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쏘드 맨, 고스트 페이스 킬라, 르자 등 걸출한 MC들을 배출한 전설의 힙합 집단 Wu-Tang Clan (우탱 클랜)이 6년 만에 발표하는 대망의 신보 [8 Diagrams]
1993년, 역사적인 데뷔 앨범 [Enter the Wu-Tang(36 Chambers)]을 시작으로
90년대 힙합 씬을 풍미했던 우탱 클랜!
6년의 긴 공백을 깨고 발표하는 화제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8 Diagrams] !
네오 소울 씬의 새로운 여왕 에리카 바두,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기타리스트 존 프루션테, 비틀즈의 멤버 조지 해리슨의 아들 대니 해리슨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참여,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첫 싱글 'The Heat Gently Weeps' 를 비롯, 7명의 멤버가 동시에 참여한 대곡 'Life Changes', 전형적인 우탱 클랜 표 트랙 'Rushing Elephants', ‘Starter’ 등 힙합 매니아들의 오랜 갈증을 단박에 해소시켜 줄 총 14곡의 힙합 넘버 수록!
진짜배기 힙합을 들고 돌아온 전설의 힙합 집단
우탱 클랜이 6년 만에 내놓는 뚝심 있는 새 앨범 [8 Diagrams]
우탱 클랜(Wutang Clan)이 돌아왔다. 지난 2001년 [Iron Flag]를 내놓은 이후 6년 만에 다섯 번째 정규 앨범 [8 Diagrams]를 발표한 것이다. 우탱 클랜은 1993년 발매된 역사적인 데뷔 앨범 [Enter the Wu-Tang(36 Chambers)]을 시작으로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장 강력한 힙합 집단이지만, 사실 새천년이 도래한 이후로 그들은 ‘무너져가는 왕조’에 가까웠다. 연달아 내놓은 [The W]와 [Iron Flag]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멤버들의 솔로 앨범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리더 르자(Rza)는 자신의 솔로 앨범과 몇몇 영화 사운드 트랙을 통해 힙합의 범주에서 다소 벗어난 다양한 실험과 기이한(?) 행보를 선보이며 팬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곤 했다(물론 반긴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물론 꾸준히 양질의 결과물을 선보인 고스트페이스(Ghostface)의 행보는 분명 주목할 만했지만, 전체적으로 우탱 왕조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팬들의 관심과 기대도 점점 옅어졌다. 아마 더 이상의 우탱 클랜 앨범은 없을 거라 생각한 팬들도 많았을 것이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우탱 클랜이 다시 뭉치기에는 힙합 씬이 너무도 많이 변했고, 그런 만큼 예전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의 경과가 어찌되었든 우탱 클랜은 보란 듯이 다시 뭉쳐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일단 앨범 재킷부터가 그동안의 정규 앨범을 통틀어 가장 멋지다. 첫 인상이 썩 괜찮다. 앨범의 타이틀인 ‘8 Diagrams’는 역시 우탱 클랜 아니랄까봐 쿵푸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또한 르자의 말에 따르면 원래의 발매 예정일은 2007년 11월 13일이었다고 한다. 이 날은 지난 2004년 사망한 우탱 클랜의 멤버 올 더리 바스타드(Ol' Dirty Bastard)의 세 번째 기일로, 예정대로 발매되었다면 더욱 뜻 깊은 컴백이 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일정이 연기 되어 앨범은 한 달가량 후인 12월 11일에 출시되었다.
장기간의 공백에 지친 팬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이들은 앨범 발매에 앞서 신보에 수록될 곡과 그동안의 미발표곡을 섞은 믹스테잎을 먼저 선보이기도 했다. 우탱 클랜의 핵심 프로듀서 중 한명인 매스매틱스(Mathematics)가 직접 제작한 이 믹스테잎에는 신보의 첫 싱글로 내정되었으나 샘플 클리어 문제로 정작 최종 트랙리스트에서는 제외된 “Watch Your Mouth”가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한 터라 앨범에서 빠진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앨범에는 그동안 녹음한 50여곡 중에서 추리고 추린 16곡이 수록되어 있다(미국 반에는 마지막 트랙 “16th Chamber”가 실리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전체적으로 음악 색이 조금은 바뀌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조금 더 성숙하고 차분해진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우탱 클랜이 그동안 슬로우 템포 곡을 선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분명 예전보다는 한층 더 진해지고 정돈된 느낌이다.
이러한 인상은 특정한 몇몇 곡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네오-소울(Neo-Soul)의 여왕 에리카 바두(Erykah Badu)가 보컬을 맡고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기타리스트 존 프루션테(John Frusciante)와 비틀즈(Beatles)의 멤버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아들 대니 해리슨(Dhani Harrison)이 연주에 참여한 “The Heart Gently Weeps”, 그리고 7분이 넘는 대곡으로서 고스트페이스를 제외한 7명의 멤버가 동시에 참여한 올 더리 배스타드 추모곡 “Life Changes”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존 프루션테와 대니 해리슨의 이름만으로 어느 정도 눈치를 챈 독자도 있겠지만, 힙합 앨범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뮤지션들과의 합작을 담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이 앨범의 특징 중 하나다. 그 예로, 제목의 의미를 충실히 따르기라도 하듯 늑대의 울음소리를 형상화한 음악이 흥미로운 “Wolves”에서는 피-펑크(P-Funk)의 거장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이 손수 코러스를 맡아주었고, 개인적으로 앨범의 베스트 트랙으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는 “Stick Me for My Riches”에는 60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알앤비 보컬 그룹 더 맨하탄스(The Manhattans)의 멤버 제랄드 알스톤(Gerald Alston)이 참여하여 특유의 역동적인 보컬로 곡을 빛내주고 있다.
한편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즉시 ‘이건 우탱의 음악이야!’라고 바로 감 잡을 수 있는 우탱 클랜 표 트랙 역시 앨범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Rushing Elephants”, “Starter”를 들으며 우탱 클랜을 떠올리지 못할 힙합 팬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Protect Ya Neck”, “Gravel Pit”, “Ya'll Been Warned” 같은 기존의 곡들을 즐겨들었던 이라면 더욱 반가울 것이라 생각된다.
‘6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 그리고 비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적지 않은 힙합 팬들에게 우탱 클랜이라는 이름은 일종의 절대적인 상징과 같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본작은 엄밀히 말해 ‘그동안의 기다림을 말끔히 보상해주는 강렬한 복귀작’이라고 자신 있게 칭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작품일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크게 모난 트랙 없이 일관성과 균형미를 갖추고 있지만, 우탱 클랜 특유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기대한 팬들에게는 다소 밋밋하고 심심한 작품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렇기에 이 앨범에 더욱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예전의 자신들을 그대로 답습하지도, 힙합 씬의 시류에 무작정 휩쓸리지도 않으면서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을 앨범에 고스란히 담아냈기 때문이다. 우탱 클랜의 앨범에서조차 넵튠스(Neptunes)와 팀바랜드(Timbaland)의 이름을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의 참맛을 느끼기에 도움이 될만한 르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만 글을 줄인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돌아올 완벽한 시기다. 우리는 힙합이 팝과 알앤비로 물들어가는 지금, 모두에게 진짜배기 힙합을 보여줄 것이다. 사람들은 아드레날린을 분출할 무언가를 원하고 있고, 바로 우리가 그것을 제공할 것이다. 우탱이 영원한데 어떻게 힙합이 죽을 수 있겠는가?”
김봉현(흑인음악미디어 리드머/www.rhythm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