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라이브 앨범이다. 뉴욕에 있는 클럽 Fillmore East와 샌프란시스코의 Fillmore West에서는 숲한 음악의 역사들이 쓰여졌는데 이 앨범이 그중 하나. 이 앨범의 ‘In Memory Of Elizabeth Reed’를 듣노라면 매번 머리카락이 곧추서는 전율을 느낀다. 듀언과 그레그 올맨 형제에 밀려 기타리스트 디키 베츠는 항상 저평가되는데 그래선 안 된다는게 내 주장이다. / 배철수
“팝음악의 새로운 입문서”
대중 음악 평론가 임진모가 추천하는 명작(名作) 시리즈-013
록과 블루스에서 재즈까지.. 완벽한 결합
Allman Brothers Band (올맨 브라더스 밴드)
역사에 남을 명 라이브 앨범 [Live At Fillmore East] -Deluxe Edition-
<임진모의 100자 평>
“필모어 이스트 공연장에서 펼쳐진 최고의 블루스 향연. 리드기타 듀언 올맨과 디키 베츠, 둘의 연주가 불을 토한다. 남부의 록, 소위 ‘서던 록’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기념비적 앨범!”
<명작 시리즈>
'유니버설 뮤직'과 팝 전문 웹진 ‘이즘’이 공동 기획한 시리즈로, 시대를 초월한 명작들이 새로운 윙 디자인, 임진모의 새로운 해설과 함께 재발매 됩니다. 팝 팬 여러분들의 음반 선택에 충실한 가이드가 되어드릴 것입니다.
임진모가 추천하는 '명작' 시리즈 011
“블루스 기타 예술의 극치, 그리고 환상의 배틀”
Derek & The Dominos [Layla & Other Assorted Love Songs]
1960년대 후반 미국의 히피즘이 절정에 달할 때도 에릭 클랩튼의 관심은 사회보다 주로 기타 예술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는 기타를 하나의 독립된 악기로 보고 그것이 펼쳐 보일 수 있는 음악세계만을 향해 질주해갔다. 그는 외부에서 자신을 ‘기타의 신’이라고 하는 찬사와 명인으로서의 스타덤에 피로감을 느꼈다. 그는 오로지 블루스 연주가 좋았고, 새로운 음악실험을 원했다. ‘야드버즈(Yardbirds)’ ‘존 메이욜 앤 더 블루스 브레이커스(John Mayall & The Blues Breakers)’, 그리고 ‘크림(Cream)’, ‘블라인드 페이스(Blind Faith)’를 거쳐 가며 음악적 야망을 불태웠고 다시 ‘데릭 앤 더 도미노스’라는 또 하나의 블루스 연주 비행 공간을 마련했다.
이 무렵 그를 사로잡은 음악 외의 대상이 있었다. 바로 비틀스 조지 해리슨의 아내 패티 보이드(Patti Boyd)였다. 그는 절친한 친구 조지와 예술적 교류를 나누다가 그녀를 본 후 억제할 수 없는 짝사랑의 미궁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당시 종교에 깊이 빠진 남편 조지를 자기 품으로 되돌리려 했던 패티 보이드는 남자의 질투심을 조장하고자 에릭 클랩튼에게 고의적으로 추파를 던졌다. 기타는 알았지만 여자는 쑥맥이었던 순진한 에릭은 패티를 미치도록 꿈꾸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에게로 돌아갔고 가엾은 에릭은 사랑의 패자라는 충격을 안아야 했다.
그 비참한 심정이 바로 ‘Layla’를 탄생시키게 한 것이었다(레일라는 페르시아 신화에 나오는 미모의 여성으로 패티 보이드를 가리킨다). 그는 여인에게 버림받았지만 기타를 버릴 수는 없었다. 보상받지 못한 사랑의 고통을 송두리째 이 곡에 쏟아 부었다. 목숨을 담보하고 치는 듯한 신들린 기타 연주는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그것은 기타를 통한 사랑의 예술적 승화였으며 에릭 클랩튼의 처지와는 반대로 그의 연주경력에 있어서 최고 절정의 순간이기도 했다.
두 장 짜리 앨범 [Layla & Other Assorted Love Songs]는 구렁텅이에 빠진 데릭(Derek. 에릭 클랩튼을 지칭)이 만든 ‘슬픈 영혼’의 로큰롤 서사시였다. ‘그리고 다른 조화된 사랑의 노래’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음반의 수록 곡은 고뇌와 열패감으로 가득 차 있어 같은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라면 무한대 공감을 하게 된다. ‘Have You Ever Loved A Woman’,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이라는 곡 제목에 이미 음반에 담긴 정서가 노출되어 있다. 그것들은 가슴으로 오열하는 애처로운 블루스였다.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과 함께 1970년대 2대 록 클래식으로 꼽히는 ‘Layla’는 에릭 클랩튼 혼자 꾸려낸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마이애미의 올맨 브라더스 밴드 콘서트에서 듀안 올맨(Duane Allman)을 목격하고 그를 이 음반 녹음작업에 초빙했다. ‘Layla’의 전반을 장식하는 용솟음치는 슬라이드 기타연주의 주인공은 듀언 올맨이었다. 이 세션 이전에는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기타의 두 천재 에릭과 듀안의 협업으로 이 곡은 완벽한 기타예술의 경지를 연출할 수 있었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았던 ‘델타 블루스의 전설’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의 ‘Love In Vain’을 부분적으로 인용했다. 하지만 그는 블루스 양식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어 록의 차원으로 끌어 올리는 대 진전을 이룩했다. 그의 기타에 관한 열정은 유아독존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듯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Little Wing’을 재해석함으로써 기타 라이벌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도록 했다. 지미 헨드릭스는 실로 그에게 영혼의 동지였다.
에릭과 듀안의 협업이라고 얘기했지만 실은 요즘 말로 ‘기타 배틀’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두 사람의 기타 인터블레이는 ‘Layla’ 외에 ‘Key To The Highway’와 상기한 ‘Have You Ever Loved A Woman’에서도 절정을 이룬다. 조화롭지만 잔인할 만큼 경쟁적이었다고 할까. 이 음반을 만들 무렵 그가 마약에 찌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는 패티 보이드에게 딱지맞고 낙담하여 약물 특히 헤로인에 빠져들고 말았다(이때 마약은 너무도 흔해 신문 가판대에서 구입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멤버 전원이 스튜디오 세션을 하는 동안 마약에 쩔어 고개를 떨어뜨린 채 스튜디오의 카펫에 뻗어버린 때도 있었다.
데릭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도미노스(Dominos)는 세션으로 일세를 풍미한 바비 휘트록(키보드), 칼 래들(베이스), 짐 고든(드럼)이 그 라인 업이다. 당시 이들은 에릭 클랩튼이 크림 시절 이후 첫 솔로앨범을 만들 때 잠시 어울렸던 듀엣 ‘델라니 앤 보니’의 백업 밴드 멤버들이었다. 이들과 함께 에릭은 이 앨범에서 음악과 사랑의 영혼을 부르고 있다. 블루스의 영혼과 보상받지 못한 사랑의 영혼을. 많은 청춘들이 ‘레일라 영혼의 의식’에 기꺼이 가담하여 황홀경을 만끽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보기 드문 걸작임을 알았다. 이 곡은 1971년에 싱글로 발표되었을 때는 주목받지 못했으나(51위) 1년이 흐른 뒤 차트10위에 올라 히트를 기록하는 작은 이변을 낳았다.
08년 3월 임진모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