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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get Campaign!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팝 음악 시리즈'에 수록된 아티스트들의 베스트 앨범을 45% 할인된 Budget Price 로 만나본다.
포크에서 포크 록으로 진화한 후 지금은 블루스를 탐구하는 노년의 아티스트이자 위대한 팝 아티스트로 존재하는 Bob Dylan (밥 딜런) 그가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날카롭게 잡아낸 이십 대의 청춘 시절에서 노년에 이른 현재를 한 장으로 압축한 멋진 컬렉션
밥 딜런은 지금도 해석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난해한 아티스트다. 노래는 무엇인지 모를 대상을 향해 노골적인 분노를 드러내거나 삐딱하게 비꼬거나 알 듯 말 듯한 유머를 담고 있다. 그의 삶 역시 일상적이거나 보편적이지 않았다. 사실 숨겨진 것이 너무나 많았다. 신비주의를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의 음악과 삶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음악으로 자신을 평가하길 바랐던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게 또 어렵다. 그의 음악 역시 다채롭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우디 거스리의 프로테스탄트 포크를 자신의 음악적 자양분으로 삼은 1960년대 초반 정식 데뷔할 무렵의 밥 딜런은 우리가 알고 있는 포크의 정의에 부합하는 음악을 했다. 당시 인권운동과 반전운동의 대열에서는 밥 딜런의 노래가 커다란 합창으로 울려퍼졌다. 그런데 그는 정치적인 노래를 담은 포크에서 떠나는 동시에 일렉트릭 기타를 도입해 ‘포크 순혈주의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하지만 음악으로 보면 밥 딜런의 이런 도발은 60년대의 음악 혁명 가운데 하나인 포크록을 주류에 진입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포크는 새로운 차원의 음악으로 올라섰고, 이후 밥 딜런을 따르는 수많은 포크록 아티스트들이 등장한다. 그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컨트리 앨범을 발표하거나 (흔히 밥 딜런의 음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이야기하는) 모래알 씹은 듯한 카랑카랑한 보컬을 버리고 일상적인 목소리로 노래하기도 했다. 이후 포크록의 70년대식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처럼 차분한 사운드를 선사하다 갑자기 폭풍처럼 거대한 사운드로 듣는 이를 압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70년대의 록계는 다양한 스타일의 아티스트가 쏟아져나온 시기였다. 밥 딜런은 주류에서 슬쩍 밀려났고 전자음이 대세였던 80년대에는 완전히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끝났다면 밥 딜런은 그저 60년대의 전설쯤으로 존재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블루스를, 그것도 1920년대에서 1930년대 시절의 오래된 블루스와 재즈를 재현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시절과 똑같은 소리를 내는 모방의 음악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서적으로 그 시절의 사운드에 접근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건, 누구나 밥 딜런을 이야기했던 1960년대에도 쉽게 이루지 못했던 앨범 차트 1위를 지금은 오히려 쉽게 달성한다는 점이다. 여전히 밥 딜런의 음악은 냉소와 유머와 지적 성찰이 함께 어울려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 딜런의 베스트 앨범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다. 그저 곡을 적당하게 나열하면 된다. 특히 포크와 포크록으로 대중음악계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이십대 청년 밥 딜런의 음악이라면 그 누가 선곡해도 충분히 베스트 앨범이 될 자격이 있다. 밥 딜런의 노래에서 냉소였던 유머였든 진지한 자기고백과 선언이었든 광채로 빛나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이 단 한 장으로 요약하는 건 절대 불가능한 밥 딜런의 음악을 ‘Collection’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발표할 수 있는 이유도, 수록곡의 대부분이 그의 60년대를 중심이어서 가능한 이야기다. (아이튠스의 밥 딜런 앨범 리스트에 「Collection」이 있는데, 이건 정말 말 그대로 밥 딜런의 정규 앨범 전체를 모아놓은 진짜 컬렉션이다.) 그렇지만 컬렉션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특정 시기의 요약이 아니라 모든 시기를 통틀어 명곡을 모아놓는다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 앨범에서는 밥 딜런의 명곡들을 60년대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순조롭게 요약하다 1975년의 'Hurricane'에서 갑작스럽게 1998에 발표한 걸작 「Time Out Of Mind」 수록곡 'Not Dark Yet'으로 20년을 건너뛴다. 마지막 트랙은 정규 앨범 수록곡이 아니라 2000에 공개된 영화 ‘Wonder Boys'에 삽입한 신곡 'Things Have Changed'로 끝난다. 첫 곡과 마지막곡이 40년의 차이가 나는데 어색하지 않다. 「Collection」이라는 결코 민망하지 않은 선곡이다. 이 앨범 말고도 멋진 밥 딜런의 베스트 앨범은 있지만, 밥 딜런의 음악에 입문하기 위해 핵심곡을 대부분 수록한 이 앨범을 집어드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