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기억, 결코 끝나지 않을 멜로디
MOONRISE RECORD Re-Issue SERIES
순수와 성장의 공존, 순수함을 가득 담은채 단단하게 성장한 재주소년의 도약 PEACE
재주소년을 아끼던 사람들은 그들의 두 번째 앨범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를 내비치곤 했다. “‘소녀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년적 감수성’이란 한 번 이상 성과를 내기 어렵다.”, “두 번째 앨범이 첫 번째 앨범의 재탕이 된다면 사람들은 싫증낼 것이다.”라는 가시 돋친 우려의 말들이 그들의 주변에서 가끔 들려왔다. 그럴 때마다 박경환, 유상봉 두 소년은 대꾸하기보다는 선승의 미소와도 같은 미소로 그윽이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 그들이 우리에게 내민 두 번째 앨범엔 그 깊은 호수와 같은 평온함과 자신감의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집을 처음 들었을 때 느껴지는 첫 느낌은 이들이 음악적으로 보다 다양한 문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는 것이다. 1집이 정적인 포크 위주였다면, 2집은 그것을 중심으로 모던 록적인 요소와, 일렉트로니카적 요소, 사이키델릭적 요소 등을 자유자재로 맛깔 나게 버무려내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것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느껴지기는 커녕, ‘좋은 것은 틀에 갇히지 않고 취한다’는 여유가 보인다면 너무 큰 칭찬일까.
물론 ‘재주소년의 음악’은 여전히 ‘재주소년의 음악’이니 골수팬들이여, 걱정할 필요 없다. 70, 80, 90년대를 관통해 2000년대까지 이어져온 한국 포크의 순정한 감성을 이번에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소박하면서도 우리 맘 속 깊은 곳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그들의 음악과 가사는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학창시절의 반짝이는 모멘트를 절묘하게 포착한 ‘이분단 셋째 줄’이나, 성장하는 소년의 자아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세계’, ‘재주소년표 포크 록’이란 무엇인가를 확고히 한 ‘방갈로’ 등은 1집을 능가하는 대중적 인기를 예감케 하고, 실험적 시도가 빛나는 ‘루시아나’, ‘여름밤’ 등은 진지하고 독창적인 뮤지션으로서 재주소년을 다시 보게 만든다. 요컨대 재주소년은 이번 두 번째 음반에서, 순수한 감수성을 더욱 가다듬고 음악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벅찬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훌쩍 자란 두 소년이 우리를 다시 방문했다. 그들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우리 모습임과 동시에,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살고, 나이 먹어 가는 우리의 동료이기도 하다. 우린 어쩌면 그들이 마냥 소년이기만 했어도, 혹은 갑작스레 어른이 되어버렸대도 괜시리 시기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