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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Children이란 단 한곡으로 유럽 댄스계를 장악했던 로버트 마일즈가 다시 돌아왔다.
소위 '드림 뮤직(Dream Music)'이라 일컫는 로버트 마일즈의 곡들은 환상적인 분위기가 정말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나게 한다. 테크노가 급부상하면서 전자 음향은 더욱 빈번히 사용되었고 드림 뮤직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로버트 마일즈는 이를 한 단계 높여 단순한 신스의 나열이 아닌 듣는 이로 하여금 신비감에 빠져 들도록 변조하여 음악을 만들어 냈다.
아 참, 로버트 마일즈는 싱어가 아니다. 따라서 이 앨범의 곡들은 인스트루멘털 음악이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단조로움을 없애기 위해 중간 중간 보컬을 삽입했다. 패턴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러닝 타임이 길더라도 중간에서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보자. 그러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아름다운 꿈길을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인트로듀싱에 이어 아기의 울음 소리로 시작되는 A new flower는 투명한 현악기 전자음이 주도하고 있는 곡이다. 중간에는 앰비언트적인 사운드가, 후반에 이르러서는 드럼 비트의 소리가 좋다. 뒤이어 흘러 나오는 10분 가량의 대곡 Everyday life에서는 오페라 한 편을 보는 것과 같은 신비로운 사운드가 물결을 이룬다. 여성 보컬과 자극적인 이펙트로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첫 번째 싱글로 영국을 비롯, 유럽 일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Freedom은 Children에서 보여주었던 물방울 소리와 같은 투명한 피아노 사운드에 메인 보컬리스트로 기용된 캐시 슬레지(Kathy Sledge)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덮여진 정말 정말 흥겨운 노래이다. 깔끔한 편곡도 돋보인다. 그밖에 전곡들보다 템포 면에서 훨씬 빨라져 속도감 있는 전자 비트를 선사하고 있는 Textures, 유럽 댄스 음악에 좀 더 가깝게 들리는 Enjoy, 피아노와 스트링으로 시작되다가 갑자기 웬 색소폰(?), 재지한 느낌마저 드는 Maresias 등 총 11곡이 수록되어 있다. 전자 음악도 이렇게 깔끔하고 질리지 않을 수가 있음을 보여주는 이번 로버트 마일즈의 새 앨범은 전자 음악의 위치는 진일보시키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듯하다.
gmv 1998년 03월 서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