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과 함께 있어 행복한 음악
모던 피아니스트 문효진
어떤 상품을 광고하는 지도 모르게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요즘의 TV-CF이다. 이런 광고 홍수 속에 요즘 감동을 주는 CF 한편이 있다. 세상을 먼저 떠난 딸을 그리워하면 딸의 음성 메시지가 남아 있는 전화에 전화를 해 목소리를 듣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광고이다. 사랑하는 딸을 잊지 못하는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CF로 진한 감동을 주었고,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욱 애잔하고 슬픔을 교감 할 수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헤어짐을 경험하는 것은 여러 경우가 있다.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마음이 변해 이별을 고하는 경우도 있고 먼 곳으로 떠나 생이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떠오르는 시 한편이 있는데 바로 ‘A Thousnad Winds’(영혼은 바람이 되어)로 최근에는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다가와상 수상 작가인 아라이 만(Arai Mann)이 번역, 작곡, 낭독한 ‘천의 바람이 되어’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시(時)다. ‘A Thousnad Winds’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시로 전 세계 추모식에 자주 낭독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편의상 시의 첫 행을 따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로 알려져 있으나 원작시의 3행 째인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나는 수없이 바람 속에 있어요)를 ‘A Thousnad Winds’로 불리어지고 있다. 이 시의 원작자(작자미상 추정)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으며 현재도 많은 논쟁거리가 되고 있으나, 1932년 미국의 여성 Mary Frye가 나치 독일로부터 탈출한 친구가 독일에 남기고 온 모친의 비보를 위로하기 위해 썼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다른 주장으로는 아메리카 인디언이 지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곳도 있고, 더 구체적으로 호피 족의 기도문이라고 명시한 곳도 있다.
이 시는 미 웨스턴 영화를 많이 만든 영화감독 하워드 혹스의 1977년 장례식에서 그와 많은 영화를 함께 찍은 배우 존 웨인이 낭독을 했고, 1987년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치른 마릴린 먼로 25주기 추도식에서도 ‘A Thousnad Winds’가 낭독되었다. 1995년에는 아일랜드공화군(IRA)이 가한 테러로 24살에 세상을 떠난 영국군 병사 스테판이 입대하기 전 부모님에게 남긴 편지에도 이 시가 쓰여 있었다고 한다. 특히 전 세계인을 경악하게 한 9.11 테러 후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1주기에서 테러로 숨진 부친을 추모하며 11세 소녀가 이 시를 낭독하여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2006년 4월 故신상옥 감독의 영결식에서 김동길 교수가 직접 번역한 시를 낭독한 바 있기도 하다. 이렇게 먼저 떠나보내고 남은 자의 슬픔을 역설적으로 위로하는 ‘A Thousnad Winds’와 가장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한 모던 피아니스트 문효진의 <영혼은 바람이 되어>는 연말에 조용히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A Thousnad Winds’에 문효진이 곡을 입힌 ‘영혼은 바람이 되어’를 시작으로 최근 클래식, 크로스오버 등 여러 음악에서 자주 연주되는 ‘섬집아기’ ‘아일랜드 민요 ’Danny Boy’ 등 스타일과 지역을 넘어서는 감동적인 곡들이 그녀의 피아노 솔로로 연주되어 있다. 호주 멜버른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그녀는 피아노 뿐 아니라 신디사이저도 능숙하게 연주하여 본 작에서도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는 매우 과감하게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클래식을 오랜 기간 연주하고 뛰어난 테크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감성적인 연주로 인해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줄 수 없어 아쉬움도 있겠지만 인생사에서 겪어야 하는 이별과 헤어짐에 대한 위로의 음악을 담아내는 데에는 매우 적절한 방식과 컨셉이라 본다. ‘그 섬 제주’에서 피아노 건반 뒤로 흐르는 신디사이저 스트링 연주는 제주도의 광활한 갈대밭이 연상되기도 한다. 교회에서 오랜 기간 반주 봉사를 했기 때문에 ‘How Great Thou Art’에서는 종교에 대한 믿음도 전해진다. 우리의 동요, 찬송가, 외국의 전통 민요 등 다양한 곡을 하나의 연주처럼 일관된 흐름으로 연주되고 있어 이별에 대한 슬픔과 아픔을 감싸 안으며 감상자를 다독거려주는 연주로 채워져 있다.
문효진의 <영혼은 바람이 되어>를 제작한 산토끼뮤직은 그동안 연주 음악을 꾸준히 발매한 음반사이다. 특히 뉴에이지,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피아노 연주 음악을 고집스럽게 소개했는데 이번에 국내 피아니스트 문효진의 발굴과 소개는 산토끼뮤직의 그동안 노하우가 축적된 결실이라 본다.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연주는 클래식과 재즈 양쪽에서 공격을 받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양쪽의 음악을 서로 연력해주는 연결 고리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효진의 음악이 징검다리 되어 음악과 더 친해지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은 분들은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글 :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김광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