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홍섭 3집은 역시 베이시스트의 음반이다. 이제 그는 리듬파트를 서포트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베이스 역할이 아닌 ‘자유로운 연주’에 몰입하고 있으며 어떤 베이시스트도 시도하지 않았던 독창적인 소리와 연주를 선보인다.
소리 하나 하나의 분자 구조마저 분해시켜 소리의 새로운 결을 만드는 고집스러운 장인, 그에겐 연주이기 이전에 음악이 먼저이고 음악이기 이전에 소리가 먼저다.
이제 2009년, 그는 소리에 대한 천착은 더욱 깊어져 갔음에도 대중에게 말을 거는 어법은 오히려 더 편하고 쉬워진 3집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10곡의 수록곡은 락, 펑키, 국악, 랩, 심지어 R&B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음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의 일관성은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주목할 점은, 역시 ‘베이시스트의 음반’ 이라는 점 이다. 이제 그는 리듬파트를 서포트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베이스 역할이 아닌, 종래의 ‘베이스 역할론’에 반하는, ‘자유로운 연주’ 에 몰입하고 있다.
루트음을 기본으로하는 기존의 연주에서 벗어나 코드와는 별개로 베이스음이 독자적으로 튀어 나와 자유롭게 부유하며 꼭 필요한 곳에서만 연주하는, 그래서 생성되는 과감한 여백이 오히려 돋보인다. 솔로인지 반주를 하는 것인지의 경계가 애매하지만 느끼지 못할정도로 자연스럽다.
그만큼 송홍섭은 이번 신작에서 ‘상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 각종 ‘Form’으로부터 탈피했음에도 전혀 난해하지 않고 설득력 있으며 친화력 강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음악적 깊이와 다양한 아이템을 대중적으로 쉽게 푸는 어법을 완벽하게 습득한 결과다.
첫 곡에서 마지막 곡에 이르는, 시종 빈티지한 사운드의 온기도, ‘살아있는 소리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다. 일렉트릭 악기에도 깊은 조예가 있는 그는 이번에도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컨트롤이 요구되는 셔먼필터를 통한 베이스 소리와 베이스기타에 의한 보코더 연주등을 들려준다. 어떤 베이시스트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런 소리들은 그가 완전한 독보적 존재임을 상기시켜주며 특히 요즈음 대중음악 녹음에서는 거의 사라져가는 ‘편집되지 않은, 한번에 녹음한’ 테이크 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이번 앨범에서의 베이스 연주는 따뜻한, 인간적 온기로 가득차 있으며 관조적 정서의 여유와 포용력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