
2005년 12월 홍대앞에 있었던 펍 '도라지'에서 결성된 피리과.
첼로를 메고 어디선가 나타난 박열과 음악을 만들고 요원들을 호출합니다
요원들은 점차로 늘어가고 트랙 위에 트랙이 덧입혀지고 멜로디와 멜로디가
엉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나날을 이어갑니다
꿈도 미래도 일도 희망도 없었던 재규어는 피리과와 함께 성장해가고(혹은 늙어가거나),
피리과와 함께한 지금, 이제 사랑조차도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닫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조차 만들고 싶었던 노래였으며,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재규어,
앞으로의 피리과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에필로그
자신들의 포부를 이란의 시집 ‘루바이야트’로부터 ‘우리가 무대를 떠나도 넓은 이 세상은 한 점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광대한 바다에 작은 돌멩이가 던져져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것처럼’이라며 인용하는 데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의 겸손은 끝이 없다.
하지만 이처럼 작디 작은 돌멩이 하나가 어떠한 파문을 만들 지, 이 가을 우리는 이들이 만들어 낼 나비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엉뚱해 보이지만 날카로우며, 재미있지만 웃을 수가 없는 이들의 데뷔 EP를, ‘뭔가의 번데기’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