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어번의 진수를 들려준다!!!
마타픽스 (Mattafix)의 2007년 새 앨범 [ Rhythm & Hymns ]
힙합+ 리듬앤 블루스 + 레게 + 아프리칸 비트 + 칼립소 풍 비트+ 풍성한 보컬 멜로디 !!!
첫 싱글: 수단 다푸르의 참상을 노래한 <Living Darfur >
보너스 트랙: 인기 축구게임 'FIFA 2006' 수록곡 <Big City Life>
사실, 국내에서 마타픽스는 거의 알려진 팀이 아니었다. 인기 축구게임인 'FIFA 2006'에 그들의 대표적 히트곡인 'Big City Life'가 수록되며 게임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조금 알려졌을 뿐이다. 그럴만도 하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타기 위해서는 영국이나 미국에서 이미 유명세를 타야하는데 마타픽스는 영미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인도 제도에서 자라며 스틸 드럼을 공부한 말론 루데, 인도 이민가정의 후예로 컴퓨터를 전공한 프리테슈 히르지는 서로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던 중 한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서로 유럽 어번 뮤직의 팬임을 알게 된 그들은 함께 새로운 밴드를 결성하고 팀 이름을 마타픽스(Mattafix)로 결정했다. 서인도 제도의 속어로 '아무 문제없다(no problem)'을 의미하는 'matter fixed'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사회정치적 언급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나는 어딜 가든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과 대화할 때,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적습니다"라는 말론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의 메가히트 싱글인 'Big City Life'는 후기자본주의의 욕망이 뒤엉킨 서구 대도시에서 소외된 계층이 누릴 수 밖에 없는 고단한 인생을 압축적으로 노래했다. 이 곡은 유럽 일대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15위를 차지했다. 이 곡이 포함된 데뷔 앨범 <Signs of a Struggle>도 역시 좋은 성과를 거두며 이들은 18개월간 30개국에 걸친 첫 월드 투어를 시작했다. 성공적인 투어였다. 하지만 길 위에서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가며 다니는 공연은 곧 이들에게는 새로운 음악 작업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 보다 많은 사람,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며 그들은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말론은 그들이 전에 느낄 수 없었던 세상의 여러 현실을 적어내려갔다. 그들이 이스라엘의 수도 텔 아비브에서 공연을 가졌을 때다. 마타픽스는 현지의 이스라엘 젊은이들과 금방 친구가 됐다. 그들이 텔 아비브를 떠났을 때,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폭격을 가했다. 마타픽스의 친구가 된 젊은이들은 군대로 다시 끌려가야했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기묘한 현실을 체감하면서 영국으로 돌아온 마타픽스는 앨범의 문을 여는, 그리고 앨범에서 가장 강한 훅을 지닌 곡인 'Shake You Limbs'를 썼다. <Rythm & Hymns>의 모든 곡들이 대부분 눈과 발로 씌여진 곡이다. 물론 가사를 전담하는 말론의 냉철한 뇌와 혀를 거쳐서.
두번째 앨범 <Rhythm & Hymns>의 발매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말론은 말했다. "우리의 사운드는 변했습니다. 흑인 음악에 기반한, 첫 앨범의 긍정적 요소들은 유지했지요. 그러나 투어는 리듬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운드가 진화했다고 할까요." 그들의 진화를 돕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고릴라즈의 작업으로 잘 알려진 제이슨 콕스를 비롯해서 너바나, 예 예 예스, 비스티 보이스의 엔지니어였던 호위 웨인버그가 마스터링에 참가했다. 어디 서구의 달인뿐인가. 그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래퍼 졸라를 초대했고, 아프리카의 전통음악인 줄루 가수들을 불러들였다. 'Shake Your Limbs' 'Living Darfur' 'Angel'등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신비한 여성 코러스가 줄루 가수들의 역할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마타픽스의 두번째 앨범 <Rhythm & Hymns>는 마치 소리의 엑스포같다. 샘플러로 만들어진 비트는 아프리칸 비트를 연주하고 그 위에 칼립소 풍의 비트가 얹힌다. 레게와 댄스홀, 힙합과 리듬앤 블루스는 그들이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한 뿌리의 음악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린다. 어디 비트 뿐인가. 다양한 피쳐링 보컬을 쓴 탓에 전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풍성한 보컬 멜로디가 얹힌다. 아름다움과 흥겨움이 공존한다. 흑인 음악은 듣지 않는다며 고집을 피우던 사람들 조차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보편적 설득력을 갖고 있는 음악인 것이다. 그리고 이 흥겨운 비트와 캐치한 멜로디야말로 이 글의 서두와 중반에 길게 서술했던 마타픽스의 사회성을 능가하는 덕목이다. 말론은 말한다. "요즘은 팝뮤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을 쓰는 게 더 쉽습니다. 첫 앨범에서는 언더그라운드 사운드에 대한 강박같은 게 있었거든요. 큰 히트를 기록한 'Big City Life'가 그 앨범에서 가장 마지막에 씌여진 곡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하는 것과, 그게 쉽게 소통될 수 있는 방법을 조화시키는 법을 알게 됐지요." 그렇다. 그들은 메시지만을 내세워 음악을 도구화하는 팀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그들이 다푸르까지 날아가서 다큐멘터리와 뮤직비디오를 찍고 'Living Dafur'같은 노래를 만들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Shake Your Limbs'도 물론 마찬가지일테고. 그리고 메시지와 음악을 제대로 결합시킨 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저항 가수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밥 말리, 피트 시거, 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틴, 그리고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그들의 음악에 우선 반응했었다. 메시지는 그 뒤에 따라왔다. 선후의 문제가 아닌 양자가 얼마나 잘 결합하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마타픽스를 포함한 그들 모두, 이를 잘 결합시켰기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는 거다. 그 때 음악은 비로소 세상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얻는다. 밥 말리가 말했다. “음악으로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을 깨우치고 선동하고 미래에 대해 듣게 할 수는 있다” 마타픽스가 지금, 그것을 하려 하고 있다.
[글 :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