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피+소울피쉬, 피노다인의 'PISH!' EP.
새로운 조합
길거리 프리스타일 MC로 유명한 Huckleberry P와 소울 음악 프로듀서인 Soul Fish의 합작 프로젝트, Pinodyne. 하이브리드는 언제나 즐겁다. 어떤 형태의 음악이 튀어나올지 예상하는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그 예상이 깨질 때의 즐거움이야말로 최고다.
Pinodyne은 모든 예상에 대비된 태세다. 작품집으로서의 앨범보다 소품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사운드가 준비되어 있다. 흔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조합이 힙합 MC와 소울 프로듀서다. 가장 첨단의 대중화된 흑인음악인 힙합과 가장 뿌리깊은 원류의 흑인음악인 소울의 조합은 생각하기 가장 쉬우면서도 그만큼이나 어려운 조합이다. 과연, Pinodyne은 어떨까?
새로운 세계, 주목할 이유
Pinodyne의 모든 작업은 완료되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장르간의 하이브리드는 새로운 즐거움이라는 측면에서 즐거운 것이고, Pinodyne은 다양한 스타일을 한 앨범 안에 담아내어 그 즐거움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선택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앨범의 출시임박 소식은, 카멜레온 같은 변화무쌍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며, 그 모두가 매력적인 그런 기회 말이다. 수준 높으며 게다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정도의 음악을 가진 Soul Fish의 출현은 물론이요, Huckleberry P가 기존의 참여작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다양한 스타일의 랩 또한 한국 힙합, 나아가 한국 대중음악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새로움이라는 것은 대중적이든 그렇지 않든, 모든 문화와 예술이 추구하는 것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 바로 그렇기 때문에 Pinodyne과 같은 음악이 필요한 것이다.
수록곡 소개
1. Introdyne
인트로 트랙의 무대는 어릴 적의 오락실. 새로 나온 게임기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동전을 넣으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간다. Pinodyne의 세계로.
2. PISH!(feat. Juicy, DJ Tiz)
Pinodyne이 창조한 세계는 다양한 색으로 변화 가능한 카멜레온의 모습이다. 펑키한 베이스 라인이 주조해내는 흥겨운 리듬에 파고들어간 Huckelberry P는 쉽게 나올 수 없는 비유법을 쏟아낸다. 세상의 법칙에 치여사는 현대인들에 대한 응원의 대성박력으로서, <PISH!>의 flow가 선사하는 속도감은 짜릿할 것이다.
3. Love Is Pain(feat. Deez)
비의 <Only You>와 <You>를 작곡하고, 얼마 전 데뷔 앨범을 발매한 Deez가 참여한 <Love Is Pain>은 Pinodyne 결성 이전에 이미 만들어져 Huckleberry P의 공연에 간간이 올려졌다. Deez가 만들어낸 풍성한 보컬 라인은 차분한 랩과 맞물려 정통적 작법으로 만들어진 소울 음악에 훌륭히 묻혀들어간다. Deez가 전개를 맡아 절정으로 이끄는 동안 Huckleberry P는 곳곳에 방점을 찍어 곡을 완성으로 이끈다. 차분하게 이별을 꺼내는 서두에서 애끓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절정으로 이끌어가는 솜씨가 두 보컬의 농익은 감성을 알게 한다.
4. 끊어(skit)
지나친 음주는 지갑과 우정에 해로운 법.
5. 알콜램프
브라스 사운드가 절묘하게 쓰인 <알콜램프>는 <PISH!>와 더불어 이 앨범의 가장 흥겨운 곡이다. 과음이 버릇이요 즐거움인 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여기에서 Huckleberry P의 flow는 가사의 의미와 명백하게 맞아떨어지는 경지에까지 이른다. 그 자체로 하나의 랩인 동시에 노래이며 연기의 느낌까지 주는 설득력. Huckleberry P가 연기해내는 애주가의 노래이다.
6. My Piano
아마도 이 곡은 NAS의 <Doo-Rag>과 같이 피아노와 랩의 조합에 성공한 경우로 기억될 것이다. Soul Fish가 감정에 젖어 두드려댄 듯한 피아노 위에 Huckleberry P는 자신의 피아노에게 건네는 말을 이리저리 포장해 올려놓았다. 랩과 피아노라는 두 악기의 조합은 가장 단순하기에 가장 어렵다. 두 사람은 최상의 호흡으로 단촐한 이 곡을 아름답게 만들어냈다.
7. 베스트드라이버(feat. JJK, 김선생)
JJK의 랩 퓨처링으로 눈에 띄는 <베스트드라이버>는 moog와 전자음, Clavinet의 조합이 네오소울을 연상케 한다. Soul Fish가 '소울'이라는 범주 안에 묶일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을 최대한 모두 표현하려고 한 듯한 비트에 Huckleberry P와 JJK는 엉뚱하게도 대중교통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 JJK는 참으로 그답게도 리드미컬하고 강한 랩을 선사했지만, Huckleberry P는 자신의 스타일 목록에 또 하나를 추가하려는 듯하다. 그의 변화무쌍한 카멜레온 같은 다양한 스타일에 주목하라.
8. Noctilucence
'야광'이라는 뜻의 <Noctilucence>는 Soul Fish의 소울에 대한 이해를 자랑하는 듯한 연주곡으로 다양한 악기가 주도권을 주고 받으며 지루하지 않게 곡을 이어간다. 단순한 모티브 하나를 다양한 악기의 다양한 형태로 변주하며, 각 악기의 조합 속에서 여백과 충만의 조화를 만들어간다.
9. She's Urbane(feat. Deez)
이 앨범에서 Soul Fish와 Huckleberry P 본인들을 제외하고 MVP를 줘야 한다면, 단연코 Deez일 것이다. <Love Is Pain>에서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Huckleberry P와 Deez는 <She's Urbane>에서는 야하지 않은, 귀여운 성의 경험을 노래한다. <Love Is Pain>에서 곡 전체를 휘어감는 발군의 카리스마를 뽐냈던 Deez는 이번에는 Huckleberry P와 바톤을 주고받는듯한 호흡을 보여주며, Soul Fish는 편곡을 통해 두 사람의 역량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