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노르웨이 스펠레만 어워드(노르웨이의 그래미상) 최고 남자가수상 수상
- 2007 노르웨이 알람 어워드 올해의 앨범 노미네이트
세곡의 보너스 트랙이 담긴 Korean Special Edition
설원과 피요르드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마그넷이란 이름의 싱어송라이터가 왔다. 공기 중을 떠도는 듯한 아스라한 사운드와 목소리, 그리고 전자음과 어쿠스틱을 넘나드는 섬세한 어레인지로 유럽의 음악지들로부터 포크트로니카(포크+일렉트로니카)’라는 말과 함께 찬사를 받아온 에벤 요한센의 1인 프로젝트 마그넷(자석).
콜드플레이와 엘리엇 스미스에 비교되고 루퍼스 웨인라이트에 대한 노르웨이의 대답이라는 비유를 들으며 2001년부터 활동해온 에벤 요한센은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마그넷이라는 이름과 함께 앨범을 내기 시작, 지금까지 고국 노르웨이는 물론 영국, 독일, 호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도 발군의 팝 감각을 지닌 싱어송라이터로 진작부터 대접받아 왔다. 어쿠스틱/일렉트릭 기타를 기본으로 랩스틸 기타와 빈티지 테레민과 그와 정반대의 최신 전자음이 만들어내는 고혹적인 앰비언트 모두를 혼자서 구사해내는 마그넷은 2007년도 앨범 「The Simple Life」에서 제목 그대로 보다 간결해지고 또한 구체적으로 팝적인 노래들로 회귀한다. 자신의 경력의 한 정점이자 전환점이라 할 세 번째 앨범 [The Simple Life]로 드디어 한국 음악팬들을 찾아왔다.
■ “마그넷은 치밀한 어레인지의 킨(Keane)이며 편집증을 걷어낸 라디오헤드이다. 간혹 최상급 시절의 비치 보이스가 들리기도 한다.” - NME
■ “피요르드의 나라에서 온 특별한 선물” - 롤링 스톤
■ 킹즈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로익솝(Royksopp), 도브스(Doves), 피닉스(Phoenix), 에드 하드코트(Ed Harcourt), 제로 세븐(Zero 7) 등과의 공연 및 노르웨이의 영웅 밴드 아하(A-ha)와도 공연
■ ‘O.C.’, ‘식스 핏 언더’, ‘로스웰’,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등 TV/영화 사운드트랙 참여
「The Simple Life」 주요 수록곡:
◆ ‘The Gospel Song’과 ‘Lonely No More’ : 밴조와 허밍과 박수 소리를 앰비언트의 분위기 안에서 능란하게 녹여낸, 지금 바로 따로 싱글로 찍어낸다 해도 손색없는 훌륭한 팝송
◆ ‘A Little Happier’ : 휘파람을 곁들인 컨트리 풍의 멜로디와 코드가 황금비율로 배합
◆ ‘She's Gone’ : 밥 말리의 원곡을 참신하고 신선하게 재조리한 레게 넘버
◆ ‘Count’ : 장중하고도 클래시컬한 맛을 최대한 끌어올린 풀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
◆ ‘Navigator’ : 마그넷의 트레이드마크인 에테르 같고 수수께끼 같은 텍스처의 재확인
영원에서 지상으로
한 십년 전쯤에 우리를 찾아왔던 ‘스웨디쉬 팝’이라는 트렌드를 다들 기억할 것이다. 물론 ‘스웨덴’의 ‘팝’이라면야 지금도 존재하는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하지만, 당시의 스웨디쉬 팝은 우리에게 하나의 구체적인 심상을 떠올리게 하는, 말랑말랑하면서도 감성적이고 멜로딕한 일련의 고품질 3분 팝송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마치 아바(Abba)의 그 다음 적자(嫡子) 세대를 총칭하는 말과 같은 것이었다. 이제 마그넷(Magnet)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 사례의 시선을 약간 공간이동해볼 기회가 생겼다. 그 자리는 스웨덴과 같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이웃한 나라, 노르웨이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오슬로 다음의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Bergen)이다. 요 몇 년 사이 여기 베르겐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노르웨이 뮤지션들의 음악(과 명성)이 자국 반경을 넘고 있는 예들을 속속 보게 된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가 그랬고, 로익솝(Royksopp)이 그랬고, 손드르 레르케(Sondre Lerche)가 그랬다.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에는 가장 늦게 이름을 알리게 되는 셈이지만 경력 상으로는 상기한 이들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는 마그넷은 자신의 음반에 담는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하는 멀티 인스트루멘틀리스트 에번 요한센(Even Johansen)의 1인 아티스트이다. 베르겐은 노르웨이 서해안에 면한 도시로, 영국과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지리적 영향 덕분인지 베르겐 토박이인 마그넷이 어릴 적부터 영국 음악과 친해질 수 있었다는 사실로 그의 음악을 재단할 수 있다고 생각될지 모르나, (물론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의 출발점은 사실 스윙 재즈 댄스 밴드에서 연주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마일즈 데이비스, 그리고 찰리 파커와 함께 시작되었고, 직후 사춘기는 그에게 제2의 충격을 안겨준 양대 세력, 즉 밥 말리와 클래쉬와 같이 보냈다. (지금 이 앨범에도 밥 말리의 커버곡 ‘She's Gone’이 실려있다.)
그가 직접 말해주는 바에 따르면 그는 스윙 재즈를 연주하던 아버지와 함께 십대 때부터 함께 투어를 돌았다고 한다. 그러다 열 세 살이 되던 해에 현재의 그를 부분적으로 결정하게 되는 작은 사건을 하나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그가 LA에서 알 수 없는 질환으로 쓰러지게 된 것이었다. 어린 아들을 안고 급히 의사를 찾은 그의 아버지는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으니 자신이 추천하는 다른 중국계 인디언 의사의 대체 진료를 받아보라는 권고를 듣고 다시 그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받은 진단은 빈혈이었고, 그 치료란 게 뜻밖에도 어깨에 철분이 든 특수한 잉크로 문신을 새기는 것이었다. 지금 들어서야 거의 사이비 수준의 치료처럼 들리지만 신통하게도 그렇게 문신을 새기고 난 후 몸은 말끔히 나았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그에게 빈혈이 다시 찾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열 세 살의 나이에 문신이라니, 또래들 사이에서는 꽤나 흉흉한 입소문이 났을 법도 하지만, 어쨌거나 그때부터 그의 별명은 어깨의 문신 모양을 따라 ‘자석(마그넷)’이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정작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힘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의 음악으로부터 왔다. 그는 처음 자신의 본명으로 데뷔작 [Quiet & Still]을 2001년도에 발표했지만, 진짜 명성은 2003년도에 마그넷의 이름을 단 첫 번째 작품 [On Your Side]와 함께 찾아왔다. 이 앨범으로 그는 노르웨이의 그래미라고 할 수 있는 얼람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인 얼터너티브 앨범 부문에 지명되는 것을 시작으로 노르웨이 뿐 아니라 영국, 독일, 호주, 일본, 그리고 미국 등에 연속으로 라이센스 발매를 이루어냈다. 작곡 상의 근간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갖는 여느 팝송의 단순미와 같으나 그것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악기를 꼼꼼하게 잘 배치하여 특히 어레인지가 훌륭하다는 것이 그의 대표적인 특질이고, 또한 포크와 전자음의 절묘한 상호 조응 관계를 이끌어내는 솜씨 덕분에 이때부터 이미 그의 음악에 ‘포크트로니카’라는 칭호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특히 수록곡 중 ‘Where Happiness Lives’ 같은 경우는 거의 모든 매체를 통해 찬사를 받은 싱글로서, 마그넷이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악기 중 하나인 랩스틸 기타(하와이언 사운드나 컨트리 쪽에서 많이 쓰는, 가로로 눕혀놓고 연주하는 철 스트링으로 된 기타)와 통기타 아르페지오, 그리고 빈티지 테레민과 그와 정반대의 최신 전자음이 만들어내는 고혹적인 앰비언트 사운드 모두가 흡사 루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가 에어(Air)와 조인트를 이룬 듯 완전한 합일을 이루는, 그의 음악에 대한 최상의 샘플이라 할 만 했다.
[On Your Side]로 성공적으로 마그넷의 이름을 알리게 된 그는 다음 앨범인 [The Tourniquet](2005)를 통해 그 다지기에 들어갔고, 리뷰와 상찬의 수도 데뷔작에 비해 월등히 증가했다. 그간 그가 함께 하거나 오프닝을 선 아티스트들도 도브스(Doves), 피닉스(Phoenix), 에드 하드코트(Ed Harcourt), 제로 세븐(Zero 7) 등에 이르고 자국의 영웅 밴드 아하(A-ha)와도 3만 명이 모인 고향의 야외 무대에 함께 올랐다. 뿐만 아니라 ‘O.C.’나 ‘식스 핏 언더’, ‘로스웰’,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같은 각종 드라마/영화 사운드트랙에 곡들이 실리기 시작했다. (특히 그중 맨 마지막 사례는 밥 딜런 곡의 커버인 ‘Lay Lady Lay’로서 아일랜드 여성 가수인 제마 헤이스와 함께 한 듀엣 곡이었다.) 여전히 컨트리와 포크와 앰비언트가 경계를 알 수 없는 공존 양상을 보이는, 그러나 최종 결과물은 어디까지나 멜로디와 어레인지가 뛰어난 ‘팝’인 [The Tourniquet]는 그에게 확실한 인터내셔널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확보해주었다. (앨범의 압권이랄 수 있는 ‘Blow By Blow’는 필청 트랙이다.)
[The Simple Life](2007)는 말하자면 그로부터의 2년만의 신보이다. 이 앨범은 나오자마자 노르웨이 내 앨범 차트 1위를 바로 차지하고 또한 당해의 얼람 어워드의 최고 앨범 부문 후보에 현재 오름으로써 그에게는 자국 내에서 경력 상의 최고 피크를 상징하게 되었다. 마그넷의 바쁘고도 명민한 손길은 그대로지만, 전작들이 에테르처럼 공기 중을 떠도는 느낌이었다면 어딘지 모르게 이 [The Simple Life]에서는 훨씬 더 지상으로 내려와 우리 곁에 다가앉은 느낌이다. 밴조와 허밍과 박수 소리를 앰비언트의 분위기 안에서 능란하게 녹여낸 첫 곡 ‘The Gospel Song’과 ‘Lonely No More’ 같은 곡은 지금 바로 싱글로 찍어낸다 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팝송이자, 마그넷으로서는 전에 없이 라디오 직격타를 날릴 수 있을 정도로 생김새도 목적도 또렷하다. (정말 직격타를 날린 것은 첫 싱글인 ‘You Got Me’였지만.) 밥 말리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She's Gone’의 또박또박한 레게 그루브라든가 휘파람을 곁들여 컨트리 풍의 멜로디와 코드를 피로하는 ‘A Little Happier’ 등 장르적인 컨벤션을 모범생처럼 숙지하고 있는 곡들 역시도 그런 심증을 부추기고, 전에 없이 대담하게 종교적 폐해에 대해 냉소하는 ‘Slice Of Heaven’도 조금쯤 의외라는 생각이다. 뭐, 사실상 장르라고 한다면 그의 이번 앨범은 전술한 레게나 컨트리 외에도 완전한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의 클래시컬한 맛(‘Count’)과 로큰롤이 나오기 이전의 고전적인 팝송(타이틀 곡 ‘The Simple Life’)까지도 다 들어있는 대형 샘플러라고 할 만하다. 대단한 자신감일 수도 있겠고 진지한 탐색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미국의 시애틀만큼이나 비가 잦은 것으로 유명한 베르겐 외곽, 농장을 개조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거의 혼자 모든 작업을 진행한 탓으로 돌린다면 사안을 너무 단순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On Your Side]로 벌어들인 모든 돈을 그 집과 스튜디오를 얻는 데 쏟아 부은 그로서는 이와 같은 유추를 단번에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직접 농장 일을 돌보는 주인이자 아이 둘을 얻은 아버지로서 그리고 스튜디오에서의 매스터마인드라는 세 가지 직업을 동시병행하는 그로서는 젊은 시절의 다양한 시도와 고민 이후에 마침내 찾아든 안정의 시기를 이 앨범으로 하여금 처음으로 표면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봐도 “이번에는 뭔가 우리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것들을 노래하고 싶었다”는 데랴. 그리고 타이틀처럼 ‘단순한 인생’이란 사실을 현대의 복잡성과 대조되는 하나의 미덕으로 우리가 간주하는 한, 그의 이와 같은 미묘한 태도 변화는 결코 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허나 혹시라도 이전 앨범들에서의 에테르 같고 수수께끼 같은 텍스처를 꼭 확인해야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Navigator’로 어느 정도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싱어송라이터라는 장르에 있다 보면 매 곡을 새롭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스스로의 고민에서 출발한 마그넷의 악기/장르적 복합성이란 기존 특질은 그 상태 그대로 이번에 이렇게 천사가 땅에 내려앉듯 사뿐히 우리의 눈과 높이를 맞추게 되었다. 언제나 ‘멀티’였던 마그넷이니만큼 그의 마이더스의 손마저 그리고 그의 우아함마저 갑자기 그 마법을 잃어버릴 리는 없고, 천상의 음악만큼이나 지상의 음악도 그 자체의 존엄성을 갖고 있음을 이해한다면 이번 [The Simple Life]을 두고 무슨 허물이라도 되는/벗는 양 묘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그넷은 치밀한 어레인지의 킨(Keane)이며 편집증을 걷어낸 라디오헤드이다. 간혹 최상급 시절의 비치 보이스가 들리기도 한다. 아마도 루퍼스 웨인라이트에 대한 노르웨이의 대답이리라.” NME는 비록 이 정도밖에 묘사하지 못했지만, 마그넷은 어느 모로 보나 단순한 대답 그 이상일 것이다.
글: 성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