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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를 출발해 전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혹적인 3인조 록밴드, 스크립트!
국내 에어플레이 차트 정상을 석권한 히트곡 ‘We Cry’, 캐논 EOS CF 배경음악 ‘The Man Who Can’t Be Moved’, ‘Breakeven’ 등 어느 한 곡 버릴 것 없이 빼어난 소장가치 100% 앨범!
아일랜드 출신의 소울 밴드이기 때문에 이들은 ‘켈틱 소울Celtic soul’이라는 별칭으로 통하기도 한다. 또 백인취향의 팝과 록의 문법으로 흑인음악을 해석하는 밴드라는 점에서 스크립트는 데뷔 시절의 마룬5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는 곧 빌보드의 절대권력 팀보와 90년대 뉴잭스윙을 대표하는 멜로디 메이커 테디 라일리를 레퍼런스로 동원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밴드는 시대불문의 흑인음악 전반에 대한 깊이와 밀도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보통 진지하기 때문에 감동을 선사하는 소울 안에는 그러나 분명 기쁨과 즐거움이 같이 숨을 쉰다. 물론 태생이 말해주듯 소울은 슬픈 음악이다. 하지만 그 슬픔이란 결국 아름답다. 이는 모두 멜로디와 리듬이 동등하게 살아 있는 노래와 마주칠 때 몸으로 실감하는 경험이다. 이 모든 상반된 소울의 성향이 바로 어린 날부터 지금까지 밴드를 사로잡은 정서적 실체였을 것이다. 이는 노래에 새겨진 그들의 진실이기도 하다. 밴드의 대표곡 ‘We Cry’와 ‘The Man Who Can’t Be Moved’는 선율의 슬픔과 리듬의 즐거움이 양립하는 소울의 양면적인 특징을 젊은 손길로 복원한 노래다.
데뷔 앨범(2008년 8월)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 스크립트는 자신이 몸으로 추구하는 소울을 작은 공연으로 다시 음미해보라 권한다. 새로 출시된 오늘의 확장판은 기존의 앨범에 보너스 트랙 ‘Anybody There’를 추가하고, 주요싱글의 뮤직비디오를 곁들이고 더블린의 한 공연장 올림피아Olympia에서 가졌던 공연과 공연전후의 일상을 영상으로 첨부한 두툼한 앨범이다. 라이브로 만나는 ‘We Cry’와 ‘The Man Who Can’t Be Moved’, 그리고 ‘Rusty Halo’와 ‘Breakeven’은 짧아서 아쉽지만 아쉬워서 값진 순간이다. 간소한 편성으로 두텁고 생생한 사운드를 진지하게 완성한 그들은 관중과 행복하게 호흡을 나누고 있다. 공연을 앞두고 들뜨고 긴장하는 모습을 들키는 한편 공연이 끝난 후 만족과 홀가분함으로 샴페인의 뚜껑을 딴다. 그들은 때때로 심각하고 가끔은 평범해 보인다. 슬픔의 노래를 부르다가도 기쁨의 노래를 동반하는 그들의 소울과 비슷하다. 이 인간적인 양면은 스크립트의 각색없는 음악적 각본(script)이다
록과 소울이 만난 번영의 순간 [The Script](Special Edition) by The Script
“유투가 팀발랜드를 만났을 때, 그리고 밴 모리슨을 테디 라일리가 리믹스했을 때Think U2 versus Timbaland, Van Morrison remixed by Teddy Riley.” 이들 공식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화려한 문구는 거론한 뮤지션의 지평을 선명하게 인지하는 이들에게 조금은 위험한 단정일 수 있다. ‘진정성’이라는, 뜨겁지만 더러는 부담스러운 언어에 경외를 느끼는 이들한테는 더더욱. 하지만 거장의 명예를 사랑하고 예술의 가치를 칭송하는 이들의 아집과 상관없이, 저들 뮤지션의 나열은 유감스럽게도 스크립트를 설명하는 가장 편리한 비유이자 가장 명확한 가이드이다. 약간의 관용과 융통성을 가지고 밴드에 접근하자면, 우선 그들은 유투와 밴 모리슨의 조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팀보와 테디 라일리의 스튜디오를 늘 궁금해하며 성장한 존재들이다.
십대 그리고 이십대
스크립트 음악의 양축 대니 오도노휴Danny O’Donoghue와 마크 시한Mark Sheehan은 모두 아일랜드 더블린 외곽에서 나고 자랐다. 스무살을 코앞에 두고 만났던 두 남자에게는 비슷한 배경이 있다. 그리 풍요롭지 않은 환경에서 십대시절을 보냈다는 것(마크 왈 “소란스럽고 위험한 빈민가에서 사는 동안 음악을 통해서만 고향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심야의 MTV 채널을 즐겨 보다가 환상의 세계를 찾았다는 것(대니 왈 “다른 아이들이 축구하거나 말썽을 피울 때 홀로 음악 듣는 걸 더 좋아했다.”)이다. 후일담에 따르자면 당시의 수신 상태는 매우 저화질이었다는데, 하지만 소리만큼은 명료했다. 그들은 불완전한 경로를 통해 소울에 눈을 떴고, 갱단과 총기의 문화가 아닌 아프로 아메리칸 커뮤니티의 음악과 패션과 댄스에 매료되었다. 몇 없는 음악 전문 채널을 목 빼고 기다렸던 소년들은 곧 분명한 동경의 대상을 발견한다. 그는 스티비 원더였다.
비슷한 취향으로 통했던 두 남자는 결국 다른 친구들과 함께 1996년 마이타운MyTown이라는 밴드를 결성했다. 자국 아일랜드와 영국을 배경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세상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들을 눈여겨본 존재는 대중이 아니라 소위 관계자였다. 두 남자의 감각과 소질을 눈치챈 자국내 음악산업의 전문가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대니와 마크는 뉴욕행의 기회를 얻었고, 폭넓은 시야로 세상의 음악을 이해하고 자신의 음악을 책임지게 될 중요한 경력을 쌓기 시작한다. 다른 가수들의 데모 테이프를 제작해주는 작업으로 소일했던 대니와 마크는 로드니 저킨스, 냅튠스, 그리고 TLC에서부터 아웃캐스트까지 미국 주류 흑인음악의 거의 모든 패를 쥐고 있는 프로듀서 달라스 오스틴을 만나 소울앨범 출반과정의 이모저모를 익히는 반열로 진입한 것이다. 미국에서 얻은 경험은 “소울이란 흑인 음악이 아니고 백인 음악도 아닌 인간의 음악”이라는 의식을 굳혀주었고, 결국 두 남자는 깨달음을 자신의 음악에 녹이기 위해 자국으로 돌아온다.
찬란한 성공
다양한 경험은 결국 확신을 가지고 주도하는 음악을 찾기 위한 유의미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난 시절 때때로 실패했고, 하지만 때때로 미래를 열어줄 귀한 기회를 얻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비주류와 주류세계를 두루 겪은 이들의 과거는 성공적인 독립으로 이어졌다. 독립의 밑천은 소울, 힙합, 댄스로 출발해 록으로 마무리하는 흑백 팝음악의 전장르였다. 취향의 모든 것을 집약했을 때 “어머니가 늘 인생에서 제일 자신있는 걸 찾아보라 했는데, 스틱을 든 순간 그게 무엇인지 발견했다”는 드러머 글렌 파워Glen Power가 합세했고, 라인업이 완성되자 밴드는 스크립트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부터는 모든 게 순조로웠다. 2008년 4월 공개한 첫 싱글 ‘We Cry’로 그들은 울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웃었다. ‘We Cry’가 아일랜드의 주요 라디오채널 RTÉ 2FM와 Today FM을 강타했기 때문이며 나아가 자연스럽게 영국의 BBC 라디오1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어 7월 두번째로 터뜨린 대박싱글 ‘The Man Who Can’t Be Moved’은 세계로 진입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제목 속의 초라한 남자와 달리 그들은 ‘어디에서나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국내 광고에도 쓰여 친숙한 ‘The Man Who…’는 아일랜드와 영국 싱글 차트에서 모두 2위를 기록하는 한편 덴마크 차트에서도 2위를 차지했으며 무엇보다도 미국으로부터 설득력을 얻었다. 미미하게나마 빌보드에 진입했고,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주연한 CBS 드라마 [고스트 위스퍼러] 시즌 4에서 전편 줄거리가 나올 때마다 흐르는 익숙한 노래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Breakeven’에 이어 2009년의 ‘Talk You Down’와 ‘Before The Worst’까지 지치지 않고 싱글을 토해낸 이들의 데뷔 앨범 [The Script](2008)는 지난해 통계로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12위에 등재됐다(약 54만장). 고로 수퍼스타를 배출한 자국이 스크립트의 눈부신 성과를 두고 유투와 밴 모리슨을 거론하는 것은 부당한 호들갑이 아닌 것이다. 이들 앨범으로부터 고결한 예술성과 전인류적인 정의를 읽는 것은 물론 무리지만, 단한장의 앨범을 통해 스크립트는 동시대 아일랜드 음악의 번영을 보여주는 괴력을 충분히 발휘했기 때문이다.
켈틱 소울Celtic soul
아일랜드 출신의 소울 밴드이기 때문에 이들은 ‘켈틱 소울Celtic soul’이라는 별칭으로 통하기도 한다. 또 백인취향의 팝과 록의 문법으로 흑인음악을 해석하는 밴드라는 점에서 스크립트는 데뷔 시절의 마룬5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는 곧 빌보드의 절대권력 팀보와 90년대 뉴잭스윙을 대표하는 멜로디 메이커 테디 라일리를 레퍼런스로 동원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밴드는 시대불문의 흑인음악 전반에 대한 깊이와 밀도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보통 진지하기 때문에 감동을 선사하는 소울 안에는 그러나 분명 기쁨과 즐거움이 같이 숨을 쉰다. 물론 태생이 말해주듯 소울은 슬픈 음악이다. 하지만 그 슬픔이란 결국 아름답다. 이는 모두 멜로디와 리듬이 동등하게 살아 있는 노래와 마주칠 때 몸으로 실감하는 경험이다. 이 모든 상반된 소울의 성향이 바로 어린 날부터 지금까지 밴드를 사로잡은 정서적 실체였을 것이다. 이는 노래에 새겨진 그들의 진실이기도 하다. 밴드의 대표곡 ‘We Cry’와 ‘The Man Who Can’t Be Moved’는 선율의 슬픔과 리듬의 즐거움이 양립하는 소울의 양면적인 특징을 젊은 손길로 복원한 노래다.
데뷔 앨범(2008년 8월)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 스크립트는 자신이 몸으로 추구하는 소울을 작은 공연으로 다시 음미해보라 권한다. 새로 출시된 오늘의 확장판은 기존의 앨범에 보너스 트랙 ‘Anybody There’를 추가하고, 주요싱글의 뮤직비디오를 곁들이고 더블린의 한 공연장 올림피아Olympia에서 가졌던 공연과 공연전후의 일상을 영상으로 첨부한 두툼한 앨범이다. 라이브로 만나는 ‘We Cry’와 ‘The Man Who Can’t Be Moved’, 그리고 ‘Rusty Halo’와 ‘Breakeven’은 짧아서 아쉽지만 아쉬워서 값진 순간이다. 간소한 편성으로 두텁고 생생한 사운드를 진지하게 완성한 그들은 관중과 행복하게 호흡을 나누고 있다. 공연을 앞두고 들뜨고 긴장하는 모습을 들키는 한편 공연이 끝난 후 만족과 홀가분함으로 샴페인의 뚜껑을 딴다. 그들은 때때로 심각하고 가끔은 평범해 보인다. 슬픔의 노래를 부르다가도 기쁨의 노래를 동반하는 그들의 소울과 비슷하다. 이 인간적인 양면은 스크립트의 각색없는 음악적 각본(script)이다.
2009/06 이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